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특허·해외 포함 4005억원…창립 후 처음
율촌·세종도 한자리수 성장률 보이며 주춤해져
"성장 더딘데 경쟁은 치열" 경영진 고민 깊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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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작년 대형 법무법인(로펌)들의 성장세가 둔화한 모습이다. 율촌·세종·화우는 전년 대비 성장했지만 한자리수 성장률에 그쳤다. 한 발 앞서 달리던 태평양과 광장은 성장을 멈추며 후속 주자들과 격차가 좁혀졌다. 법률 자문시장 침체가 장기화하는 만큼 로펌 경영진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25일 주요 로펌들은 작년 실적과 관련해 국세청 부가세 신고를 마쳤다. 김앤장이 부동의 1위를 지킨 가운데 올해도 태평양과 광장의 2위 싸움, 율촌과 세종의 4위 다툼이 치열하게 벌어졌다.
로펌 별로 강점과 기준이 각각 다르다 보니 실적 집계 때면 매출을 어디까지 산입해야 하는지 다양한 의견이 오간다. 공들인 해외 네트워크와 특허 전문성 등을 로펌의 전체 역량으로 볼 수도 있고, 모든 로펌이 공히 국세청에 신고하는 부가가치세가 적합한 기준이라 할 수도 있다.
주요 로펌들의 국세청 부가세 신고액 기준 매출은 광장 3724억원, 태평양 3714억원, 율촌 3285억원, 세종 3195억원, 화우 2082억원이었다.
광장은 부가세 신고액 기준으로 3년 연속 태평양을 앞질렀다. ‘빅딜’이 드물었던 지난해에도 M&A(인수합병) 부문에서 MBK파트너스의 오스템임플란트 공개매수, 한국앤컴퍼니 공개매수 추진 건 등을 자문하며 성과를 냈다. 다만 2022년(매출 3762억원)보다는 역성장했다.
태평양은 지난해 특허 및 해외법인을 포함한 매출은 4005억원을 기록해 처음으로 4000억원 고지를 밟았다. 대우조선해양 매각, 일진머티리얼즈 매각 등에 관여했고 형사 및 중대재해처벌법 대응 분야도 매출에 기여한 것으로 파악된다. 특허법인과 해외에서도 약 300억원의 매출을 더했다. 부가세 신고액 기준 성장률은 0.8%로 역성장을 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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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촌은 작년 부가세 기준 매출 3285억원을 올렸다. 전년 대비 8% 성장했다. 2022년 세종이 턱밑까지 따라붙자 연말까지 매출 증대에 총력전을 펼쳤다. 작년 송무 부문이 호실적을 냈고 노동·조세·부동산 건설 부문도 선방한 것으로 전해진다. 해외 매출은 35억원 수준으로 파악된다. 내부 회계연도(2023년 2월~2024년 1월)에 따른 매출은 3320억원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다.
세종은 작년 매출 3195억원으로 3000억원 클럽에 입성했다. 지난해 해외 사무소를 포함한 매출은 3246억원으로 전년 대비 7.4% 성장했다. 공격적인 인재 영입으로 인한 매출 증대 효과를 이어갔다. 다만 지난 몇 년간 두자리수의 성장률을 보인 점과 비교하면 성장세가 둔화한 모습이다.
화우는 작년 208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의 2062억원 대비 소폭 성장했다. 지난해 특허 및 해외법인 포함한 매출은 2300억원을 기록했는데, 이 역시 전년(2250억원)보다는 늘었다. 6대 로펌 외에 법무법인 지평에 이어 대륙아주, 바른 등이 ‘1000억원 클럽’에 가입하면서 ‘7위’ 경쟁도 치열해진 상황이다. 화우는 율촌 세종 등과는 격차를 좁히고 ‘7위’ 이후 로펌들과는 격차를 벌려야 할 전망이다.
작년 법률자문 시장에선 태평양과 광장의 성장이 멈춘 사이 율촌과 세종이 그보다는 높은 성장세를 보이며 2위권과 4위권의 격차는 더 좁혀지게 됐다.
올해 태평양은 이준기 신임 대표변호사가 임기를 시작하고, 세종은 오종한 대표변호사가 연임을 확정했다. 광장은 김상곤 대표변호사가 2022년부터 경영총괄 대표변호사를 맡고 있다. 율촌은 올해가 집행부의 마지막 임기다. 화우도 올해 이명수 업무집행대표변호사를 비롯해 새 경영진의 임기가 시작된다.
새로 임기를 시작하는 경영진, 연임한 경영진, 임기말의 경영진 모두 어려운 시기 성과를 보여야 하는 숙제가 있다.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M&A 시장이 온기를 보일 것이란 관측이 나오지만, 로펌들의 수임 경쟁도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율촌과 세종은 태평양과 광장을 추격하기 위해, 태평양과 광장은 범(汎) 2위권으로 묶이지 않기 위해 총력을 다해야 할 상황이다.
한 대형 법무법인 관계자는 "당장 매출 성장세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당 매출 규모, 그 동안 영입한 인력들의 활약, 고착화된 인력구조 해소 등이 더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