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용 부동산 '큰손'이던 금융기관들은 올해 '빈손'으로
부동산 우선주 총액인수해도 기관투자자에 재매각 어려워
마제스타ㆍ삼성SDS빌딩도 실권주 나올 가능성 높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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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해외 상업용 부동산 위기 속에서도 국내 시장은 낮은 공실률과 높은 임대료 상승률로 견조한 내수 거래를 이어가고 있다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테헤란로를 중심으로 강남 지역에 대형 오피스 매물들이 속속 나오고 있음에도, 기관 투자자(LP)들이 투자를 기피하면서 국내 금융기관들이 셀다운(재매각)에 난항을 겪는 까닭이다.
임차 확약을 받지 못한 금융기관들의 경우,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도 결국 철회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실질적으로 사옥을 찾는 SI(전략적 투자자) 기업만 바라보고 있는 분위기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위치한 T412 건물의 우선협상권은 사옥을 찾는 침구업체 ‘알레르망’에게 돌아갔다. 알레르망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주)이덕아이앤씨의 김종운 대표가 평(3.3㎡)당 4150만원을 제시, 거래가 성사될 경우 매도자인 한화자산운용으로부터 약 3300억원에 건물을 매입할 예정이다.
T412의 사례처럼 최근 대형 오피스 거래에서는 사옥을 찾는 기업들의 입찰 참여가 늘어나고 있다.
알레르망과 마찬가지로 사옥 매입 목적으로 T412 입찰에 참여해 최종 인터뷰까지 도달했던 빗썸의 경우, 알레르망보다 최고가를 제시했지만 논 바인딩(비구속 계약) 형태를 요청하면서 우협 선정에서는 탈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스턴투자운용이 보유 중인 테헤란로 인근의 강남파이낸스플라자(GFP)도 사옥 이전을 준비하는 IBK캐피탈을 SI로 확보한 리딩자산운용에게 우협권이 돌아갔으며, 센터포인트강남 역시 패션업체 F&F가 평당 4200만원 안팎으로 선매입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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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올해 하반기부터 부동산 시장의 '큰손'이 기존 금융기관에서 사옥을 찾는 기업들로 이동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운용사가 거래에 참여한다고 하더라도, SI를 모집해 마스터리스(책임임대차) 계약을 하지 않으면 거래 자체가 성사되지 않는 분위기다.
최근 해외 부동산 이슈로 인해 공실률에 대한 두려움이 높아지는 데다, 그간 금융기관을 통해 부동산 보통주나 우선주에 투자해왔던 LP들이 부동산 투자를 기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역삼역에 위치한 아크플레이스는 시장에서 7000억원대 중반까지 가격이 거론되는 부동산 대어(大漁)로 꼽히지만, 우협으로 선정된 코람코자산신탁과의 협상이 수월하지 않아 연내 성사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코람코신탁이 보유 중인 대형 블라인드 펀드로 아크플레이스를 매입하는 구조인데, 펀드 지분 셀다운을 맡기로 한 KB증권이 기관투자자 모집에 난항을 겪으면서다.
올해 하반기 서초구 마제스타시티1와 송파구 삼성SDS타워 우선주를 인수했던 NH투자증권과 KB증권도 미매각 물량을 떠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KB증권 측은 "삼성SDS 우선주는 현재 다양한 기관투자자들이 검토 중이다. 연말 특수성을 감안해 내년 초 목표로 셀다운 일정을 잡고 원만하게 진행 중"이라며 "아크플레이스는 내부 투자 심사 단계"라고 설명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국내 운용사들은 상업용 부동산 IRR(내부수익률)을 보수적으로 보기 때문에 가격을 높게 불러주는 SI가 없으면 딜 인터뷰 단계에도 도달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실무자들이 SI를 모집해와도 임차 확약이 없으면 내부 승인조차 나지 않는다. 결국 사옥 수요가 있는 SI 리스트만 쫓아다니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