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참여 디얼라이언스도 개편 불가피
글로벌 해운동맹서 또 소외될까 우려
매각 이후 새 동맹·선박 확보 중요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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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해운동맹 재편이 예고됨에 따라 HMM의 향후 항로에도 불확실성이 커질 전망이다. 지금 진행 중인 HMM 매각은 인수자의 의지가 강한만큼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많다.
다만 이후 HMM이 든든한 글로벌 협력자를 찾지 않으면 미래 사업성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HMM의 선복량을 늘리는 것도 중요 과제로 떠올랐다.
지난 17일(현지시간) 선복량 기준 세계 2위 컨테이너선사인 덴마크 머스크와 5위 독일 하팍로이드는 내년 2월부터 '제미니 협력'이라 명명한 새 동맹을 만든다고 발표했다.
현재 글로벌 해운동맹은 1~2위인 MSC와 머스크의 '2M'(시장 점유율 약 34%), 3·4·6위인 CMA CGM·코스코·에버그린의 '오션얼라이언스'(29%) 5·7·8·9위인 하팍로이드·ONE·HMM·양밍이 연합한 '디얼라이언스'(18%) 3강 체제다.
작년 1월 MSC와 머스크가 내년 1월부터 2M을 해체하겠다고 밝히며 해운동맹 재편이 예견돼 왔다. 현재 점유율대로 '제미니 협력'이 출범하면 오션얼라이언스(29%), 제미니협력(22%), MSC(20%), 디얼라이언스(11%) 체제가 된다. 디얼라이언스의 입지가 크게 좁아진다.
HMM은 내년까지 지금의 해운동맹 체제가 이어진다는 점을 밝히고 있지만 이후는 불확실하다. 해운사들은 공동으로 대륙간 장거리 노선을 운항하며 비효율을 줄인다. HMM 등 아시아 선사만 남은 디얼라이언스는 장거리 운송 물량을 따내고 소화하는 데 애를 먹을 가능성이 크다.
해운동맹 변화 예고가 현재 진행 중인 HMM 매각 작업에도 영향이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HMM의 장기 기업가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기 때문에 인수자가 예상하던 미래 전략도 수정이 필요해질 수 있다.
다만 HMM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인 하림그룹의 인수 의지가 큰 만큼 해운동맹 변화 가능성 때문에 물러설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림그룹 입장에선 HMM이 재계 순위를 대거 끌어올릴 절호의 기회다. 당장 해운동맹보다 산업은행과 협상이 급하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하림그룹 입장에선 재계 순위를 10위권대로 대거 끌어올릴 수 있는 이번 기회를 잡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며 "당장의 매각 작업 자체엔 해운동맹 변화 문제가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HMM 매각 성사보다 그 이후의 사업을 어떻게 풀어 나가느냐가 중요하다. 앞서 예상대로 해운동맹 구도가 굳어지면 사업이 위축될 수도 있다. 주요 해상 무역로를 둘러싼 긴장 상태가 이어지며 해운운임이 높게 유지되고 있지만, 이후엔 하강 주기에 접어들 가능성이 크다.
HMM 입장에서는 내년 이후를 대비해 새로운 동맹들과 판을 다시 짜야할 필요성이 있다. 디얼라이언스 주도로 대응책을 마련하는 가운데 새로운 선사가 동맹에 들어오거나, 동맹이 공중분해된 후 합종연횡이 다시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되도록 선복량이 큰 선사와 붙어야 사업을 끌어가기 용이해진다.
점유율 3% 미만의 HMM이 내년 이후의 해운동맹 재편 과정에서 목소리를 높이려면 그만한 무기가 있어야 한다. 한진해운 파산 후 애를 먹던 HMM은 정부 지원 아래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확보하게 되면서 해운동맹에 자리를 잡게 됐다. HMM이 주도적으로 해운동맹을 선택하려면 적어도 선복량이 지금의 2배는 돼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선박을 확보하고 장기 불황에 대비하려면 HMM에 쌓인 대규모 현금도 넉넉하다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이번 해운동맹 변동 소식은 HMM에 있어 긍정적이라고 보긴 어렵다"며 "HMM이 새 주인을 맞은 후 어떻게 동맹을 꾸리고 공동 운영 선대를 구성하느냐가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