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금증권사, 한때 판도 바꿨지만 지금은 장점 '소멸'
CMA 대중화됐고 고위험고수익 투자 역량 부족해
임기 2년차 임종룡 회장 '연임용 치적' 해석이 주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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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포스증권을 인수해 증권업 라이선스를 취득하고 이를 우리종합금융과 합병해 종금증권사를 만든다고요? 종금증권사가 경쟁력을 잃은 건 예전 일이에요. 지금은 시너지가 없습니다. 시대착오적 발상입니다." (한 증권사 전략담당 고위 임원)
우리금융그룹이 한국포스증권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소형사라도 인수해 증권업 라이선스를 확보하고, 국내 마지막 종합금융사인 우리종금과 합병해 종금증권사를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지난 수 년 간 국내 증권사 인수를 추진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한 끝에 도달한 결론으로 풀이된다.
종금증권사가 한때 국내 증권업계의 판도를 바꿨던 건 사실이다. 2010년 전후 메리츠종합금융증권(현 메리츠증권)과 동양종합금융증권(현 유안타증권)이 종합금융투자계좌(CMA)를 앞세워 선풍적인 인기를 불러모았다. 증권사의 자체 신용만으로 발행하는 대신, 타 상품보다 20~50bp(0.2~0.5%포인트)의 금리를 더 얹어주며 예금자 보호까지 되는 '발행어음형 CMA'가 핵심 무기였다.
메리츠증권은 당시 확보한 영업기반을 바탕으로 현재 국내 탑5 증권사의 반열에 올랐다. 유안타증권 역시 2013년 '동양 사태'로 인해 고객 기반을 잃지 않았다면 중견ㆍ중대형 증권사로 현재보다 더 큰 위상을 차지했을 거란 분석이 많다.
한때 증권사가 보유한 종금업 라이선스는 '반칙'에 가깝다는 평가를 듣기도 했다.
증권사의 수신 기능이 미약하던 시기, 종금 라이선스는 거의 유일하게 경쟁력을 갖춘 상품을 만들 수 있는 기반이었다. 발행어음에 기반한 종금형 CMA는 금리 경쟁력이 있었던데다, 증권사에 유일하게 허용되는 '예금자 보호' 상품이었던 까닭이다.
게다가 일반 증권사들의 CMA 계정 자금은 국공채에 60% 이상을 투자해야 하는 등 규제를 받지만, 종금형 CMA 계정 자금은 운용이 자유로웠다. 부동산금융 등 고수익고위험 자산에 밀어줄 수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이렇게 종금형 계정에서 투자한 자금은 자본건전성 척도 계산시 반영되지 않았다. 현재 증권사들의 부동산PF 투자금은 순자본비율(NCR) 계산시 총위험액에 투입액의 100%가 전부 반영되지만, 종금 계정에서 투자한 부동산PF 투자금은 NCR 계산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2010년대 중반 메리츠증권이 부동산PF 시장을 석권할 수 있었던 배경이기도 하다.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는 게 금융권ㆍ증권가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현재 국내 증권사 총 CMA 잔고는 75조원을 돌파했다. 사상 최대 규모다. 증권사 통장에 자금을 맡기는 게 일반화된 셈이다. 현재 판매되는 증권사 CMA는 모두 예금자 보호 적용을 받지 않는다. 종금증권사의 핵심 무기였던 예금자 보호 기능이 큰 의미가 없어졌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게다가 자기자본 4조원만 갖추면 증권사도 발행어음을 발행할 수 있게 됐다. 현재 미래에셋증권 등 4곳의 증권사가 발행어음형 CMA를 판매하고 있다. 발행어음형 CMA가 종금사ㆍ종금증권사의 전유물이 아니게 된 것이다.
종금형 CMA로 조달한 자금을 운용할 운용처도 마땅찮다. 고위험고수익 시장의 대명사와도 같았던 부동산금융이나 해외대체투자 시장은 글로벌 금융긴축의 여파로 상당부분 어려워졌고, 중물가 중금리 시대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되며 당분간 회복세를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는 평가다.
우리종금이 고위험고수익 투자에 특화한 기관도 아니다. 우리종금 역시 부동산PF에서 잇따라 부실이 발생하며 2019년말 0.5%였던 요주의이하여신비율이 지난해 9월말 기준 2.2%로 4배 넘게 치솟은 상태다. 대손충당금을 쌓으며 지난해 실적도 크게 하락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우리종금에 대해 "만기연장을 통해 정상으로 분류된 중ㆍ후순위 브릿지론 익스포져를 고려할 때, 실제적인 자산부실위험은 지표 대비 높다"고 평가했다.
한국포스증권과의 합병이 영업 기반 확충에 큰 도움이 되지도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포스증권은 온라인 펀드 판매업이 주력이며, 임직원 100여명은 대부분 상품 소싱과 판매ㆍ관련 시스템 운용 업무를 맡고 있다. 자산 1400억원에 자기자본 500억원으로 재무적인 가치 역시 크지 않다. 지점 없이 여의도 본사가 전부다.
'증권업 라이선스'를 사온다는 의미만 있을 뿐, 실제 종금증권사 출범 후 영업 확장은 오롯이 현재의 우리종금 인력과 자원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 우리종금의 지점망 역시 서울 2곳, 광주 1곳, 대전 1곳 등 총 4곳에 불과하다.
우리금융 역시 이 같은 한계를 이미 인지하고 있다. 2021년 이성욱 당시 지주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대형증권사는 인수하기 어렵지만, (위험가중자산 규모가 20조원 안팎인) 중형급 증권사는 무리 없이 인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발언한 게 대표적이다. 우리금융 이사회에서도 '시너지가 있는 증권사를 인수하자'고 수 차례 주문해왔다. 우리금융 이사회에는 키움증권ㆍIMM인베스트먼트 출신 등 자본시장 전문가들이 포진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초소형 증권사 인수 배경을 두고 결국 '최고경영자(CEO) 이슈 때문이 아니겠냐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는 분석이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지난해 취임 일성으로 증권사 인수를 언급했다. 취임 2년차에 접어들며 임기 반환점을 앞둔 임 회장은 연임을 위해서라도 성과를 내야만 하는 상황이란 지적이다. 임 회장은 지난 2014년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시절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해 NH농협금융그룹을 5대 금융지주 반열에 올려놨고, 2015년 제5대 금융위원장으로 영전했던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