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로 나선 국내 금융사 및 개인 손실 현실화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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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금융사 및 개인투자자들이 해외부동산 손실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해, 손실이 예상되는 펀드를 간신히 만기 연장했지만 올해도 고금리 부담이 이어질 전망이다. 삼성 금융 계열사가 인수에 뛰어든 독일 프라임 오피스조차 리파이낸싱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업계의 긴장감이 높다.
3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9월 삼성SRA자산운용은 독일 프라임 오피스인 코메르츠방크 사옥 리파이낸싱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진다. 코메르츠방크 사옥은 삼성생명·화재·증권·SRA운용 등 계열사가 2016년 약9000억원에 인수한 최고급 오피스 빌딩이다. 2017년 네덜란드 투자은행(IB) ING로부터 약3억4000만유로(약 4900억원) 규모의 대출을 받은 바 있다.
당초 삼성SRA자산운용은 펀드 만기가 도래함에 따라 오피스빌딩을 매각하려고 했으나 녹록지 않은 환경 탓에 이를 철회, 리파이낸싱으로 선회했다. 다만, 현지 대주단측에서 LTV(자산 가격 대비 대출 비율)를 낮춰줄 것을 요구했다. 상업용 부동산 익스포저 감소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현지 대주단이 대출금을 줄이면서 투자자 입장에서 추가 출자가 필요해졌다. 수백억원이 급히 필요해진 삼성SRA자산운용은 염전 사업이 모태인 패밀리오피스, 성담을 찾아갔다. 투자금의 12%를 이자로 약속하고 우선주 투자를 받았다. 사실상 고금리에 돈을 빌린 셈이다. 만기 역시 3~6개월 정도로 짧은 것으로 알려진다. 성담이 우선적으로 배당을(임대료) 수취하면서 기존 투자자들의 배당 수익률은 훼손된 것으로 보인다.
관련업계에선 삼성 금융 계열사가 인수할만큼 최고급 오피스로 알려진 독일 최고급 오피스마저 급전을 찾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불안감이 퍼지고 있다. 금리 인하 전망이 나오는 올해 역시 상황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미국, 유럽 등 해외 부동산에 투자를 한 국내 금융사 및 개인투자자들은 손실 가능성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작년까지 만기 연장등으로 버텼던 해외부동산 펀드들도 올해는 손실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임시방편으로 만기를 연장하긴 했지만, 상황이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
예컨대, 독일 트리아논 빌딩과 관련, 이지스자산운용이 대주단과 협의해 EOD(기한이익상실) 선언을 2월까지 미뤘지만, 아직까지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이 2018년에 투자한 런던 캐논브리지하우스 오피스빌딩은 올해 상반기에 만기가 다시 도래한다.
금리 인하 전망이 나오긴 하지만, 해외 상업용 오피스 빌딩의 침체는 사회구조적 변화에서 비롯됐단 분석이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재택근무가 확산되면서 상업용 오피스 빌딩의 공실률이 상승했고 이에 자산가치 하락은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미 상업용 부동산 위기는 세계 곳곳에서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 11월 자산가치가 38조원대에 이르는 오스트리아의 거대 부동산 기업 시그나그룹 지주사도 지난해 법원에 파산신청을 냈다. 외신에 따르면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미국 상업용 부동산 담보 대출 규모는 1170억달러(약 151조원)로 집계돼, 추가 가격 하락, 매물 출회 등의 현상이 이어질지 이목이 쏠린다.
이에 대해 삼성SRA자산운용 측은 "구체적으로 확인해주기 어렵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