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 에코비트·블루원 매각 등 자구안 제시
윤세영 회장 "채무 상환 기회주면 살려내겠다"
산은 등 채권단 의구심도…워크아웃 난항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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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을 신청한 태영건설이 채권자 설명회에서 경영정상화를 위한 자구안 방안을 제시했다. 태영건설 측이 제시한 자구안에는 TY홀딩스 계열사 에코비트와 블루원을 매각한다는 내용이 담긴 가운데 SBS 지분 활용은 담기지 않았다.
3일 금융권과 산업은행에 따르면 태영건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이날 오후 3시 산업은행 본점에서 채권단 400여곳을 상대로 설명회를 개최했다. 설명회에서는 채권자협의회 구성 및 운영, 태영건설 존속능력평가, PF 사업장 관리기준 수립 등 이달 11일에 있을 제1차 채권자협의회 안건에 대한 설명이 이뤄졌다.
이날 설명회에는 윤세영 창업회장이 참석해 직접 채권단에 입장을 밝혔다. 윤 회장은 그룹 모태인 태영건설이 위기에 빠지자 지난달 5년 만에 최고경영자(CEO)로 복귀했다.
윤 회장은 호소문을 통해 "태영이 이대로 무너지면 협력업체에 큰 피해를 남기게 돼 줄도산을 피할 수 없다"며 "국가 경제 위기의 불씨가 될 수 있다"고 채권자들의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 동의를 요청했다. 그는 "어떻게든 정상적으로 사업을 마무리 짓고 제대로 채무를 상환할 기회를 주면 임직원 모두 사력을 다해 태영을 살려내겠다"고 밝혔다.
이어 "태영건설의 현재 수주잔고는 12조원이 넘으며 향후 3년간 연 3조원 이상의 매출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영업이익률도 4%로 동종업계 상위권 회사들 평균보다 좋다"고 말했다. 또한 태영건설 협력사는 당초 정부가 발표한 581곳보다 2배 많은 1075곳에 달하며 우발채무는 언론에 알려진 것보다 작은 2조5000억원이라는 점도 설명했다.
이날 태영건설은 '경영정상화 사업계획서'를 통해 경영정상화 방안을 밝혔다. 태영 측은 보유자산 매각, 강도높은 구조조정, 사업정상화 등 3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보유 부동산과 투자주식을 매각하거나 담보로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조직과 인력을 구조조정해 비용을 절감하고, 재무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입장이다.
태영건설은 종합환경기업인 에코비트, 골프장 운영업체 블루원 등의 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에코비트는 2021년 태영그룹의 TSK코퍼레이션과 KKR의 에코솔루션그룹을 합병해 만들었다. TY홀딩스와 KKR이 지분을 50 대 50으로 갖고 있다.
블루원은 윤세영 창업회장의 딸 윤재연 대표가 경영을 맡고 있다. 오너 일가가 12.26%의 지분을, TY홀딩스가 나머지 87.74%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TY홀딩스의 최대주주는 윤 회장으로, 지분은 25.2%다. 평택싸이로 지분 62.5%를 담보로 제공한다는 자구안도 설명회에서 제시됐다.
아울러 태영그룹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1548억원을 태영건설에 지원할 예정이다. 태영건설의 최대주주 TY홀딩스는 지난달 워크아웃 신청 당시 태영건설의 자구안으로 태영인더스트리 매각을 통해 2400억원을 조달, 해당 상거래채권 결제 자금으로 사용할 것을 제시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태영건설 워크아웃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분위기도 전해진다. 산은은 이날 설명회에서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1500억원 중 400억원밖에 들어오지 않아서 워크아웃 진행에 난항이 예상된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진다.
시공순위 16위의 중견기업인 태영건설은 지난해 12월 28일 부동산 PF에 따른 대출금 상환 문제로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은 신용 공여액 기준 채권단 75%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채권단에 강도 높은 자구 계획을 제공하지 않는다면 워크아웃 개시가 어려워진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진행 여부는 오는 11일 열리는 1차 채권단협의회에서 결정된다.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에 들어가지 못하면 법원의 회생절차(법정관리)에 돌입할 가능성이 커진다. 회생 절차는 워크아웃과 달리 협력업체 공사대금 등 상거래채권까지 모든 채권이 동결된다.
오늘 태영 측이 발표한 자구안에는 SBS 지분 활용 방안이 담기지 않았다. 앞서 태영건설 측이 이미 SBS 지분 매각이나 담보 제공 가능성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시장에선 채권단 설득이 어려워질 경우 결국 SBS의 지분을 담보로 대출받거나 지분을 일부 매각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는 시선도 많다. 채권단 일각에서는 주요 계열사인 SBS 지분을 최소한이라도 내놓는 성의를 보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