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준 효성 회장, 행여 대법원서 배임 유죄? 유탄은 애꿏은 사모펀드(PEF)로
입력 2024.01.26 07:00
    PEF 투자유치 후 상장 무산…풋옵션 대금용 유상감자·자사주 매입
    검찰, 배임 혐의로 기소…1·2심 무죄, 대법원 판결 머지 않아
    행여 배임 판결 시 자산인출형 LBO 어려워질 수 있다 지적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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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의 개인회사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이하 갤럭시아) 관련 배임 혐의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머지 않아 내려질 전망이다. 핵심은 조 회장이 유상감자 등으로 회사 돈을 받아 투자자에 투자원리금을 돌려준 것이 배임에 해당하느냐가 여부다. 

      행여 대법원이 유죄라고 판단할 경우 자산인출형 차입매수(LBO, Leveraged Buyout) 거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2021년 홍콩계 사모펀드(PEF) 엑셀시어캐피탈은 조현준 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갤럭시아 일렉트로닉스(舊효성씨티엑스)에 150억원을 투자해 신주 약 16%를 인수했다. 당시 엑셀시어는 투자 후 3년 내 갤럭시아가 상장(IPO) 하지 못할 경우 해당 주식을 조 회장에 되팔 수 있는 권리(풋옵션)를 확보했다.

      3년 뒤인 2013년 갤럭시아의 상장이 무산되자 엑셀시어는 풋옵션을 행사했고, 이후 갤럭시아는 유상감자와 자사주 매입·소각을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갤럭시아는 조현준 회장 보유지분 10.43%와 조 회장의 또 다른 회사 트리니티에셋매니지먼트의 지분 0.37%를 주당 7500원 사줬다. 조 회장 측은 이렇게 마련한 자금으로 엑셀시어의 투자금을 돌려줬다.

      검찰은 이를 배임 소지가 있다고 봤다. 유상감자 당시 갤럭시아의 주당 가치는 649원이지만 조 회장 측 지분은 그보다 10배 이상 높은 가격에 사들였고, 다른 주주들에 약 200억원의 손해를 입혔다는 것이 검찰 측 주장이다. 갤럭시아는 2014년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이르렀다. 

      검찰은 갤럭시아가 조현준 회장의 사적 이익을 위해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고, 이는 주주평등 원칙에 위반된다고 문제 삼았다. 

      반면 조 회장과 변호인단은 갤럭시아의 재무 상태는 큰 문제가 없었고, 유상감자도 회사 영업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고 맞서왔다. 주주총회에서 엑셀시어를 제외한 주주전체 찬성으로 진행됐고, 감자와 자사주 매입 모두 주주 지분율에 비례해 균등하게 이뤄졌다고 반박해왔다. 

      현재까지는 조 회장 측이 승기를 잡아왔다. 2018년 1심과 2020년 2심 재판에서는 조현준 회장의 관련 혐의가 모두 무죄로 인정됐다. 검찰과 조 회장이 모두 상고하면서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게 됐다. 올해 상반기 중 확정 판결이 내려질 전망이다. 효성 측은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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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대법원에서 어떤 판결이 내려질 지는 미지수다. 그동안은 2심의 논리가 뒤바뀔 확률이 높진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유죄로 판단할 가능성을 아예 배제하긴 어렵다.

      1심ㆍ2심 때와 달라진 변수들이 있다. 

      일단 최근 정부와 사법부가 주주평등 원칙을 중요시하고 이를 강조하는 기류가 더 강해졋다. 일례로 작년 8월 대법원은 특정 주주에게 회수를 보장하는 취지의 약정은 나머지 주주 전부로부터 동의를 받았더라도 상법상의 주주평등 원칙을 위반하기 때문에 무효라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상법상 절차와 규정을 위반하지 않았어도 법 위반이라고 해석한 것이다.

      한 M&A 전문 변호사는 "포이즌필처럼 예외적인 조항도 있지만 이를 적용할 사례는 많지 않고, 주주평등 원칙을 강화하는 기조가 형성된 것은 사실"이라며 "앞서 판결을 조현준 회장 배임 사건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겠지만, 현금 흐름이 어려운 기업의 유상감자 등이 주주평등 원칙을 훼손하는 것인지가 최대 쟁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법원 판단은 향후 M&A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개인이 회사의 자금을 유상감자 등 방식으로 받아가는 것과 유상감자와 배당 등 법에 허용된 수단을 활용하는 기업 인수 방식(자산인출형 LBO)이 닮은 점이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08년 코너스톤PEF는 금융사와 매도인 측으로부터 자금을 빌려 대선주조를 인수했다. 이후 PEF는 대선주조 유상감자 및 배당을 통해 자금을 회수했고, 이를 차입금을 갚는 데 썼다. 대법원은 투자자가 자금을 회수하는 것은 당연하며, 회수 자산을 채무 변제에 사용한 것도 위법이 아니라고 봤다. 상법상 절차와 규정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이번에 대법원이 조현준 회장의 배임 혐의를 인정하면 법상 권리를 활용했더라도 항상 안전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확인하게 된다. 이로 인해 유상감자·배당·자사주 매입을 통해 사모펀드들이 투자회사로부터 투자금을 회수하는 방식 전반에 '적신호'가 켜질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조 회장 개인의 비리와 배임 논란으로 엉뚱하게도 투자업계 전반으로 유탄을 맞게 되는 셈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새해 첫 경제부처 일정을 거래소 방문으로 시작한 윤석열 대통령의 주주평등 강조 행보가 사법계의 판결과 궤를 같이할 것이라는 시선이 적지 않다"며 "효성 대법원 판결이 지금까진 유상감자형 LBO를 허용해왔던 M&A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