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는 ”계약 만료”라 해명하지만
업계에선"토스 IPO 추진 의식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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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상장을 재추진한다. 이를 위해 주관사를 교체한다. 한국거래소(이하 거래소)로부터 상장 예비심사 승인을 받아낸 이후 증권신고서까지 작성해뒀던 기존 주관사들은 졸지에 일감을 뺏기게 됐다. 그렇다고 새로이 선정될 증권사들이 케이뱅크가 원하는 만큼의 밸류에이션(Valuation)을 받을 수 있도록 조력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지난 19일 케이뱅크는 상장주관사를 교체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24일 국내외 증권사를 대상으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송부했다. 기업공개(IPO) 연내 추진을 위해 이른 시일 내 지정감사인 신청과 상장 주관사 선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케이뱅크는 지난 2022년 대표 주관사로 NH투자증권, 씨티증권, JP모간을, 공동주관사에 삼성증권을 선정한 바 있다.
케이뱅크 측은 “상장 주관 계약 만료에 따라 주관사를 교체하는 것“이라며 “만료일은 언제인지 공개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시기상 상장을 재추진하려는 계획은 합리적인 판단으로 보여진다는 평가다. 공모주 시장 분위기가 반전된 데 '투기성 자금'이 몰린 여파가 적지 않다는 분석은 나오지만 모바일 금융서비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가 대내외적으로 예상 몸값 15~20조원 수준이 거론되는 상황인 만큼 케이뱅크도 적기로 판단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선정해놓은 주관사단을 교체하는 것은 다소 비효율적이란 지적이 많다. 케이뱅크는 2022년 외국계 증권사를 포함해 주관사단을 화려하게 꾸렸다. 시간과 비용을 들인 만큼 계약기간 연장을 통해 효율적으로 상장 준비에 나섰어도 됐을 것이란 지적이다.
평판 이슈도 적지 않다. 향후 새로이 선정될 주관사 입장에서 금번처럼 상장 추진이 지연될 경우 용역을 제공했음에도 계약이 만료될 수 있다는 부분을 염두에 두고 작업에 임할 가능성이 높다. 통상 대표주관 계약 체결시 상장완료에 따른 수수료 지급 완료 시점까지로 계약기간을 설정해놓는다고 알려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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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케이뱅크가 주관사 재선정에 나서려는 것을 두고 여러 가능성이 거론된다.
우선, 케이뱅크의 대표이사가 교체된 점이 거론된다. 기존 경영진이 선임한 주관사단을 교체할 수 있고, 새로이 프레젠테이션을 실시해 증권사들로 하여금 케이뱅크의 상장청사진에 대한 조언을 들을 기회를 마련할 수 있다.
기존 주관사들이 비바리퍼블리카에 입찰제안서를 제출한 부분에 대한 거부감도 있었을 것이란 지적이다. 물론 비바리퍼블리카와 케이뱅크의 사업모델이 크게 유사하진 않은 편이라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동종업계인 까닭에 케이뱅크 주관사들은 비바리퍼블리카 RFP를 제출할지 여부를 두고 며칠을 고민한 바 있다.
비바리퍼블리카의 예상 몸값이 15조원 이상으로 거론된 만큼 케이뱅크 입장에선 밸류를 재조정 받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있을 수 있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기존 주관사들은 케이뱅크의 증권신고서까지 작성해둔 상태다. 사실상 공모가 산정을 마무리해뒀던 셈이다. 산정된 밸류를 두고 케이뱅크 재무적투자자(FI)로부터 이견이 제기됐던 것으로 전해진다.한때 8조원 수준이었던 케이뱅크의 장외 시가총액은 4조원대로 크게 떨어진 바 있다.
그렇다고 케이뱅크 주관사로 선정되지 않은 증권사들이 반사이익을 보게될지 여부에도 의문부호가 붙는다. 인터넷은행의 성장성에 대한 의문은 여전한 데다 케이뱅크의 실적 또한 2022년 대비 꺾인 상황이다. 2022년 3분기 누적 기준 714억원의 순이익을 시현했지만, 지난해 3분기 기준 절반으로 꺾였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나름 빅딜이니 증권사들 입장에선 수임하고자 RFP가 나오면 성실히 응할 것으로 보여진다"라면서도 "다만 상장이 잘 되느냐는 다른 문제다. 공모주 시장이 살아났다고 하더라도 금융 스타트업들의 몸값까지 인정해줄지는 의문이다. 비바리퍼블리카조차도 예상 몸값이 다소 높게 불리고 있어서 흥행 여부를 가늠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