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리스크에 내부 통제 고삐…SM엔터 재매각?
"주요 계열사도 예외 아니다"…PE들 '알짜' 군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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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쇄신'을 내건 카카오가 고강도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경영진의 추가 구속 가능성 등 그룹의 사법 리스크가 점입가경으로 흘러가는 가운데 카카오는 내부통제 고삐를 강하게 쥐는 분위기다. 그룹 차원에서 사업 포트폴리오 전반 재검토에 나선 카카오가 과연 ‘알짜 계열사’도 내놓을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카카오와 SM엔터 경영진과 간의 균열이 커지자 SM엔터테인먼트 매각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카카오가 지난해 말 엔씨소프트에 SM엔터 주식 매각을 타진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카카오와 엔씨소프트 측이 사실무근이라고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물론 카카오가 감수해야 할 손실을 고려하면 당장 카카오가 SM엔터 재매각에 나설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는 관측이 많다. 다만 SM엔터 시세 조종 혐의가 법원에서 인정된다면 카카오가 사법 리스크 해소를 위해 장기적으로 재매각을 검토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해당 혐의를 수사중인 금융당국 역시 카카오가 SM엔터를 계속 보유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는 의향을 내비치기도 했다. 만약 카카오가 SM엔터 재매각에 나선다면 게임회사를 비롯해 관심을 가질 회사들이 적지 않다는 평이다.
게다가 SM엔터의 모회사인 카카오엔터의 사법 리스크가 커지는 모양새다. 서울 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는 29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로 김성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와 이준호 투자전략부문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대표 등은 2020년 드라마제작사 바람픽쳐스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기업 가치평가서를 허위로 작성하는 등의 방법으로 인수대금을 부풀려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만약 김 대표 등이 구속되면 카카오엔터의 현 경영진이 구속되는 것으로 경영 공백이 불가피하다.
그룹의 주요 계열사들도 시장의 레이더망 안에 들어있다. 카카오는 그룹 차원에서 '핵심 사업'을 추리기 위해 카카오게임즈, 카카오뱅크, 카카오모빌리티 등 주요 계열사에 대해서도 사업 성과와 미래 성장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콜 몰아주기'로 정부의 눈총을 받고 있는 카카오모빌리티의 경우에도 사업적으로 자율주행 등 미래사업과 묶일 것이 많다보니 사업성을 높게 보는 투자자가 여전히 많다. 2022년 카카오모빌리티가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매각협상에 나섰을 때도 8조원대의 기업 가치가 거론된 바다. 최근 이례적으로 서울남부지검이 카카오모빌리티의 콜 몰아주기 의혹 수사에 착수하는 등 사법 리스크가 이어지고 있지만, 해당 수사는 카카오그룹 전반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려는 목적이 크다는 분석이 많다.
한 사모펀드(PEF)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시장 내에서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갖고 있기도 하고 여전히 성장성이 높다고 본다"며 "카카오가 시장에 내놓으면 인기가 좋을 알짜 매물들이 많으니 오히려 카카오의 수난(?)을 기회로 엿보고 기다리는 투자자들도 있다"고 말했다.
올해 카카오는 비핵심 사업의 매각이나 합병 등 경영효율화에 집중할 전망이다. 130개가 넘는 계열사를 가진 카카오는 '문어발식 확장'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바 있다. 이에 카카오는 계열사를 줄여 나가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우선 주력 사업과의 관련성이 적거나 사업 초기 단계인 회사들이 1순위 정리 대상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일부 계열사에선 이미 수익성이 좋은 자회사도 매각을 추진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카카오의 IT 개발 자회사 디케이테크인은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자회사 '케이이피'를 흡수합병했다. 이달 5일에는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의 친동생 김화영씨가 지분 100%를 소유한 부동산 관리업체 '오닉스케이' 가 청산 절차를 진행한다고 공시했다. 지난해에는 '골목상권 침해' 지적을 받았던 완구 사업에서도 철수했다. 영유아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을 운영하는 카카오 계열사 '키즈노트'는 지난해 11월 국내 완구 유통업체인 '에이윈즈' 지분을 모두 매각했다.
구조조정뿐 아니라 계열사 리스크 통제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말 카카오는 최혜령 전 크레디트스위스(CS) 상무를 신임 재무그룹장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영입했다. 방만 경영을 추스릴 ‘구원 투수’로 최 CFO를 낙점한 셈이다. 최 CFO는 다양한 IB(투자은행)업무 경험이 있고 굵직한 IPO(기업공개)들을 수행했다. 카카오뱅크 상장 업무로 카카오와 인연이 닿은 것으로 알려진다.
최 CFO 주도 하에 카카오는 강도 높은 내부 통제가 시작된 분위기다. 지난해 말에는 최 CFO가 IB, 증권사 등 시장 관계자들에게 '청렴한 내부통제' 협조를 부탁한 사실도 알려진 바다.
이달 초에는 SM엔터 경영진이 본사와 상의 없이 M&A(인수·합병) 등 외부 투자를 단행했다는 의혹을 받자 카카오가 SM엔터 경영진의 개인 PC 조사에 나섰다. 이달 초 카카오 감사위원회가 법무법인을 통해 SM엔터의 회계 감사도 시작했다. 당초 카카오가 SM엔터를 인수할 때만 해도 '독립경영'을 내걸었지만, 내부통제 이슈가 불거지며 계열사 리스크 관리에 직접 칼을 빼든 것이다.
카카오의 변신(?)에 일각에선 '선을 넘는다'는 회의적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내부 뿐 아니라 외부에서도 피로감을 호소하기도 한다. 다만 카카오가 '쇄신'에 방점을 찍고 있고, 그룹 내외부가 어지럽다보니 극단적인 처방이 필요한 시기라는 의견도 있다.
한 M&A업계 관계자는 "최혜령 CFO가 어지러운 카카오를 정리해달라는 미션을 받았고, 내부통제 이슈 및 사법 리스크가 큰 상황이니 그룹 전반을 추스리는 1차 미션 수행에 나선 것"며 "2차 미션이 비주력 사업부 정리인데 카카오의 계열사가 워낙 많다보니 다양한 투자자 설득 등 해야 할 일이 산더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