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성장실 조직 구성 한창…M&A 전문가 등 배치
신사업 성과 기대되지만 투자 여력 있을진 미지수
지주 내 교통정리·그룹 포트폴리오 조정도 과제로
-
롯데그룹 3세 신유열 전무가 'CES 2024'에 모습을 드러내는 등 본격 경영 행보에 나서고 있다. 신 전무가 이끌 미래성장실 조직 구성이 한창인 가운데, 그룹 내 전문가들이 배치되면서 해당 조직이 향후 그룹의 방향타 역할을 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다만 현재 롯데 그룹의 여력이 넉넉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당분간 신사업 확장이나 투자보다는 그룹 포트폴리오 조정 등 정비 작업이 선행될 것으로 점쳐진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지주는 올해 정기 인사에 따른 후속 작업을 진행 중이다. 신동빈 롯데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전무가 이끄는 ‘미래성장실’도 구성이 한창이다. 지난 정기 임원인사에서 신 전무는 그룹 신사업을 총괄하는 보직을 맡으며 승진했다. 이를 위해 롯데지주는 미래성장실을 신설하는 등 맞춤형 조직 개편에 나선 바 있다. 신 전무는 롯데바이오로직스의 글로벌전략실장도 겸임하고 있다.
현재 지주의 ESG경영혁신실 산하 신성장1팀에서 그룹의 M&A(인수합병)를 담당하던 서승욱 상무가 미래성장실로 옮겨 측근에서 신 전무를 보좌할 예정으로 전해진다. 컨설팅사 PwC출신인 서승욱 상무는 롯데케미칼 이노베이션센터장을 거쳐 롯데지주 신성장1팀장을 맡고 있다. M&A 전문가로 롯데지주 최연소 팀장 기록을 가지고 있다. 서 상무는 2018년 당시 롯데 금융사 매각 작업에 참여했고, 2020년엔 롯데의 두산솔루스 지분 투자를 진두지휘했다.
미래성장실이 사실상 그룹의 승계 작업 초석 마련에 핵심 역할을 해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M&A 전문가를 필두로 그룹의 투자 주축이 되지 않겠냐는 관측이다. 롯데 측은 조직 개편 계획과 함께 미래성장실이 그룹 중장기 비전과 신성장 동력 발굴, 미래 신사업 확대의 중책을 수행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신 전무는 최근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인 ‘CES 2024’에 참석해 롯데정보통신 부스를 방문하는 등 외부 노출을 늘리고 있다.
롯데지주 측은 조직 구성과 관련해 “지난 연말 인사 후 사내 조직 정비가 아직 진행중이며 미래성장실도 구성이 완료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미래성장실은 신사업 발굴 기능과 더불어 신 전무의 승계 작업을 보필하는 역할도 강화할 전망이다. 신 전무가 롯데케미칼 일본지사 상무로 재직했을 때부터 2~3명 규모의 팀장급으로 꾸려진 조직이 측근에서 신 전무를 보좌해온 것으로 파악된다. 신 전무가 한국어보다 일본어와 영어에 능통하다보니 보좌 팀이 국내 소통을 적극 도울 것으로 관측된다. 신 전무의 본격 국내 경영 행보에 대비해 일부 임직원들이 미리 준비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미래성장실 조직 구성이 완료되고 본격 기능을 시작하면 기존에 그룹 컨트롤타워 기능을 담당하던 ESG경영혁신실과의 교통 정리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ESG경영혁신실은 산하에 신성장1팀~3팀, 전략팀, 기획팀, ESG팀으로 구성됐으며 그룹 사업포트폴리오 조정, 신성장 동력 발굴, M&A 검토 등을 담당해왔다. 신 전무의 미래성장실이 신사업 투자, M&A 등의 기능에 집중하면, ESG경영혁신실은 향후 그룹 포트폴리오 조정 등 전략 측면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지주 측은 미래성장실과 별개로 기존 조직들은 유지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신유열 전무를 보좌할 신설팀 구성을 마치면 본격적으로 신 전무의 ‘치적 쌓기’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롯데 그룹의 중요한 딜들은 신 전무와 해당 팀이 관여할 텐데, 실제 딜 진행은 지주 내 기존 팀들이 하더라도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롯데는 그룹 차원에서 신사업으로 헬스케어·바이오·배터리 소재 등을 내걸고 있다. 신 전무에 지휘봉을 맡기긴 했지만 당장 투자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많다. 신사업 발굴을 위해서는 결국 투자에 나서야하고, 지주 측에서 이끈다고 해도 결국 계열사를 동원해야 하는데 현재 M&A 여력이 있는 곳이 많지 않다는 평이다.
롯데는 지난 4~5년간 매각 등을 통한 회수보다는 투자 기조를 이어왔지만 아직은 성과가 발현하지 않고 있다. 롯데정밀화학의 두산솔루스(현 솔루스첨단소재) 투자, 롯데쇼핑의 한샘 투자 등은 시간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롯데케미칼의 경우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부담을 줄여나가야 한다.
그룹의 양축인 롯데쇼핑과 롯데케미칼이 실적 부진을 겪고 있고 PF시장 위기로 롯데건설도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여야 한다. 과거 롯데헬스케어를 필두로 M&A 등 투자에 나서려고 했으나 롯데건설발 유동성 위기로 무산됐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식품 쪽이 그나마 양호한 성적을 거두고 있지만 식품 계열에서 ‘접점이 적은’ 분야 투자를 하면 시장을 설득시키기 어려울 것이란 평이다.
자금 유용 여건상 일본 쪽을 활용한 신사업 발굴을 꾀할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한다. 신 전무가 일본쪽에서 먼저 그룹 경영 입지를 다져오기도 했다. 앞서 신 전무는 일부 일본 내 회사들을 통해 실질적으로 그룹 경영을 관리해 왔다고 알려진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신 전무가 미래성장실을 담당하면서 형식적으로 신사업 등을 보긴 하겠지만, 현재 자금을 댈 수 있을만한 계열사들이 많진 않다”며 “당장 대형 딜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고, 결국 기존 사업들 포트폴리오 조정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