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매각 채권 떠안기 싫은 증권사 반응 '시큰둥'
증권사 "건설사 투심 나빠…주관사 탈락했으면"
건설사는 고금리 부담해도 수요예측 어려워 곤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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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건설 워크아웃(채권단 공동관리절차) 사태로 연초 채권 시장을 찾으려던 건설회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만기가 돌아온 회사채를 차환해야 하는데 기관투자자들의 건설업 투자 기피가 심해진 터라 수요예측 흥행을 장담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미매각 채권을 떠안기 싫은 증권사들은 대기업 계열 건설사가 아니면 주관 경쟁에 소극적인 분위기다. 건설사들은 시장 금리보다 높은 금리로 회사채를 발행하거나 차환 대신 현금 상환을 택하기도 한다.
새해 첫 건설사 회사채 발행 기업은 현대건설이 될 전망이다. 현대건설은 오는 22일 수요예측을 거쳐 이달 30일 1500억~3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한다는 방침이다. 대표 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하나증권 등 5곳이다.
현대자동차그룹과의 관계를 고려한 증권사들이 대거 참여 의사를 밝혔지만, 수요예측 흥행을 점치는 곳은 많지 않다. 반대로 미매각 물량에 대한 걱정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회사채가 미매각되면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과 주관사가 미매각분을 떠안아야 한다. 발행사가 위기에 처하면 떠안은 채권 일부는 증권사 손실로 처리될 수 있다. 최근 태영건설 사태를 지켜본 기관들이 건설업종을 기피하는 탓에, 증권사들이 채권을 재매각(셀다운)하기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현대건설 다음 타자로 대기하고 있는 대우건설은 더 고민이 깊을 상황이다. 지난해 9월 말 보고서 기준으로 대우건설의 PF 관련 채무보증 금액은 1조1100억원 수준이다. 회사의 신용등급이 BBB0로 하락할 경우 약 1800억원, 단기 유효신용등급이 A3+ 또는 장기 유효신용등급이 BBB+로 하락할 경우 2000억원의 기한이익상실(EOD) 사유 또는 대주의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 행사도 가능한 상황이다.
대우건설은 이달 말 수요예측을 진행하고, 다음달 6일 1.5년물과 2년물을 합쳐 최대 1000억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대표 주관사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현재 미래에셋증권과 KB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삼성증권 등이 주관 참여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건설의 경우 발행 주관을 원치 않는 증권사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관 경쟁엔 참여하되, '무난한 조건'으로 소극적인 영업을 진행해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곳들이 있다. 일부는 "차라리 주관사 선정에서 떨어졌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내비치기도 한다.
건설사 회사채 투심이 악화되자 희망 금리 상단을 민평금리 대비 최대 150bp(1.5%) 가까이 제시해야 한다는 분위기도 형성됐다. 민평 대비 높은 금리로 발행하는 조건을 감수해야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감당하기 어려운 건설사들은 고금리의 사모채 시장이나 기업어음(CP) 시장으로 눈을 돌리거나, 회사채 발행을 포기하고 상환을 택하기도 했다. 롯데건설은 회사채 발행 일정을 늦추는 안을 고민하다 만기가 도래한 2500억원 규모의 공모채를 현금으로 상환했다.
증권사 기업금융부 관계자는 "건설사 회사채에 대한 흥행을 장담할 수 없다보니 주관사 선정에 탈락해도 나쁘지 않다는 분위기"라며 "부동산PF 부실로 인한 신용등급 강등마저 우려되는 상황에서, 굳이 회사채로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건설사에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