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자 입장에선 인적분할 후 신주 인수 유리
화물사업과 함께 떠안을 부채 규모에도 관심
구주 매각에 부채도 많으면 인수자 부담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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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경쟁당국(EC)의 기업 결합 심사발표가 눈앞으로 다가왔지만 중요 과제인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매각의 윤곽은 아직도 안갯속이다. 대한항공은 화물사업을 분할해 넘기면서 얼마간의 돈도 챙길 수 있는 구주 매각 방식을 선호하지만 정상화 비용까지 따져야 하는 원매자들은 인적분할 후 신주 인수 방식이 유리해 입장이 다르다.
화물사업부에 어느 정도의 부채가 딸려 오느냐도 거래의 중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재무 여력이 충분치 않은 저가항공사(LCC)에 막대한 부채까지 얹어지면 유효한 경쟁자로서 기능하기 어려워진다.
3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EC는 이르면 이달 중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인수 후보들과 심층 인터뷰를 진행할 예정이다. 에어프레미아, 에어인천, 이스타항공 등이 원매자로 거론되고 있다. EC는 내달 14일까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삼사를 잠정 결론 내리겠다고 밝혔는데 화물사업 매각 사전 작업도 중요한 평가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 준비 초기부터 원매자에 '물적분할' 가능성을 내비쳐 온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를 물적분할 해 100% 자회사로 만든 후 지분 전량을 원매자들에게 매각(구주 매각)하겠다는 것이다. 이 경우 화물사업부를 대한항공과 완전히 절연할 수 있고, 구주 매각 대금도 대한항공 측에 유입된다.
원매자 입장에선 화물사업부 구주를 인수하는 것보다 증자를 통해 신주를 받아오는 것이 유리하다.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은 팬데믹 시기 안정적인 현금을 창출했지만, 독립 후에는 항공기 교체나 시스템 정비에 대규모 자금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구조조정 기업을 인수하는 입장에선 구주 인수 비용을 회사 정상화에 쓰게 해달라 요청할 만하다.
대한항공은 산업은행의 도움으로 별다른 지출 없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남의 돈으로 사업 경쟁력을 키우는 상황인데, 화물사업부까지 돈을 받고 파는 것이 적절하느냐는 지적이 제기될 수도 있다. 이 외에 항공 면허 유지의 편의성을 고려하면 회사를 분할하는 것보다 면허가 있는 쪽에 바로 사업을 넘기는 방식(사업양수도)이 나을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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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에 어느 정도 부채가 얹어지느냐에 따라서도 인수자의 부담이 달라진다.
2023년 3분기 기준으로 아시아나항공 부채총계는 12조6500억원, 부채비율은 2100%가 넘는다. 같은 기간 화물사업부의 누적 매출은 1조1354억원, 전체의 20%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사업 비중을 고려했을 때 화물사업에 딸릴 부채가 수조원에 이를 가능성도 있다. 회사의 작년 상반기 기준 총 리스 부채는 4조3000억원이고, 이에 대한 연 이자만 2000억원대에 이른다.
LCC의 체력 상 막대한 부채와 금융비용은 부담하기 어렵다. 이에 대한항공은 화물사업 분할 시 인수자의 부채 부담을 최대한 줄이는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의사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더라도 항공기 금융에 연계된 부채는 함께 받아와야 하기 때문에 인수자의 부담이 가볍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인수자의 사업 안정성을 해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EC는 단순히 화물사업을 정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화물사업 인수자가 대한항공의 유효한 경쟁자로서 계속 존재할 수 있는지를 살피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전해진다. 자금력과 사업 네트워크가 부족한 LCC에 과도한 재무부담이 지워지는 구조라면 EC의 시각이 더 깐깐해질 가능성이 크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회사 재정 상태가 괜찮고 충분한 영업이익이 나면 굳이 신주를 인수할 필요가 없다"며 "결국 화물사업부의 실질적 영업이익과 부채가 핵심인데 2월 중순 투자설명서(IM)가 나오고 실사를 거쳐야 유불리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 측은 "(매각 방식 등이 포함된) 시정조치안 세부 내용은 외부에 공개힐 수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