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 밑도는 주가에 매각 부담…주주환원 압박 분위기
환원 늘리자니 당국 눈치봐야…신한금융 고민 이어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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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금융지주는 지난 수년간 적극적으로 사모펀드(PEF) 투자를 유치해 왔다. 오랫동안 주요 주주로 있는 글로벌 투자사 블랙록 외에도 2019년부터 IMM PE에 이어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베어링PEA까지 새 주주로 초빙하며 자본을 확충했다.
신한지주의 주주 초빙 행보가 점점 청구서로 돌아오는 모습이다. PEF 주주들의 수익률을 위해선 주가가 올라야 하지만, 국내 금융지주사 주가는 몇 년째 지지부진하다. 배당 확대를 통해 투자자의 회수를 지원하자니 현 정부의 금융 정책 기조와 거리가 멀어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블랙록은 2016년 신한지주 지분 5%를 매수하며 2대 주주(현재 5.64%)가 됐다. IMM PE는 2019년 7500억원을 들여 신한지주 지분 약 3.7%를 샀고, 이듬해 오렌지라이프(현 신한생명)가 보유하고 있던 신한지주 보통주 1000억원치도 인수했다. 블라인드펀드(로즈골드 4호) 자금 약 2500억원과 공동투자펀드(로즈골드 4호 알파) 자금을 활용했다. 어피너티와 베어링PEA도 2020년 신한지주에 공동으로 1조원 이상을 투입했고 현재 각각 3% 이상의 지분을 들고 있다.
최초 우선주 형태로 투자했던 IMM PE 보유 지분은 매각 가능한 보통주로 전환돼 있다. 보통주를 사들였던 다른 PEF 주주들의 주식도 매각에 걸림돌이 없는 상황인데, 최근 주가에서는 매각 카드를 꺼내기 쉽지 않다.
신한지주 주가는 3만7000원 수준을 오가고 있다. 처음 주당 4만2900원(추가 투자는 주당 2만8000원)에 투자한 IMM PE는 물론, 주당 2만9600원에 신한지주 주식을 사들인 어피너티와 베어링PEA에도 만족스러운 주가는 아니다. 각 PEF마다 아픈 손가락들이 있는 만큼 신한지주 투자에서 안정적인 회수 성과가 필요한 상황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준 금리가 오르면 은행 이자와 마진이 올라 PBR(주당순자산비율)도 올라야 하는데 국내 지주들은 정부 규제로 투자 가치가 낮다"며 "신한지주 주가가 부진한 터라 PEF 주주들도 쉽사리 회수 계획을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당장 주가가 아쉬우니 PEF 주주들은 지분 매각보다는 다른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베어링PEA는 2022년 신한지주 인수금융 규모를 2800억원에서 5800억원까지 늘렸고, 일부를 투자자 배당 재원으로 활용했다. 당시 신한금융 주가는 3만5000원 수준을 오갔다. 4%대 금리로 빌린 인수금융 만기가 남아 있었지만, 5%대 금리를 감수하더라도 투자금 일부를 빨리 돌려주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현재 시장 상황에선 자본재구조화(리캡)를 통한 회수는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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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수 카드가 마땅찮은 PEF 주주들은 신한금융의 배당 확대에 기대를 걸어야 한다. 증권가에 따르면 2023년 연간 기준 신한지주의 주주환원율은 36%다. 이는 분기배당(주당 525원)과 연간 배당금(주당 2100원, 배당수익률 5.2%) 및 자사주 소각 5000억원어치를 포함한 예상치다.
PEF 주주들은 자사주 매입·소각과 주주 배당을 합쳐 주주환원율 50% 수준을 기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투자 유치 과정에서 기존 주주들과 마찰을 빚었던 사례도 있었던 만큼 신한지주 입장에선 PEF 주주들의 바람을 도외시 할 수만은 없다. 사모펀드 주주들의 요구를 수용해 대량 매도(오버행)로 인한 주가 급락 위험도 피해야 한다.
그러나 신한지주가 마냥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기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금융감독당국은 은행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며 충당금 확대와 상생금융 등을 압박하고 있어, 주주환원율을 해외 은행주처럼 50~60%까지 늘리라는 주주들의 요구를 이행하기 쉽지 않다.
자사주 매입 및 소각 카드도 당국 눈치를 봐야 한다. 당국은 올해부터 고금리 장기화 등 위기 상황을 가정한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은행은 의무적으로 자본을 더 쌓게 하는 '스트레스 완충자본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 손실흡수능력을 위해 자본을 쌓아야하는 지주들이 자사주 소각을 늘리기 쉽지 않다. 최근 불거진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지급보증 리스크도 변수다.
신한지주 측은 "당장 사모펀드 주주들이 회수하려는 의사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주주환원 요구에 따라 주주환원율을 중장기적으로 40%까지 늘리고, 자사주 소각도 분기 배당 때마다 자금 사정을 고려해 진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