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 3년물 4bp↑…채안펀드도 일부 지원 나서
지주·호텔 주관사단만 6·8곳…투자수요 확보 부담 관측
쇼핑 이어 지주·호텔도 채안펀드 손 벌릴 가능성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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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기관투자가들의 자금이 몰리는 '연초효과'의 수혜를 누리기 위해 회사채 시장을 찾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특히 롯데그룹은 이달 중에만 계열사 세 곳의 회사채 발행이 예정돼있다. 하지만 가장 먼저 수요예측에 나선 롯데쇼핑이 채안펀드의 도움을 받는 등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아들면서, 후발 주자인 롯데지주와 호텔롯데도 조달 금리에 대한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롯데지주(AA-)와 호텔롯데(AA-)는 각각 오는 17일과 22일 회사채 수요예측을 앞두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지난해 초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의 도움을 받아 수요예측을 물량을 채웠던 전례가 있는만큼, 발행을 앞두고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롯데지주는 대표 주관사로 삼성·KB·NH·신한·키움·한국투자증권 등 6곳을, 호텔롯데는 삼성·신한·KB·한투·NH·키움·미래·대신증권 등 8곳을 선정했다. 통상 2~3곳 정도의 주관사단을 꾸리는 것이 일반적인만큼, 이례적으로 주관사단이 많다는 평가다.
이에 롯데그룹 계열사들이 투자 수요 확보에 부담을 느껴 많은 수의 주관사단을 선정한 것이 아니냔 지적이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1월 발행에 나선 롯데그룹 계열사들이 주관사단을 많이 선정한 것은 투심 악화를 우려해 물량을 받아줄 곳을 늘린 영향으로 보인다"며 "수요예측 미매각이 발생할 가능성은 적겠지만, 금리 수혜를 보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지주는 현재 계열사 실적 악화에 따라 주 수익원인 배당이 감소하면서 곳간 사정이 여유롭지 않다. 반면 롯데바이오로직스와 롯데케미칼 등 계열사 지원 부담이 커지면서 재무부담은 늘고 있어 자금 조달이 급한 상황이다.
호텔롯데는 엔데믹 전환에 따라 호텔사업 실적 개선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주력 면세사업이 지난해 3분기 적자전환하면서 시장의 기대치를 밑돌았다. 중국의 수요 회복세에 따라 올해 면세사업의 실적이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지만, 불확실성이 큰 만큼 선제적인 자금 조달이 필요하다.
두 회사 모두 자금 조달의 필요성은 높은 상황이지만, 롯데그룹에 회사채에 대한 시장의 투자심리는 여전히 냉랭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계열사들 중 가장 먼저 회사채 시장을 찾았던 롯데쇼핑이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게 되면서, 수요예측을 앞둔 두 회사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롯데쇼핑(AA-)은 앞서 지난 9일 2500억원의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실시했다. 2, 3, 5년물의 모든 트렌치에서 목표한 물량 이상의 자금이 몰렸지만, 3년물 금리가 개별 민평금리 대비 4bp(1bp=0.01%p) 높은 수준에서 형성됐다. 3년물에는 채안펀드 자금도 일부 유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연초효과에 힘입어 현재까지 대부분의 기업들이 만기가 짧은 2~3년 물에서 민평금리 이하로 회사채 발행을 성공한만큼, 롯데그룹 회사채에 대한 투자심리가 아직 회복되지 않았단 평가를 내놓고 있다.
올해 첫 회사채 시장을 찾았던 한화에어로스페이스(AA-)는 모든 트렌치에서 민평금리 이하로 발행하는 데 성공했고, 한화솔루션(AA-)도 2년물과 3년물에서 각각 8bp, 5bp 이하로 수요를 받았다. 같은 유통사인 신세계(AA) 역시 3년물과 5년물에서 각각 5bp, 4bp 이하로 모집 물량을 채웠다.
한 증권사 RM(Relationship Manager)은 "요즘 기관은 롯데그룹 계열사의 회사채 수요예측 전 롯데건설 사업장과 차환 리스크를 살펴보는 건 기본"이라며 "그만큼의 스프레드가 발행금리에 이미 반영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11일 기준 롯데쇼핑에 대한 민간 채권평가사들이 평가한 기업의 고유 금리인 개별 민평금리는 4.219%로, 동일 신용등급을 보유한 다른 기업에 비해 다소 높게 책정돼있다. 롯데쇼핑보다 며칠 앞서 회사채 수요예측을 실시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솔루션의 3년물 개별 민평금리는 각각 4.172%와 4.157%로, 롯데쇼핑보다 5~6bp 낮다.
이에 업계의 관심은 수요예측을 앞둔 롯데지주와 호텔롯데에 쏠린다. 연초효과로 물량은 채울 수 있겠지만, 높은 금리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먼저 수요예측에 나섰던 롯데쇼핑처럼 채안펀드의 도움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해 채안펀드는 롯데쇼핑과 호텔롯데에 대해 각각 300억원과 700억원의 회사채를 매입했고, 롯데지주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1100억원의 주문을 넣은 바 있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롯데그룹은 지난해에도 채안펀드에 손을 벌려 겨우 자금을 조달했다"며 "현재 그룹 사업의 두 주축인 케미칼과 쇼핑이 모두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그룹 내에서 '캐시카우'라고 할 수 있는 사업 영역이 부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