내달 9일까지 RFP 제출해야…IPO부서 연말휴가 반납
IPO 실패시 함의·향후 3년간 손익 추정 등 '고난이도'
-
- 이미지 크게보기
- (그래픽=윤수민 기자)
"비바리퍼블리카가 보낸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보며, 추석연휴도 반납한 채 디테일하고 깐깐한 요구사항에 대한 답변을 밤새워 만들던 2020년 크래프톤 상장이 떠올랐다." (A 증권사 IPO 담당자)
간편송급 서비스 토스 운영사인 비바리퍼블리카가 기업공개(IPO) 절차에 착수했다. 오랜만의 대어(大魚)급 플랫폼 상장에 증권사들은 대응에 분주한 모양새다.
토스는 RFP를 통해 세밀하고 깐깐한 내용의 입찰제안서를 요구했다. 보통 대다수 실무진들이 휴가를 떠나는 연말에, 고난이도의 '숙제'를 냈다는 점에서 2020년 크래프톤 상장 당시의 '트라우마'를 떠올리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비바리퍼블리카는 지난 18일 국내외 주요 증권사에 RFP를 송부했다. 제출기한은 내년 1월 9일이다. 약 22일, 3주의 시간을 줬지만, 연말연시 크리스마스ㆍ신정 연휴를 낀 기간이라 실제 영업일로 따지면 2주 가량을 보장해준거란 분석이다.
8페이지에 가까운 RFP엔 구체적이고 세부적이며 난해한 내용들이 상당수 담겼다는 분석이다.
비바리퍼블리카는 RFP를 통해 IPO 수행 전략과 마케팅 계획 등을 물었다. 눈에 띄는 대목으로는 ▲과거 수행한 기업공개(IPO) 중 최종 상장 완료에 이르지 못했을 경우 실패 배경과 발행사에의 함의(Implication) ▲투자자들이 고려할 수 있는 국내 핀테크 산업 규제 환경 및 잠재적 규제 방향성 ▲국내 및 글로벌 IPO 동향 분석(한국거래소 심사 및 금융감독원 검토 동향 포함) ▲주관사 구성에 대한 의견 및 근거 등이 있다.
올해까지 기관투자자(이하 기관)들의 투자심리 저하, 동종업계 주가 추이 하락 등으로 상장을 철회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 비바리퍼블리카가 증권사로 하여금 최종 상장 완료에 이르지 못했던 배경을 설명하도록 한 것이다.
또한 증권사로 하여금 비바리퍼블리카의 향후 3년간 손익 지표 및 추정 근거를 제시하도록 했다. 일반적인 향후 예상 실적을 발행사가 먼저 공개하고 이를 바탕으로 기업가치 산정 등에 활용하게 하는 점을 감안하면, 주관사 후보의 '실적 추정 능력'을 테스트하는 시험에 가깝다는 평가다.
실적 추정치가 어긋나 이슈가 됐던 '파두 사태'를 의식한 게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한 국내 증권사 관계자는 "손익 추정을 증권사가 미리 하게끔 만드는 것은 추정치에 대한 책임을 주관사와 나누려는 의도가 숨어있을 수 있다"라며 "상장 주관을 맡고 싶어하는 증권사들은 산정 기업가치(밸류)를 높일 공산이 큰데 그러면 실적 추정도 증가 추이로 기재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여진다"라고 말했다.
투자자 홍보(IR) 대행사 고용 여부에 대한 대목도 주목할만 하다. 비바리퍼블리카는 증권사들로 하여금 IR 대행사를 고용할지 여부에 대한 질의와 함께 비용부담 주체 또한 기입하라고 명시해뒀다. 증권업계에서는 사실상 IR대행사 고용에 따른 비용 부담을 증권사들이 지도록 하려는 의미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이를 두고 2020년 크래프톤 RFP를 받았던 당시를 회상하는 목소리가 많다. 크래프톤은 당해 9월 상장을 위한 RFP를 증권사들에게 송부하면서 3주간의 기간을 줬다. 해당 기간 사이에 '황금연휴'로 여겨졌던 추석과 한글날이 껴있던 터라, 증권사 실무진들은 연휴를 모두 반납하고 RFP 작성에 매달려야 했다. 당시 RFP는 총 16페이지에 달했고 회사 지배구조 개편 등 까다로운 질문이 포함돼 있었다.
비바리퍼블리카가 연말에 전격적으로 RFP를 송부하면서, 증권사 관계자들은 그때와 마찬가지로 연말 휴가를 반납하고 RFP 작성에 매진하고 있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솔직히 연말에 증권사 기업금융 담당자들이 팀 단위로 휴가를 가는 것을 발행사가 모르진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라며 "기습적으로 연말에 RFP를 뿌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시피한데, 크래프톤 때처럼 충성심 테스트를 하려는 건 아닐까 싶다"라고 말했다.
비바리퍼블리카는 10조원대의 기업가치를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해 8조원대 수준의 몸값을 인정받으며 300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받은 바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케이뱅크의 주관사를 맡고 있는 증권사들은 주관사로 선정될 확률이 적다고 생각하면서도 일단 주관사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파악된다"라며 "조(兆) 단위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발행사다보니 RFP 작성에 공을 들이긴 하겠지만, 2~3년 전 만큼의 수준으로 IPO 시장이 회복되진 않아서 증시 입성을 무사히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