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1심 재판이 핵심 변수
'미래 먹거리' 바이오젠 사업부 인수 올해 윤곽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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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올해 대형 M&A 가능성'을 시사했다. 삼성전자가 3년 연속 'M&A 계획'을 밝히고 있지만 아직 괄목할 성과가 없다 보니 시장의 기대감은 크지 않은 분위기다. 다만 이번달 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1심 선고가 예정돼 있어 재판 결과가 삼성 '빅 딜' 의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미래먹거리 발굴 등 주요 경영상 결정은 재판 이후에야 본격적으로 그려나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앞서 이달 9일(현지시간)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24 현장 기자간담회에서 “M&A 환경이 예전보다 나아진 것은 없지만 기존 사업 강화와 미래 사업 발굴을 위해 지속해서 M&A를 검토하고 있다”며 “삼성의 리더십을 정하기 위한 대형 M&A는 착실히 준비하고 있다. 올해는 (대형 M&A) 계획이 나올 것으로 희망한다”고 밝혔다.
한 부회장은 지난해 CES에서 "보안문제로 자세히 말하진 못하지만 (M&A가) 잘 진행되고 있다"며 "삼성이 사업 발전을 위해 인수합병 노력을 하고 있단 걸 알아달라"고 언급했다. 2022년 CES에선 "혼자 걷는 것보다 M&A가 나은 선택이라면 그렇게 하겠다"며 "조만간 좋은 소식이 나올 것 같다"며 M&A 가능성을 암시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이 거듭 M&A 계획을 발표하고 있지만, 반복되는 ‘공수표’에 시장의 기대감이 크진 않은 분위기다. 그동안 그룹 경영진 수뇌부들이 대형 거래에 보수적인 입장이라는 평이었는데, 대부분 올해 인사에서 유임됐다. 오너의 ‘사법 리스크’가 계속되면서 사실상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 힘들다는 평이 일반적이기도 했다.
다만 올해는 이달 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재판 결과가 어떻게 나오냐에 따라 그룹 경영 기조가 크게 바뀔 수 있다는 관측이 많다.
오는 26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제일모직-삼성물산의 부당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사건 1심 선고가 예정돼있다. 지난해 11월 검찰은 이 회장에게 징역 5년과 벌금 5억원을 구형한 바 있다. 3년 2개월여간 심리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여러 복잡한 사안들이 판결에 반영될 예정이기 때문에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이 회장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와도 검찰이 불복하면 대법원 확정 판결까지 3~4년 이상이 또 소요될 수 있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5년’을 구형한 점을 고려하면 이번 1심 선고에서 이재용 회장에 ‘크게 불리한’ 판결이 나올 가능성은 적다고 보는 시각들도 있다.
이재용 회장은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 회장은 이번 CES를 방문하지 않았는데, 선고기일을 앞두고 CES 출장은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앞서 이재용 회장은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의 부산 방문에 동행했고, 올해 초에는 윤 대통령이 참석한 2024년 경제계 신년 인사회에 모습을 보인 바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삼성은 사실상 이달 이재용 회장 재판까지 M&A 등 대부분의 주요 업무가 ‘올스톱’ 되어 있는 분위기”라며 “지난해 검찰이 5년을 구형하기도 했고, 총선도 다가오는 점을 고려하면 재판부에서도 부담이 있으니 집행유예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AI, 6G 등 미래먹거리 발굴뿐 아니라 현안도 산적해 있다.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이 6조원대를 기록했는데, 이는 15년 만에 최저치다. 이러한 상황에서 오너의 ‘사법 리스크’가 장기화한다면 경영 정상화가 이뤄지기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많다. 올해 의미 있는 M&A가 진행될 수 있을지도 1심 이후에야 방향을 볼 수 있다는 관측이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규모가 작은 M&A는 이어왔다. 최근 3년간 260여 개 회사에 투자를 진행했다. 음악 전문 플랫폼 ‘룬’을 인수하고, 로봇 전문 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 등에 지분 투자를 했다. 다만 삼성전자는 2017년 전장 자회사 ‘하만’을 인수한 후 8년째 대형 M&A 소식이 멈춰 있다. 과거 삼성전자의 NXP 인수 혹은 ASML 등에 대한 대규모 투자 가능성이 시장에서 거론되기도 했지만 실현되진 못했다.
그나마 시장의 기대가 남아 있는 분야는 바이오 부문이다. 삼성그룹에서 바이오 산업이 중요한 화두가 된 지 오래인데, 반도체를 이을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그룹 차원에서도 일찌감치 육성에 공을 들여왔다.
올해 바이오에서 ‘빅딜’이 윤곽이 그려질 지 주목된다. 삼성은 지난해 8월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미국 바이오젠(Biogen) 바이오시밀러 사업부 인수 추진에 나선 바 있다. 바이오젠은 세계 첫 알츠하이머 치료제인 ‘레켐비’를 개발한 회사로, 지난해 바이오시밀러 사업부 매각에 나섰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입장에서도 해외 영업조직을 확장할 좋은 기회로 보고 인수 추진에 나섰다.
다만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젠 사업부 인수를 낙관하기는 어렵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해 자문사를 선정하고 인수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현재 의미있는 진전이 있진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이재용 회장이 바이오젠 사업부 인수를 중요 의제로 챙기기도 했고 삼성전자 사업지원TF에서도 힘을 보탠 점을 고려하면 사법 리스크가 어느 정도 정리되면 협상에 속도가 붙지 않겠냐는 관측도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삼성도 M&A로 보면 여러가지 볼 만한 분야들이 있는데, 아직까진 큰 딜보다는 작은 딜들을 보고 있는 분위기”라며 “바이오젠 딜은 아직 살아있는 분위기지만 매각자 측에서 복수의 후보들과 협상 테이블을 차렸기 때문에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