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상장 5개 스팩, 시초가 2배 급등 후 폭락 반복
유난히 컸던 변동성...금융당국도 세 차례 걸쳐 경고
추종 매매 막기 위해 '전면 단일가 매매' 도입 목소리
'해피엔딩' 적었던 스팩...투자자 교육도 지속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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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이하 스팩) 주가가 또 다시 널뛰기하고 있다. 투기ㆍ급등락의 대명사가 되며 금융감독원이 올해에만 세 번에 걸쳐 '투자에 유의하라'며 경고 신호를 보냈다. 그럼에도 불구, 공모주 '따따블' 광풍 속 이번달 신규 상장 스팩 주가 역시 큰 변동성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스팩 주가 급등락의 피해자는 추세ㆍ추종 매매 성향이 강한 개인투자자들이다. 더 이상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스팩 거래에 있어서만큼은 단일가 매매 전면 도입 등 강력한 추세ㆍ추종 매매 억제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지난 22일 신규 상장한 IBKS스팩23호의 시초가는 4030원으로, 공모가 2000원 대비 102% 높은 수준에서 결정됐다. 같은 날 상장한 하나스팩30호도 상황이 비슷했다. 시초가가 3250원으로 공모가 대비 63% 높게 결정됐다. 두 스팩의 주가는 장중 수 차례 크게 출렁이다 공모가 부근에서 거래를 마감했다. 시초가에 투자한 사람이라면 하루만에 50%의 손실을 본 셈이다.
이 같은 상황은 최근 계속 반복됐다. 이번달 상장한 5개 스팩의 공모가 대비 시초가 상승률 평균은 93%였다. 비정상적으로 치솟은 주가는 금새 공모가 수준으로 돌아왔다. 지금은 5개 스팩 중 공모가(2000원) 이하에 주가가 형성된 곳이 3곳이나 된다. 이들 스팩의 시초가 대비 현 주가의 평균 수익률은 -45.8%에 달한다.
올해 스팩 주가는 유난히 큰 변동성을 보였다. 금융당국도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올해 금감원은 3월, 7월에 이어 이달 초 세 차례에 걸쳐서 스팩에 대한 투자 주의보를 내렸다. 합병이 성사되더라도 투자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점 등 투자자 유의사항을 강조하고, 합병시 스폰서(증권사)에도 좀 더 객관적으로 합병가치를 산정하도록 지도했다.
금감원이 수 차례 투자 위험을 환기시켰음에도, 큰 변화는 없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상장 이후 디에스단석까지 이른바 '따따블' 사례가 이어지며 공모주 투자에 대한 투기 심리가 들끓었는데, 올 연말 공모주 공급은 예년 대비 적었던 상황이라 스팩에 대신 투자 수요가 몰려든 것 같다"고 말했다.
스팩은 주가 변동성이 클 수밖에 없는 내재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일단 시가총액이 100억~200억원 내외로 작고, 스폰서ㆍ발기인 등 대부분의 지분이 보호예수(락업)로 잠겨있다. 인수합병(M&A)을 위한 회사인만큼 이벤트에도 민감하다. 여기에 공모주 투기 심리가 가세하자 올해 내내 겉잡을 수 없이 주가가 출렁인 것이다.
이 같은 경향성을 활용하는 '세력'도 적지 않다는 게 증권가의 추정이다. 실제로 지난 2021년 한국거래소는 주가 상승률이 과도했던 스팩 17종목에 대한 기획감시 결과 7개 종목에서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 혐의를 발견하기도 했다.
스팩 주가 변동성을 이대로 방치해도 되는 걸까. 증권가 일각에서는 스팩이 현금으로만 이뤄진 특수목적법인임을 감안해, 주가 변동폭을 제한하는 강력한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스팩의 본질가치는 존속 기간인 3년간 크게 변하지 않는다. 영업가치도, 실적 성장 가능성도 없다. 주가가 상승하면 오히려 합병가치 산정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주가 상승이 그 누구에게도 이롭지 않은만큼, 제한을 두자는 것이다.
상장 시 공모가의 400%, 이후 30%인 현행 가격 제한폭의 경우 섣불리 손 댔다간 '따상'ㆍ'연상' 등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가격 제한폭 대신 매매 형식을 불편하게 만들자는 대안이 언급된다.
스팩에 전면 단일가 매매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단일가 매매의 경우 실시간 거래가 아니라 30분마다 매수ㆍ매도 주문을 모아 사전에 정해진 규칙대로 거래를 체결시킨다. 거래가 까다로워지기 때문에 투기성 추종매매를 방지하는 기능이 있다. 투자유의종목으로 지정된 종목에 단일가 매매가 적용되는 이유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2021년 우선주 이상 급등 당시에도 일정 기준 미만 우선주에 단일가 매매를 시행하기도 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스팩의 경우 상장 직후부터 단일가 매매로 거래토록 하면 공모가에서 주가가 크게 움직이지 않을 유인이 생길 수 있다"며 "신규 스팩 주가의 이상 급등ㆍ폭락 싸이클이 반복되고 있는만큼 좀 더 강력한 규제가 가해져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에 대한 교육과 계도 역시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란 지적이다. 2010년 제도 도입 이후, 국내 스팩 투자가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현재 국내 상장 스팩의 합병 성사율은 50% 안팎으로 추정된다. 절반 정도는 원금에 소정의 이자 정도를 지급받으며, 공모가보다 비싸게 주식을 산 투자자는 손실을 본다는 얘기다.
지난 2021년 장중 1만2000원을 돌파하며 스팩 투자 광풍을 불러 일으켰던 삼성스팩4호도 지난달 14일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청산 6개월 전까지 합병을 위한 상장 예비심사 청구를 하지 못해서다. 삼성스팩4호의 현 주가는 공모가 수준인 2030원으로, 주가 최고점 대비 하락률은 83%에 달한다.
합병 이후에도 꾸준히 좋은 수익률을 내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2022년 한국금융연구원이 2010년~2021년 2월 중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된 스팩의 성과를 분석한 결과, 스팩 합병 후 수익률은 합병 전보다 오히려 낮았다. 게다가 시간이 갈수록 지속적으로 수익률이 하락하는 장기 저성과 현상을 보였다. 당시 연구원은 "일반투자자의 보호를 보다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결론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