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출신이 사장 승진한 KB…지점 강화하는 NHㆍ삼성
다올證 등 중소형社는 대형사 출신 인물 영입戰
"부동산 불황에 꾸준한 수익 내는 PB 몸값 뛰어"
-
국내 증권사들이 앞다퉈 WM(자산관리)부문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그간 증권사 수익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해왔던 부동산IB(투자은행) 부문의 침체가 기정사실화되자, 개인과 기업 등 고객 자산관리를 통한 수수료 수익을 늘려 손실을 보전하겠다는 전략이다.
WM부문이 확대되면서 고객 영업에 특화된 프라이빗뱅커(PB)들의 몸값도 뛰고 있다. 대형 증권사들이 IB부문에서 성과를 낸 핵심 인력들을 WM부문에 배치하고, 중소형 증권사들은 대형사 출신 PB를 영입해 고객 쟁탈전을 벌이는 등 PB 유치 경쟁이 심화된 영향이다.
최근 증권가에선 주요 승진자가 PB본부장이거나, PB들을 핵심 임원으로 내세운 통합본부가 개설되는 등 PB들의 입지가 강화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임원 인사에서 약 절반 수준이 개편되는 소위 ‘물갈이 인사’를 단행했다. 배영규 IB그룹장을 비롯해 이현규 IB2본부장, 김영우 IB3본부장, 김성철 IB4본부장 등이 직위 해제된 것이다. 반면 개인고객그룹 산하 PB본부는 총 6개 본부 중 신기영 본부장을 비롯해 4곳의 임원이 승진하면서 가장 높은 승진율을 보였다.
PB 영업을 강화한 것은 한국투자증권뿐이 아니다. KB증권은 기존 WM조직을 해체하고 WM영업총괄본부를 리테일사업총괄본부로 개편하는 과정에서 초고액자산가를 전담하는 PB본부(GWS본부)와 지역본부를 통합했다. 또한 리테일 산하 고객자산운용센터에는 IB부문에서 기업금융과 대체(부동산)금융을 담당하던 상무급 임원이 승진을 통해 이동했다.
이번 WM 조직 개편에는 이홍구 신임 대표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KB증권 양천ㆍ목동센터 지점장과 WM사업본부 부사장, PB고객본부 본부장, 강남지역본부 본부장 등을 역임한 PB 출신 인물이다.
NH투자증권도 지난해 연말인사에서 기존 WM사업부와 프리미어블루본부를 합쳐 PWM사업부를 신설했다. 신설된 PWM사업부의 수장은 씨티은행 입사 시절부터 현재까지 PB로만 근무해왔던 이재경 전무가 맡았다. 이밖에도 삼성증권은 이달 강남에 초고액 자산가 전문 지점(SNI패밀리오피스센터)을 신설, 전문 PB 20여명을 배치했다.
중소형 증권사들은 조직 확대보단 PB 영입 전쟁에 뛰어들었다. 다올투자증권은 미래에셋증권 최연소 지점장부터 NH투자증권, 메리츠증권 센터장을 역임했던 한현철 전무를 영입했다. 기존 부동산금융에 치중했던 사업 구조를 바꾸고 리테일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외부 인재를 모셔온 셈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임원급 이하의 PB 실무진들 사이에선 경쟁 증권사로의 이직이 늘고 있다. 대형사 기준으로 연봉의 30% 수준을 PB 성과급으로 제시하지만, 경쟁사가 50%에 가까운 높은 성과급을 제시하면서 영입 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들어 리테일이나 WM 사업이 약한 증권사들이 스타 PB, 일명 '선수'들을 데려오면서 연봉 대비 성과급 비율을 두 배 수준으로 제시하고 있다"며 "기존 회사에서 관리하던 우량 고객들을 데려오면 성과급을 더 주겠다고 계약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최근 PB 입지가 확대되는 이유는 증권사의 차세대 수익 창출원이 부족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해외부동산 펀드 손실 확대와 국내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 고금리에 따른 운용수익 악화 등 악재가 겹치면서 지난해 주요 증권사들의 연간 실적은 크게 나빠진 것으로 추정된 영향이다. 특히 부동산 시장 침체로 그간 증권사 매출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했던 IB 수익이 급감할 것으로 보인다.
한 증권사 PB는 "리테일이나 기관을 대상으로 한 금융상품 판매 수익이 인수금융이나 부동산 거래처럼 보수가 많진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꾸준한 수익이 들어온다는 장점이 있다"며 "부동산 호황일 땐 작게는 몇억 단위에서 크겐 수십억원에 불과한 사업에 큰 관심이 없었지만, 최근 영업손실까지 언급되는 상황에선 WM이라도 붙잡을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