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차입·설비투자 부담 큰 SK온도 채권 검토 中
신용등급 낮은 이차전지 기업들은 유상증자 가능성
증권사 IB부서 핵심 고객 떠오른 이자전지 기업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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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이차전지 기업들이 다양한 자금 조달 방식을 두고 저울질하고 있다. 올해 초부터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 등 국내 이차전지 관련 기업들이 공모 회사채 시장을 두드리고 있고, 에코프로그룹도 올해 대규모 설비투자와 관련기업 인수합병(M&A)을 위해 유상증자를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차전지 대장주 LG에너지솔루션은 다음달 최대 1조5000억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해 수요예측을 진행할 예정이다. 자금 조달 목적은 북미 공장 설비 투자(CAPEX)로 알려졌다. KB증권과 NH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등이 주관사단으로 참여한다.
LG화학도 상반기 내 1조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 2월부터 5월까지 과거 발행했던 회사채 9000억원 규모의 만기가 돌아온다. 이번 주관에는 KB·NH·신한·한국 등 국내 대형 증권사 4~5곳이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가는 동종업계인 SK온도 차입금 상환 및 설비투자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연내 회사채 시장을 두드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SK온의 단기 차입금은 전년 동기 대비 14.4% 늘어난 5조6500억원에 달한다.
SK온이 지난 2022년과 2023년 설비투자에 사용한 비용은 각각 4조원, 8조원으로 추산된다. 내년까지 현대차, 포드와의 북미 합작공장에 생산능력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라, 투자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 증권사 기업금융본부 관계자는 “SK그룹의 소재 기업 SKC가 이차전지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만큼, 이차전지 관계사인 SK온의 자금 조달도 연내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이차전지 기업들은 회사채뿐 아니라 유상증자와 기업공개(IPO) 등 ECM 시장에서도 자금을 조달할 전망이다. 금리 인하 기대감이 상존하고 있지만 아직까진 고금리 기조가 유지되고 있다. 에코프로처럼 신용등급 A-급 이하의 기업들은 회사채 발행보다 은행 차입이나 증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부담이 적다.
올해 에코프로가 지주 차원에서 M&A팀을 꾸린 만큼, 관련기업 M&A를 위해 자금을 조달할 필요성도 언급된다. 지난해 에코프로그룹의 에코프로머티리얼즈와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은 각각 IPO와 유상증자를 통해 약 8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확보한 바 있다.
연초 공모시장에 유동성이 모이자, 이차전지 관련 코스닥 기업들도 IPO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내달 상장하는 이차전지 안전부품 기업 ‘이닉스’는 이번 공모 청약에서 2000대 1에 가까운 경쟁률을 기록했고, 청약증거금도 10조원을 넘겼다. 이닉스의 성공사례로 올해 IPO를 채비하는 소재 및 부품 회사들도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차전지 고객들을 향한 국내 증권사들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증권사 IB(투자은행) 부문이 고난을 겪는 가운데, 이차전지 기업 회사채(DCM)와 유상증자(ECM) 등의 자문을 통해 아쉬운 성적표를 보완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기업 성장성에 대한 논란은 있지만, 이미 이차전지 시장이 치킨게임으로 돌입한 이상 기업들의 설비투자 자금 조달 수요는 늘어날 것"이라며 "LG디스플레이를 마지막으로 대규모 유상증자는 간헐적으로만 진행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젠 조달이 어려운 이차전지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유증에 관심을 쏟을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