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기 물량 55조 역대급…비용 절감 위한 단기채 발행 영향
채안펀드 10조 증액에도…A+ 미만 캐피탈사는 대상 제외
그룹 지원 기대 못하는 중·소형사들 조달 고민 깊어질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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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 사태의 여파로 여전채(캐피탈채) 시장 경색에 대한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캐피탈채 물량만 약 55조원 수준인데, 여전채에 대한 시장의 투심이 악화하면서 차환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관측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캐피탈채의 물량은 54조5034억원 수준이다. 2021년 약 28조원에 불과했던 만기 도래 규모의 2배에 가까운 수치로, 지난해 고금리 기조에 조달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발행량을 늘렸던 1~2년짜리 단기채권이 '부메랑'이 돼 돌아왔단 평가다.
캐피탈업권 전반의 유동성 지표가 하락하며 조달 압박이 심화하고 있지만, 금융지주 계열의 우량 캐피탈사는 상대적으로 상황이 양호하단 설명이다. 리스크가 큰 브릿지론보다 본PF에 대한 대출 비중이 높고, 비상시 그룹 차원에서의 유동성 지원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중·소형 캐피탈사들은 PF 리스크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놓인 '뇌관'으로 꼽힌다. 여전사의 특성상 회사채와 기업어음(CP)만으로 자금을 조달해야하는데, 수요예측 과정에서 물량을 채우더라도 높은 금리를 감수해야할 전망이다. 신용등급이 낮아 당국의 지원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태영건설이 재작년 말 레고랜드 사태처럼 크레딧 시장 전반에 걸쳐 큰 영향을 주진 않겠지만, PF 익스포저가 큰 금융사들에는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브릿지론 중·후순위 비중이 높고 자금 조달 방안이 제한적인 캐피탈사 중에서도 하위권 회사들이 직접적인 영향권에 놓일 것으로 보고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동성 위기에 취약한 2금융권에 대한 조달 여건이 악화할 것이란 전망이 고개를 들면서, 금융당국은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10조원 증액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안펀드는 은행과 증권, 보험사 등 금융기관이 공동 출자해 우량 금융채와 회사채 등에 투자해 유동성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다만 증액이 이뤄진다 하더라도 중·소형 캐피탈사들은 수혜를 누릴 수 없을 전망이다. 채안펀드는 현재 공모채의 경우 신용등급 AA- 이상, 여전채의 경우 A+ 이상 채권만 매입할 수 있는데, 대다수 중·소형 캐피탈사들의 신용등급이 A+를 밑돌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신평3사는 하반기 정기평가를 마무리하며 이 과정에서 엠캐피탈과 오케이캐피탈, 에이캐피탈 등의 캐피탈사에 대한 장·단기 신용등급과 전망을 하향 조정한 바 있다. 등급이 하향 조정된 캐피탈사들은 공통적으로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PF 대출 비중이 높고, 특히 브릿지론 비중이 본PF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기업평가가 4일 기준 유효 회사채 신용등급을 부여한 21개 캐피탈사 중 33%에 달하는 7개사가 현재 채안펀드 매입 대상 기준을 하회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4.9%까지 올랐던 여전채 금리(AA+, 3년물)는 올해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으로 12월 말 3% 후반대까지 낮아졌다. 하지만 태영건설을 시작으로 PF 부실 옥석가리기가 본격화하면 금리가 재차 오를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웰컴캐피탈은 최근 연 10%대 금리로 사모채를 발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캐피탈사 관계자는 "올해는 지난해보다 조달 여건이 더 악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회사채 발행뿐만 아니라 모회사 지원 등 조달 방안을 넓게 열어두고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태영건설 사태의 여파로 시장에서 캐피탈업계에 대한 건전성 및 유동성 우려 목소리가 커지자 여신금융협회는 4일 보도자료를 내고 진화에 애쓰고 있다. 한 여신협회 관계자는 "최근 캐피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은 사업 여건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지만 손실흡수능력과 재무건전성을 고려할 때 충분히 감내할 수준"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