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건설, 만기 240억인데 사모채 조달 40억 불과
신탁사, 사모채 매입에 소극적…NCR 비율 나빠져
시공사 사모채 수요, 증권사 리테일·저축은행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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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 건설사들의 자금조달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에 돌입했지만, 여전히 건설사들에 대한 투자심리는 우호적이지 않다. 일부 대형건설사들마저 계획했던 공모채 발행 계획을 연기하고 있다.
중·소형 건설사들은 상황이 더 좋지 않다. 공모채 시장에서는 물량이 소화되지 않는다는 판단에 조달금리가 더 높은 사모채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재무건전성 관리를 위해 신탁사들이 사모채 매입에 소극적인 탓으로 풀이된다.
2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신용등급 'BBB'의 중견 건설사인 이수건설은 최근 40억원의 사모채를 발행했다. 이달 26일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사모채가 240억원 규모란 점을 고려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만기를 6개월과 1년으로 비교적 짧게 구성했고, 7%대 후반에서 8%대 초반 수준의 높은 금리를 제시했지만 투자 수요를 채우긴 역부족이었다.
올해 가장 먼저 사모채를 발행한 중견 건설사 한양(BBB+)은 신용보증기금의 도움을 받아 조달에 겨우 성공했다. 정부의 지원 덕분에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에 목표했던 물량을 모두 채웠지만, 지원 규모가 한정돼있어 정책자금만을 바라보기엔 한계가 있다.
건설사가 발행하는 사모채가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아드는 데는 사모채 매입에 소극적인 신탁사가 있다는 설명이다. 신탁사가 사모채를 매입하게 되면 재무건전성 지표인 영업용순자본비율(NCR)이 악화한다. 당국이 신탁사의 건전성 관리를 강조하는 이 시기에 사모채를 매입하는 것은 건전성 관리에 소홀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신탁사의 NCR은 영업용순자본을 총위험액으로 나눠 산출하는데, 금융당국은 현재 이 비율을 150% 이상으로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따라서 NCR을 높이기 위해 신탁사는 분모에 해당하는 총위험액을 줄이고, 분자에 해당하는 영업용순자본을 늘려야한다. 하지만 사모채는 위험가중자산에 포함돼 NCR을 산출할 때 분모인 총위험액에 가산돼 비율이 떨어진단 설명이다.
더군다나 2020년부터는 책임준공 관리형 토지신탁(책준신탁) 관련 신용위험액도 총위험액에 포함하도록 NCR 제도가 일부 개정됐다. 책준신탁은 규모가 작고 신용등급이 낮은 중소 시공사를 대상으로 신탁사가 신용공여를 제공하는 형태다. 부동산 호황기 시절 신탁사들은 보수가 높은 책준신탁 비중을 높여왔지만, 시장이 얼어붙은 지금은 PF 시장의 뇌관으로 꼽히고 있다.
책준신탁을 늘려온 신탁사 입장에선 제도가 변경되면서 NCR 관리가 빠듯해졌다. 이 때문에 사모채 매입에도 더욱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현재 금융당국은 부동산 PF 익스포저 관리와 손실흡수 능력 확충을 위한 관련 제도 정비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PF 시장의 주요 주체인 신탁사에 대해 자기자본 대비 토지신탁 한도를 도입하고 내부통제기준을 표준화할 계획이다. 신탁사의 재무 건전성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의도다.
한 신탁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신탁사가 시공사(건설사)의 사모채를 매입하는 경우가 꽤 있었지만, 최근에는 거의 없고 일부 증권사 리테일이나 저축은행 정도만 수요가 있다"며 "당국이 신탁사를 비롯해 주요 PF 시장 주체들의 건전성 관리를 당부하는 이 시점에서 시공사의 사모채를 매입하는 것은 당국과 척을 지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