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운용사 적체에 새해 신규 선정 운용사까지
한정된 LP 자원에 펀드레이징 경쟁 심화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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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내 주요 펀드 출자기관(LP)들이 사모펀드(PEF) 출자사업 위탁운용사(GP)들을 대상으로 펀드 결성 기한을 연장해주는 사례가 늘고 있다. 펀드에 출자하는 기관투자가들이 대체투자에 대한 보수적인 기조가 이어지면서 운용사들 전반적으로 펀드 결성이 쉽지 않다는 판단하에 GP 지위 박탈보단 결성 기한 연장을 택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이례적인 상황에 과거 펀드결성에 실패해 위탁운용사 지위를 박탈당한 곳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지난해 펀드 결성에 실패해 기한 연장을 허가받은 운용사들은 새해에도 펀드 결성을 위한 매칭 자금을 구해야 한다. 다만 신규로 기관 출자사업에 위탁운용사로 선정된 곳들과 경쟁을 펼쳐야하기 때문에 내년도 펀드레이징 경쟁은 더욱 심화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2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모태펀드 2차 정시 출자사업 자펀드 결성 시한은 새해 1월 20일까지다. 당초 펀드 결성기한은 지난해 10월까지였으나 결성 시한이 연장됐다. 작년 4월 진행한 모태펀드 1차 정시 출자사업도 공고에 기재한 대로 펀드 결성 기한을 3개월 추가 연장한 데 이어 한 달씩 두 차례 기한을 미뤘다.
한국벤처투자가 추가로 결성 시한을 연장할지도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벤처투자 측은 "1차 정시 출자사업 GP들은 펀드 결성에 큰 문제가 없는 상태로 대부분 펀드 결성을 마무리한 것으로 파악한다"며 "2차 정시 출자사업 자펀드 결성시한은 1월까지로 아직 기한이 남아있다"라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연말에 기관투자자들은 출자 활동을 줄이며 새해 사업계획 수립에 집중하는데, 여기에 인사이동 시기까지 곂치기 때문에 운용사들이 자금을 출자받기는 사실상 쉽지 않은 환경이다.
수출입은행의 상반기 출자사업에 위탁운용사로 선정 운용사들 일부도 펀드 결성 시한을 맞추지 못할 것으로 파악된다.
보건복지부가 백신 자주권 확보를 위해 조성을 추진 중인 'K-바이오·백신 펀드' 또한 결성 시한이 거듭 연장되고 있다. 지난해 중순엔 미래에셋벤처투자·미래에셋캐피탈이 펀드 결성에 실패해 운용사 자격을 반납하는 사례도 있었다. 최근엔 3호 펀드 결성을 위해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을 동원한 채 운용사 선정에 나섰다.
펀드 결성기한 연장에 대한 형평성 논란도 있다.
2022년까지, 펀드 결성을 위한 자금 모집이 어려울 경우 운용사들은 GP 자격을 반납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 경우 페널티를 감수해야 했는데 일례로 모태펀드는 펀드 결성시한 연장 후 자진 철회 등으로 시한 내 조합결성을 완료하지 못하면 선정이 취소된 날부터 1년간 출자사업 참여가 제한된다. 이 같은 이유로 펀드 결성을 해내지 못했음에도 특정 운용사들이 GP 자격을 유지하는 것은 일종의 특혜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같이 펀드 결성기한이 도래한 데 출자기관들이 '만기 연장'을 택하곤 있지만 우려가 없진 않다. 주요 LP들이 지갑을 닫으며 민간자본이 줄어들 수 있단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조성돼야 하는 펀드의 수만 늘어나며 매칭 경쟁이 치열해질 수 있단 지적이다.
국내 한 대형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 관계자는 "다수의 운용사들이 펀드 결성을 못하고 있기 때문에 (주요 출자 기관들이) 얼어붙은 펀드레이징 시장을 감안해 운용사 지위를 반납 받기 보단 결성 기한을 연장하는 방안을 선택하고 있다”며 "새해 펀드레이징 시장 상황이 나아질 수 있는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2023년도 펀드와 2024년도 펀드가 자금 매칭을 두고 경쟁을 해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