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 당혹…"시스템 개발 해놨는데"
폐지하려면 세법 개정해야, 확대된 불확실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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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금융투자소득세(이하 금투세) 폐지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증권가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미 증권사들은 금투세 시행과 관련해 테스크포스(TF)를 구성하거나 세금신고 등 관련 시스템 개발을 완료하는 등 상당한 비용을 들여온 상태다.
지난 2일 윤석열 대통령은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개최된 '2024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 참석해 금투세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언급했다. 개장식에는 국내 주요 증권사 임직원들이 참석했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의 금투세 폐지 언급이 갑작스레 나온 데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분위기였다"라며 "증권사 입장에서는 나오는 규제마다 대비하기 위해 비용을 들여야하는데 손바닥 뒤집듯이 규제가 생겼다가 사라졌다가 한다"라고 말했다.
금투세는 주식, 펀드, 파생상품 등 투자상품에서 발생한 수익이 5000만원을 넘을 경우 부과되는 세금이다. 손실을 내더라도 세금을 내야하는 현행 증권거래세를 대체하기 위해 추진됐다. 2020년 국회가 해당 과세제도를 도입, 시행은 2023년으로 합의됐다. 그러나 2022년 여야 합의에 따라 금투세 시행은 2025년까지 2년 유예됐다.
갑작스런 금투세 폐지 언급에 증권가는 혼란에 빠졌다. 증권사들은 시행에 대비해 시스템을 갖춰놓는 등 비용을 상당히 지출했지만 무용해질 가능성이 대두됐다.
금투세 시행이 유예되기 전부터, 윤석열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해당 과세제도를 둘러싸고 이견을 보였다. 투자자들의 세금 부담 상승으로 국내 투자 유인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정부의 우려와 주식 투자수익이 5000만원 이상인 투자자는 상위 1% 부자기 때문에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민주당의 주장이 맞붙었다.
금투세 시행 여부가 불투명함에도 불구하고, 각 증권사들은 채비에 나서왔다. 금투세가 시행되면 증권사는 반기별로 원천징수하여 신고 및 납부를 해야한다. 여러 증권사를 이용하는 투자자들은 직접 공제 신청을 해야하는데, 이를 감안하면 세금 관련 종합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증권사일수록 투자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 증권사들이 그간 세금관리 시스템을 경쟁적으로 갖춰야했던 배경으로 거론된다.
실제로 NH투자증권은 지난해 중순 고객 세금 관리를 위한 'TAX 플랫폼 서비스'를 업계 최초로 출시했다. 2025년부터 시행 예정이었던 금융투자소득을 미리 진단하고 예상 세금을 파악해 투자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는 것이 그 내용이다.
하나증권은 관련 TF를 구성해 시스템 개발을 완료하고 테스트 서버 구현까지 마친 상태다. KB증권 또한 금투세 시행에 대비해 금융투자소득 원천징수 시스템 개발을 진행했다.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은 TF를 구성해 시스템 대비에 나서려고 했으나 제도 시행이 유예되면서 팀이 해체된 것으로 파악된다. 앞서 2021년에도 법 시행이 불투명한 데 따라 시스템 설비에 적극 나설 수 있는 증권사가 많지 않을 것이란 예측이 많았다.
또다시 금투세 시행이 다시금 불투명해지면서 증권업계는 일부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4월 총선을 앞두고 표심을 얻기 위한 포퓰리즘 성격의 발언이라는 평가도 만만찮게 제기되는 중이다.
한 중소형 증권사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이 금투세를 폐지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췄지만 이를 폐지하려면 국회의 동의를 얻어 세법을 개정해야 한다"라며 "지금으로선 금투세 폐지를 안건으로 올린 수준에 그친다. 그러나 세제정책의 일관성이 흔들리는 등 불확실성은 커졌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