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 잠재적 인수자로 떠올라
‘IB 역량 강화가 목적’인데…인수 가능성 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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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 윤수민 기자)
우리금융지주가 한국포스증권 등 증권사 인수를 검토하고 있지만 쉽사리 결론이 나지 않는 모양새다. 이렇다 할 증권사 매물이 없는 상황에서 높아진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기대치를 맞추기가 쉽지 않다는 전언이다.
2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국포스증권 최대주주인 한국증권금융은 이 회사의 지분을 매각하기 위해 잠재 인수자를 찾고 있다. 이 과정에서 증권사 인수를 검토중인 우리금융지주와 의사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포스증권은 한국증권금융이 지분 51.68%를 보유한 최대주주이고 인공지능(AI) 투자기업 파운트가 2대주주(지분 28.96%)에 올라있다. 2013년 40여곳 자산운용사와 한국증권금융, 한국예탁결제원 등이 공동 출자해 설립한 온라인펀드 전문 회사다.
공식적인 기업가치(Valuation)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2022년 말 기준 자본총계가 543억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전체 몸값은 1000억원 미만으로 추산된다. 증권사 PBR(주가순자산비율) 1.0~1.2배에 라이선스 비용을 더해 최대 700억원~800억원 수준일 것으로 점쳐진다.
우리금융지주는 작년 초 임종룡 회장 취임 이후 증권사 인수를 통해 포트폴리오 정비에 힘을 쏟고 있다. ‘기업금융 명가’의 슬로건을 내건 만큼 증권사 등 IB(투자은행) 부문을 키울 만한 잠재적 매물은 지속해서 검토 중인 상황이다. 작년 우리종합금융에 약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한 만큼 향후 인수할 증권사와 합병하는 방안도 업계에서 거론되어 왔다.
이에 M&A(인수합병)업계에서도 작년까지 한양증권, 유안타증권, 유진투자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등 숱한 증권사들이 우리금융지주의 잠재적 인수 매물로 꼽혔다. 이 가운데 유안타증권이나 유진투자증권은 모기업에서 매각 의지가 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고, 이베스트투자증권은 현재 LS그룹에 완전 자회사로 편입된 상태다.
하지만 우리금융지주가 한국포스증권을 인수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업계에선우리금융지주가 단순히 증권사 라이선스를 얻기 위한 목적으로 증권사를 인수할 목적은 크지 않다고 본다. 그보다는 실질적으로 IB부문을 키우기 위해 해당 인프라가 잘 갖춰있는 증권사 인수에 더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 한국포스증권은 영업지점 없이 온라인 펀드 상품 판매에 강점을 지닌 증권사다. 상대적으로 기업금융 네트워크가 약한 만큼 우리금융지주로선 인수에 큰 메리트를 느끼지 못할 가능성이 큰 셈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우리금융지주가 한때 키움증권 인수를 검토한다는 이야기도 돌았었는데 그 배경으로 키움증권의 IB 역량이 꼽혔다”라며 “단순히 증권사 자격을 얻고자 이름이 없는 회사를 인수하기보단 외형을 웬만큼 갖춘 증권사에 더욱 관심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한양증권 역시 우리금융지주가 인수를 검토했다가 임 회장의 기대치에 못 미쳐 검토가 중단된 것으로 전해진다. 임 회장은 과거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시절 당시 증권사 순위 2위로 꼽히던 우리투자증권 인수에 성공한 바 있다. 이후 NH투자증권은 IB부문 등에서 빠른 외형 성장을 이뤄냈다. 이 같은 ‘성공 경험’을 토대로 볼 때 임 회장이 작은 규모의 증권사를 인수할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이 많다.
우리금융지주 관계자는 “매물로 나오는 증권사는 모두 검토 대상”이라면서도 “한국포스증권 인수와 관련해서는 확인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