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진척률 30%대에 머무르는 서초동 백암빌딩과
국민연금 선매입한 마곡CP4 태영건설 지분 노려
성수동 오피스ㆍ구로 지식산업센터 등도 '눈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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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태영건설이 참여했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들이 잠재적 매물로 떠오르고 있다. 각 PF사업장마다 대주단 회의가 개최될 예정인데, 시공사인 태영건설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으로 추가 자금을 투입하기 어려워져 향후 매각 처리되는 사업장도 있을 전망이다.
성수동 오피스를 시작으로 마곡 대형 복합시설 '원웨스트서울'(이하 마곡CP4), 서초 백암빌딩 등이 부동산 운용사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사업장 통매입뿐만 아니라, 태영건설의 시행 지분을 매입해 완공 시 시세 차익을 남기겠다는 구상이다.
마곡CP4 사업장 대주단들은 지난 16일 PF자율협의회를 구성하고, 최근 기한이익상실(EOD) 여부와 대리금융기관의 실사 등을 결정하는 표결을 진행했다. 대주단이 EOD를 결정하면 사업장은 경공매 절차를 거쳐 사업장의 시행권과 사업부지를 매각하게 된다.
마곡PF 사업장 대주단은 교보생명(대출한도 3000억원), 신협조합(1200억원), MG새마을금고중앙회(1000억원), 푸본현대생명(1000억원), IBK기업은행(2000억원), 산업은행(1000억원), KB국민은행(1000억원) 등으로 구성됐다.
공사 진척률이 80%에 육박해 사업장 자체가 매각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부동산 운용사들은 태영건설의 시행사 컨소시엄 지분 약 30%가 매물로 나올 수 있다고 본다. 태영건설은 이지스자산운용 등과 PFV를 설립, 부지 매입과 시행 등에 직접 참여했다. 국민연금이 건물을 2조3000억원에 선매입하는 계약도 체결했기 때문에, 준공만 되면 수익성이 보장됐다는 평가다.
올해 공급 예정인 서초동 백암빌딩을 눈독들이는 운용사들도 있다. 태영건설은 기존 지하3층~지상7층 건물을 허물고, 지하5층~지상 17층 규모의 신축을 개발하는 중이다. 고금리 상황에서도 꾸준히 임대료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는 상업용 오피스 매물이기 때문에 국내 부동산 업계의 관심도가 높다.
백암빌딩은 공사 진척률이 30%대에 불과해, 공매로 넘어갈 가능성도 마곡CP4보다 높다. 이 사업에 대한 태영건설의 채무보증 액수만 4000억원이 넘어, 태영건설 재무상황에 따른 위험성도 적지 않다. 현재 대주단은 현대해상(1500억원), 농협중앙회(1500억원), 페블스톤자산운용(1150억원) 등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백암빌딩은 입지가 좋고 강남 사옥을 구하는 SI(전략적투자자)를 모집하기 쉬워 매력적인 매물"이라며 "선순위 투자자인 현대해상이 원금 보전을 위해 공매로 팔 가능성이 있어 기회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워크아웃의 발단이 됐던 성수동 오피스나 구로동 지식산업센터(생각공장 구로) 등도 운용사들의 관심을 받는 사업장이다. 각 사업장들은 워크아웃 개시일(11일) 이후 절차에 따라 5일 내 대주단협의회를 구성하고 대주단 논의를 시작했다. 이에 일부 부동산 운용사들은 개발리츠나 PFV(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 등을 통해 보증채무 만기 연장이 불발된 태영건설 사업장을 인수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태영건설 채권단으로 구성된 PF대주단협의회는 태영건설이 공사를 맡고 있는 112개 사업장 실사를 진행한 후, 사업장 60곳에 대한 처리 방안을 결정할 예정이다. 이중 사업 초기 단계로 착공 등이 이뤄지지 않은 브릿지론 사업장 18곳은 만기연장 등의 금융 지원으로 버티기 어려워, 매물이 대거 출회될 것으로 전망된다. 브릿지론 사업장 18곳의 규모는 1조2193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18개 사업장 중 실사 결과가 나쁘지 않은 곳들은 NPL펀드나 PF정상화펀드가 나서서 선순위 대출채권을 인수하고 공매 절차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며 "개발리츠나 PFV가 이를 헐값에 낙찰받아 시세 차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