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금리 인하 기대감 있지만 불확실하고
연말 대비 매력도 확실한 지금 금리에 베팅
사업적 변수 많은 올해…조달 변수 차단 목적
-
CJ ENM이 채무상환을 위해 회사채 발행에 나선다. 채무 만기 도래일을 약 5개월 여 앞둔 선제적 조달의 성격이다. 올해 실적 반등이 절실한만큼, 금리 등 거시적 경제 변수까지도 차단해 안정적으로 자금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CJ ENM은 이달 30일 20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트렌치는 2년물과 3년물로 구성했으며,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3000억원의 증액발행도 가능하다. 최근 회사채 시장에서 장기물이 약세인 점을 고려해 5년물은 발행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CJ ENM은 조달한 자금을 전액 채무상환에 사용한다. 구체적으로 지난 2021년 6월 28일 발행한 21-1회 무보증 공모사채 2000억원을 상환할 계획인데, 해당 사채의 만기 도래일은 올해 6월 28일이다. 통상 회사가 채무상환을 위해 회사채를 발행하는 시기가 만기일을 1개월 정도 앞두는 시점이란 점을 고려하면 선제적 조달의 성격이 강하다.
연내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큰 만큼 발행 시기를 늦출 수도 있었지만, CJ ENM은 '기대감'이란 불확실성보단 확실한 지금의 금리 '매력도'에 베팅한 것이란 평가다.
1월 17일 기준 CJ ENM의 신용등급인 AA- 등급의 3년물 민평금리는 4.020%인데, 지난해 11월에는 4.504%로 지금보다 약 50bp가량 높았다. 지난해 말과 비교했을 때 지금도 금리 메리트는 큰 셈이다. 다만 이번에 상환하는 채무의 이자율이 1.82%란 점을 고려하면 이자비용 증가는 불가피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CJ ENM은 금리 인하를 더 기다리지 않고 선제적으로 조달에 나섰다.
한 증권사 커버리지부서 관계자는 "연내 금리가 여섯 차례 인하할 것이란 기대감이 있지만, 지금의 분위기 상으로는 그 시기가 언제인지 확신할 수 없다"며 "이미 지난 연말과만 비교해봐도 금리 메리트가 확실한 상황이라 시장의 분위기가 좋은 연초 조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CJ ENM은 올해 실적 반등이 절실하다. 미디어플랫폼과 영화·드라마 사업의 부진으로 2022년 하반기부터 하락세를 보였다. 특히 지난해에는 자회사 티빙과 피프스시즌의 부진으로 상반기에만 1641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는데, 이는 2022년 한 해 영업적자 1610억원과 맞먹는 수준이었다.
CJ그룹 차원에서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지난해 국내 신평사들은 CJ그룹의 실적 방향성이 CJ ENM의 주력사업인 엔터테인먼트와 미디어 사업부문에 달려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올해는 영업이익 흑자 전환 등 실적 반등세가 필요한데, 대외적 분위기는 우호적이다. 지난해 10월 빌리프랩 지분 매각에 이어 12월에는 피프스시즌의 투자 유치를 이끌어내며 재무 부담을 덜었다. 티빙은 프로야구 중계권을 획득했고, 웨이브와의 합병 기대감까지 있는 상황이다.
올해가 사업적으로 변수가 많은 해인 만큼, 차질없는 조달을 위해 선제적으로 나선 것이란 분석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CJ는 현재 그룹 인사발표도 늦어질 정도로 그룹 차원에서 방향성에 대한 고민이 깊은 것으로 안다"며 "특히 ENM은 지난해 실적이 좋지 못해 올해는 턴어라운드가 절실한만큼 어떠한 사소한 변수도 만들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