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시공사 유지 가닥…문제는 4000억 추가 출자
대주단 내 '누가 더 많이 내야 하나' 눈치싸움 시작?
국민연금 투자에도 선순위는 투심위 통과 난항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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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건설 주요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인 마곡 대형 복합시설 '원웨스트서울'(이하 마곡CP4) 사업장이 임시방편으로 미집행된 공사 외 비용을 공사비용으로 쓰기로 했다. 당초 태영건설 워크아웃 사태로 공사 중단 위기에 처했지만, 이달 진행된 첫 정식 회의에서 대주단들이 준공까지 필요한 임시 자금 중 일부를 지급하기로 협의하면서 한 고비를 넘긴 셈이다.
다만 태영건설 몫의 약 4000억원을 누가 얼마나 부담할 것이냐는 정해지지 않아 불씨가 남았다. 태영그룹 실사 이후 각 기관마다 추가 출자 규모를 결정할 예정인데, 교보생명과 신협·MG새마을금고 등 트랜치A 투자자의 경우 내부 투자심의위원회(이하 투심위) 과정부터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5일 마곡CP4 사업장 투자자들은 신한은행 본사에서 첫 정식 대주단회의를 개최, 준공을 우선시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이미 4분의3 수준까지 공사가 진행된 데다, 준공만 된다면 국민연금으로부터 약 2조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사업을 끝마치는 것이 이득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주단은 우선 협력사들에 대금을 지불하고 공사 중단을 막기 위해 미인출된 금액을 활용하기로 했다. 투자자들의 대출 약정금이 전액 인출되지 않은 시점에서 태영건설의 PF 채무불이행 문제가 제기됐기 때문에, 각 계좌에는 아직 사업관리비나 시행사 운영비 등 제반 비용으로 쓸 돈이 남아 있다.
마곡 투자자들은 해당 금액을 공사에 활용하고, 나머지 비용은 태영건설 실사 이후 지급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들의 미인출 약정 한도가 크지 않기 때문에, 아직 필요한 비용이 많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사업이 75%가량 진행된 상황에서 시공사를 바꾸면 준공 날짜가 늦어진다. 시공사 교체에 드는 비용도 적지 않다. 이에 대주단은 태영건설과의 사업을 이어가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 워크아웃에 돌입한 태영건설의 자금 조달이 어려운 탓에, 태영건설이 집행해야 할 공사 대금 최대 4000억원을 대주단이 마련할 가능성이 커졌다.
국내 최대 기관투자가인 국민연금의 이름값으로 간신히 공사 중단을 막았지만, 나머지 대금 수천억원을 투자자들이 얼마나 분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주단 사이에서도 트랜치별, 금융사별로 입장이 다르다. 향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3.03% 고정금리 트랜치A에 참여한 금융기관은 교보생명(대출한도 3000억원), 신협중앙회(464억원)를 포함한 신용협동조합(1200억원), MG새마을금고중앙회(1000억원), 푸본현대생명(1000억원) 등이다. 변동금리로 계약한 트랜치B에는 IBK기업은행(2000억원), 산업은행(1000억원), KB국민은행(1000억원) 등이 참여했다.
사업장별로 계약 관계가 다르지만, 부동산 PF 업계에선 대출한도에 따라 추가 출자 규모를 정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게 되면 교보생명과 신한은행, IBK기업은행 등이 돈을 가장 많이 내야 한다.
다만 교보ㆍ신협ㆍMGㆍ푸본 등이 굳이 추가 부담을 감수할 필요는 없다는 지적이 있다. 기한이익상실(EOD)을 선언하고 사업장의 시행권이나 사업부지를 공매로 팔아버리면, 선순위 투자자들의 경우 원금 회수 정도는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에 각 회사 투심위에서 추가 출자 안건이 부결될 가능성도 있다.
한 투자자 측은 "채권단 실사를 통해 최대한 태영그룹의 출자를 이끌어내겠다는 입장"이라며 "그 외 추가 결정은 아직 내린 것이 없다"고 말했다.
다른 투자자는 "첫 대주단 회의에서 우리가 어느 정도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성과는 있었지만, 각 대주 투심위가 관건"이라며 "누가 가장 큰 구멍을 메울 것인지, 돈을 더 내면 금리는 어떻게 조정될 것인지 등 논란의 여지가 많아 무수한 회의를 거쳐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