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대유 외에는 별로"…구조조정 증가세에도 자문사는 일단 관망
입력 2024.01.18 07:00
    구조조정 기업 증가에 자문사 일감도 늘어날 듯
    다만 돈 되는 큰 기업은 드물고 대내외 변수 여전
    수익성 낮고 힘들어 조직 확대 나서기엔 부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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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경기 부진이 이어지며 구조조정 시장에 나오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회생절차, 워크아웃, 기타 사전적 구조조정까지 먹거리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자문사들은 관망하는 분위기다. 대형 M&A나 채권단 일감이 수반되는 경우가 아니면 들이는 품 대비 챙겨갈 수익이 적기 때문이다. 시장에 영향을 미칠 대내외 변수도 많은 터라 자문사들이 당장 구조조정 조직에 힘을 싣기도 부담스럽다.

      올해 건설 시장의 불안이 경제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소기업들은 팬데믹 이후 금융 지원으로 연명했지만 실적 저하, 고금리 상황을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다. 회생법원을 찾는 기업들의 수도 작년 이후 점차 늘고 있다. 자문사들도 위기 기업 증가세를 면밀히 살피며 과거 누리지 못한 '팬데믹 특수'가 이번엔 현실화할까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다만 자문사들이 적극적으로 구조조정 시장에 뛰어들려는 움직임은 아직까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일감의 건수는 늘어나겠지만 돈이 될 것인지는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회생법원을 찾은 기업들은 아주 커봐야 수백억원 수준이다. 회계법인이 회생절차의 조사위원으로 참여해봤자 챙길 수 있는 보수는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그친다. 이후 M&A 등 매각 일까지 맡아도 보수 요율이 뻔하고 대상 기업의 덩치가 작은 상황에선 큰 돈을 벌긴 어렵다. 위기 기업은 핵심 인력부터 이탈하기 때문에 자문사가 일을 처리하기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삼일회계법인은 팬데믹 기간에도 30명가량 되는 회생 조직 인원을 거의 그대로 유지했지만 앞으로 더 키울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대형 회계법인들도 구조조정 관련 조직을 현상 유지하거나 축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회생절차 일감 수십 건을 맡아야 대형 부동산 거래 자문 1건 수준의 수수료를 벌기 때문에 이해타산이 맞지 않다는 것이다.

      한 대형 회계법인 파트너는 "회생기업의 경우 내부 자료를 최전선에서 다루는 회계·자금팀 인력부터 이탈하기 때문에 필요한 정보를 구하기 상당히 힘들다"며 "오래 전 회생절차 일을 했던 인력들은 거의 떠났고, 지금도 회생이 주업무인 회계사들은 버티기 힘들어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리 환경 변동성, 국회의원 선거, 미국 대통령 선거 등 대내외 변수들도 많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국내 경제가 극적으로 개선세를 보이거나 혹은 위기론이 부각해 지원이 더해질 경우 구조조정 시기가 더 늦춰질 가능성이 크다.

      자문사들은 구조조정 일을 하더라도 대기업들에 선제적인 재무구조 개선안을 제시하거나 태영그룹의 에코비트 매각 등 돈이 될 만한 곳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혹은 대유그룹의 위니아에이드 등 원매자를 찾기 용이한 거래에 관심을 보일 전망이다. 위니아에이드는 애플 AS 업무를 맡고 있다.

      다른 대형 회계법인 파트너는 "HMM 매각 같은 초대형 구조조정 성격 거래는 나오지 않겠지만 에코비트 매각이나 위니아에이드처럼 덩치 크고 원매자가 있을 만한 거래엔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법무법인의 분위기도 비슷하다. 2020년을 전후해 구조조정 일감이 늘 것으로 보고 관련 조직을 강화한 곳들이 없지 않았지만 마찬가지로 특수는 없었다. 구조조정 일감이 없으니 전문 인력 대부분이 송무나 자문 일을 하며 실적을 채우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도 간간이 나오는 구조조정 일감을 자문 혹은 송무 부서에서 챙기고 있다.

      한 대형 법무법인 관계자는 "몇 해 전 구조조정 관련 조직에 힘을 실은 곳도 있지만 성과는 크지 않았다"며 "회생절차의 경우 법원이 이끄는 절차만 따르면 되고 중소형 법무법인도 충분히 할 수 있기 때문에 대형사가 할 일이 더 없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