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 몸값 15조~20조 언급되자
자본 확충 방안 고심하던 케이뱅크
상장 기대감 커지며 상황 '예의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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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그룹주가 다시 자본시장의 주목을 받는 가운데 케이뱅크도 수혜를 보게 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상장(IPO) 적기를 살피는 케이뱅크에 있어 가장 확실한 비교기업(peer group)인 카카오뱅크의 주가 상승은 공모 규모를 키울 기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토스(비바리퍼블리카)의 몸값이 20조원까지 거론되며 핀테크사의 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는 점도 호재로 꼽힌다.
케이뱅크는 지난 2021년 진행한 1조25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재무적투자자(FI)들은 드래그얼롱(동반매각청구권), 풋옵션(조기상환청구권) 등 조건과 함께 일정 수준의 수익률도 보장받았다. FI가 원만히 자금을 회수하기 위해선 케이뱅크 상장 과정에서 5조원 안팎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아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증자 5년 내 상장하지 못하면 FI 측 지분을 케이뱅크 대주주인 BC카드가 사줘야 한다.
작년 3분기 기준 케이뱅크의 총여신 규모는 12조8083억원으로 토스뱅크(11조1877억원)와 비슷하고 카카오뱅크(37조618억원)의 3분의 1 수준이다. 성장을 위해 자산을 늘리면서도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을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자본 확충이 필수적이다. 지난 3분기 기준 케이뱅크의 총자본비율은 13.91%로 카카오뱅크(30.67%)는 물론 20개 은행 평균치(16.61%)보다 낮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주문하는 중·저신용자 대출 공급 목표치(30%)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자본을 조달해야 하는 상황이다. 케이뱅크의 지난해 11월 말 기준 중·저신용자 대출 잔액은 2조1929억원으로 2026년까지 2조7703억원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케이뱅크는 외형성장을 위해 IPO를 통한 자금조달이 절실한 상황이다. 다만 원하는 몸값을 인정받기 어려운 대내외 환경에 작년 2월 상장 작업을 중단한 바 있다. 이후 상장 재추진이 녹록지 않자 추가 자본 확충을 위해 프리IPO 등 다양한 방법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한 FI 측 관계자는 "일단 상황이 여의치 않으니 시장 상황을 살피며 상장 전략을 짜기로 했다"고 말했다.
자본시장 침체가 이어지며 당분간 케이뱅크 등 대어(大魚)들이 증시에 입성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았는데 최근 들어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일부 테마주가 먼저 투자금을 끌어당겼고 이후 중대형 사들도 상장을 검토하거나 채비에 나서는 분위기다. 올해는 금리 인하 기대감 등이 더해져 상장에 유리한 환경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케이뱅크 입장에선 대표 비교군인 카카오뱅크의 주가 상승도 반갑다. 12일 카카오뱅크는 2만9400원에 장을 마감했다. 모회사 카카오 경영진이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인수 과정서 시세조종 의혹으로 당국의 조사를 받으며 카카오뱅크 주가도 1만8000원 아래까지 하락했지만 현재 52주 최고치(3만800원)를 향해 가고 있다.
12일 종가 기준 카카오뱅크의 PBR은 2.35배로, 케이뱅크의 지난 3분기 순자산 1조8729억원에 대보면 약 4조4000억원의 기업가치가 된다. 카카오뱅크 주가가 조금만 더 힘을 쓰면 케이뱅크가 상장을 추진할 환경이 갖춰질 것으로 보인다.
주관사 선정 작업에 돌입한 토스를 두고 증권사들이 할인 적용 전 기업가치로 15조~20조원을 제시한 것 역시 케이뱅크가 환영할 소식이다. IPO 시장 대어인 토스의 높은 예상 가치만으로도 관련 기업 주가가 꿈틀거리는 상황에서, 토스가 성공적으로 상장 작업을 완수한다면 케이뱅크가 상장하기 적절한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케이뱅크는 적절한 시점에 IPO에 재도전하겠다는 입장이다. 한 케이뱅크 관계자는 "최근 토스 등 관련 기업들의 상장 추진 상황이나 글로벌 금리 인하 기대감 등 시장 환경이 작년과는 분위기가 다르다"며 "좋은 시점에 상장할 수 있도록 지속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