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장 많고 책임 얽혀 있어 실사 난이도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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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단공동관리절차(워크아웃)를 개시한 태영건설 채권단이 실사 법인으로 삼일회계법인을 선정, 자산·부채 실사와 존속능력 평가 등을 진행하기로 했다. PF 사업장 수가 상당하고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힌 워크아웃 사례인 만큼 실사 난이도가 높을 것이란 평가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태영건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삼일회계법인을 실사 법인으로 내정했다. 삼일회계법인은 전날 제안서를 제출했으며 최종 계약서 작성을 앞두고 있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 전부터 채권단의 일을 도운 만큼 삼일회계법인이 실사 법인으로 유력했다. 김앤장법률사무소는 태영그룹 측 자문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 채권단은 앞으로 3개월간 실사를 진행하고, 이를 바탕으로 기업개선계획을 수립해 오는 4월 11일 제2차 채권단협의회에서 확정해야 한다. 그 한 달 뒤인 5월 11일에는 계획 이행을 위해 태영건설과 특별약정을 체결하게 된다. 다만 실사 과정과 기업개선계획 확정에 시간이 더 필요할 경우 2차 채권단협의회는 1개월 내 연장될 수도 있다.
채권단은 실사 과정서 예상치 못한 채무가 나타나거나 태영그룹이 약속한 자구안을 이행하지 않는 경우에는 워크아웃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건설업 특성상 채무 관계가 복잡해 실사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우발 채무가 나올 수 있는데, 대규모 부실이 드러날 경우 상황이 다르게 전개될 수 있는 것이다.
태영건설은 지난 2018년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 개정 이후 첫 대규모 워크아웃 사례다. 60곳에 이르는 개별 PF 사업장의 수익성과 사업 진행 현황 등을 파악해야 하는 만큼 실사 난이도가 높다는 지적이다. 60곳 중 브릿지론 단계로 알려진 18곳은 사업 계속 여부가 불투명하다.
2018년 이후 워크아웃 참여 대상 채권자 역시 금융기관에서 모든 금융채권자로 확대됐는데, 산업은행이 모든 채권단을 끌고 조율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태영건설에 직접 대출을 내준 채권단과 PF 사업장 대주단 사이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것도 관건이다. 이번 워크아웃에는 '워크아웃 건설사 MOU 지침'이 적용돼 워크아웃 개시까지 발생한 부족 자금과 워크아웃 이후 PF 사업장 이외 사유로 생긴 부족 자금은 주채권단이, PF 사업장 처리 방안 관련 자금은 대주단이 제공해야 하지만 부족 자금 발생 원인을 명확히 구분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한 법무법인 관계자는 "신기촉법 이후 신규 자금을 투입하고 출자 전환을 하는 등 실질적인 채무조정이 진행된 워크아웃 사례는 없었다"며 "그러다 보니 채권자인 각 금융기관은 물론 산업은행조차 이를 담당할 제대로 된 인력이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