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리스크에 시달리는 신세계건설…PF 부실 경고음
입력 2024.01.08 07:00
    자체 브랜드 '빌리브' 대부분 미분양 위험 지역인 대구에 집중
    헤리티지, 루센트, 라디체는 20% 초반 분양률
    지난해 3분기 기준 공사 미수금 전년 동기 대비 190%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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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NEXT 태영'에 시장의 주목도가 쏠리고 있는 가운데, 신세계건설의 미분양 리스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기업평가가 주요 건설사 중 분양위험이 가장 높은 건설사로 '신세계건설'을 꼽으면서다.

      지난해 11월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각각 신세계건설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A) 전망을안정적에서부정적으로 변경했다. 분양실적 부진과 이로 인한 미수금에 대한 대손인식 등으로 영업적자가 지속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신세계건설의 '미분양 리스크'는 주요 건설사 중 가장 심각한 상황으로 평가 받는다. 지난해 9월말 기준 지식산업센터를 제외한 신세계건설 사업장의 평균 분양률은 53%이다. 건설업계에서는 일반적으로 분양률이 70%를 넘어야 건설대금을 회수할 수 있다고 여긴다.

      신세계건설의 사업 현장은 '미분양 위험 지역'으로 꼽히는 대구에 집중돼 있다. 신세계건설의 자체 아파트 브랜드인 '빌리브'의 공사가 진행 중이거나 완료한 사업장은 25곳으로, 이중 10곳이 대구지역에 위치해 있다.

      특히 대구 수성4가 빌리브 헤리티지(22.6%), 대구 칠성동 빌리브 루센트(21.6%), 대구 본동 빌리브 라디체(22.9%)는 지난해 9월말 기준 20% 초반의 분양률을 기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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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지난해 8월 준공된 빌리브 헤리티지는 미분양에 시달리다 결국 지난해 11월 1400억원대 PF대출 만기 연장에 실패하며 대주단으로부터 EOD(기한이익상실) 통보를 받았다. 지난달 26일까지 한 달 간의 채무상환 유예기간이 주어졌으나 대출 상환에 실패했고, 현재 공매 진행 여부가 논의 중이다. 

      한기평은 보고서를 통해 "다수의 프로젝트가 분양위험이 높은 대구에 위치한 점을 감안하면 추가 대손인식 가능성, 공사대금 회수 지연에 따른 현금흐름 저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당분간 과중한 재무부담이 지속될 전망"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해당 사업장의 PF대출 만기 연장이 실패한 이유로 '후분양' 방식이 지목된다. 후분양 방식은 전체 공정의 60~80% 이상이 진행된 후 분양 절차에 돌입하는 방식이다. 후분양은 수요자 입장에선 실물을 보고 청약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악성' 미분양의 원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입주를 시작한 후에도 미분양이 이어지면 '완판'이 어렵고, 미분양에 따른 낙인효과도 있기 때문이다. 대규모 미분양 사태로 홈쇼핑 광고까지 진행한 두산건설의 일산 두산위브더제니스 사례가 대표적이다. 

      최근 대구 외에도 부산 명지지구 아파텔(분양률 47%), 서울 연신내의 오피스텔 단지인 '빌리브 에이센트'(분양률27.7%)등도 미분양이 심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빌리브 에이센트'의 경우에는 대주단에게 자금보충약정 및 채무인수약정을 제공하고 있다.

      미분양 사업장이 많은 까닭에 신세계건설의 공사대금 회수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2023년 3분기 신세계건설의 공사미수금(이미 공사에 들어갔지만 공사비를 받지 못한 금액)은 2658억원에 달한다. 이는 2022년 3분기 917억원 대비 약 190% 증가한 수치다. 

      미수금 규모가 커지면서 신세계건설은 지난해 영업손실 120억원을 기록해 적자전환했고 3분기까지 누적 영업적자 규모는 903억원으로 불어났다. 

      신세계건설 관계자는 "신세계건설 자체적으로 선택과 집중을 통한 수익성 위주의 우량사업 발굴을 통해 업황에 대응하고, 빠른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이달 내 신세계영랑호리조트'를 흡수합병해 재무구조의 안정성이 높아질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