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상승률 8% 불과
윤종규 前회장 만나 주주환원 요구도
JKF공항 PF 등 칼라일과 글로벌 협업 강화하던 KB금융 '난처'
상생금융 등 주가 부양 어려워…양종희號 글로벌 확장 멀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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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사모펀드인 칼라일이 새해부터 KB금융에 투자했던 2400억원의 교환사채(EB)를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게 된다. 주가 상승률이 낮은 데다 해외 대비 주주환원율도 높지 않아 당장 전환은 고민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글로벌 확장을 원하는 KB금융은 칼라일과 동행을 원한다는 점에서 난처한 상황이다. 펀드 수익률을 높여야 하는 칼라일이 2022년말부터 배당 요구를 하고 있지만, 금융 당국의 충당금 확대와 상생금융 등의 압박으로 주주환원 폭을 늘리기 어렵다는 점도 KB금융이 난처한 부분이다. 윤종규 전 회장에서부터 이어져 온 '해외 투자자 확대' 기조를 유지해야 하는 양종희 신임 회장의 부담도 커지는 상황이다.
KB금융은 지난 2020년 8월 자사주 500만주를 활용해 2400억원 규모의 EB를 발행했다. EB는 향후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채권을 의미한다. 당시 칼라일은 아시아 파트너스 펀드 산하의 '킹스맨 인베스트먼트'를 통해 EB에 투자하면서, 3년 반 동안 주식을 처분하지 않겠다는 조건을 달았다.
계약 내용에 따르면 칼라일은 새해 1월부터 2025년 6월까지 2400억원을 주당 4만8000원어치의 KB금융 주식으로 바꿀 수 있다. 주식으로 전환하면 약 1.2% 지분을 확보하는 셈이다. 당시 제로(0) 금리 채권으로 발행했기 때문에, 칼라일 입장에선 행사가격인 4만8000원보다 주가가 높아야 EB 전환을 통해서 수익을 챙길 수 있는 구조다.
문제는 KB금융의 주가 상승률이 낮아 수익률 역시 저조하다는 것이다. KB금융 주가는 지난달 26일 종가 5만2500원을 기록, 행사가격 대비 겨우 8% 오른 상황이다. 다만 이미 칼라일은 당시 보통주 투자 등을 병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충분한 투자 수익은 챙긴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EB 투자에선 큰 재미는 보기 힘든 여건이다. 만기일인 2025년까지 주식 발행을 미뤄도, 주가가 적정 수준 이상으로 오를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최근 5년 동안 KB금융 주가는 4만원대 후반에서 5만원대 초반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20년 3월에는 3만원대까지 추락하기도 했다. 칼라일 내부에서도 부진한 주가 흐름 때문에 주식 전환 시점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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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 투자가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들 기미가 보이자, KB금융 내부에서도 난처하다는 분위기가 감돈다.
칼라일 투자 유치는 윤종규 전 회장의 대표작으로도 꼽힌다. 칼라일로부터 투자받은 2400억원 중 2100억원을 푸르덴셜생명(現KB라이프생명) 인수자금으로 사용하면서도, EB 구조로 자본비율이나 주가 부담을 줄인 영향이다.
윤 전 회장은 칼라일 투자를 유치하며 ‘글로벌 사업 확대’를 강조하기도 했다. 지난해 KB국민은행이 뉴욕 JFK공항 재개발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공동 주선한 것도 칼라일과의 전략적 파트너십 성과로 홍보됐다. 다만 JFK공항 외 칼라일 채널을 통해 수주한 대형IB(투자은행) 사업 건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종규 체제에서 '윈윈'으로 내세웠던 칼라일과의 협업 성과가 생각보다 저조하면서, 양종희 신임 회장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윤 전 회장을 이어 블랙록ㆍ칼라일 등 글로벌 주주들과의 협업을 이어가야 하지만, 주가 부진으로 이마저도 쉽지 않은 형국이다.
수익률을 높여야 하는 칼라일이 주주환원 요구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반면, 당국은 상생금융 및 충당금 확대를 요구하면서 금융사를 대상으로 사실상 배당 자제를 권고하고 있다. 이 때문에 윤 전 회장도 퇴임 직전 칼라일 홍콩 본사를 방문, 주주환원에 대한 양해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 측은 "칼라일의 추가 투자 유치 또는 주식 전환 시점에 대해서는 확인된 바 없다"면서도 "그룹 CIB쪽이 칼라일 네트워크를 활용해 사업 참여 기회를 확보하는 식으로 협업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