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저PBR주 정책은 문재인 '소부장 펀드'와 판박이?
입력 2024.02.08 07:00
    취재노트
    총선 전 저PBR 지수 ETF 상품 출시 계획 尹정부에
    文정부 소부장 펀드·K-뉴딜지수 떠올리는 금융인들
    2019년 세금 투입해 증시 부양했지만 결국 제자리行
    외인 없이 개미들만 이동…"테마주 조장하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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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윤석열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으면서 현금 흐름이 좋은 기업들을 묶은 지수 상품을 개발하기로 했다. 저PBR 지수를 추종하는 ETF(상장지수펀드) 상품 출시를 유도해, 해외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을 증시로 끌어온다는 방침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와 금융 당국은 이달 말 공청회를 열고 내달 저PBR 지수를 거래소에 상장시킬 계획이다. 정부가 벤치마킹한 일본 사례가 최소 6개월 이상의 의견수렴 과정을 거친 것을 고려하면, 다소 촉박하게 진행된다는 인상을 준다.

      4월에는 국회의원 선거(총선)가 치러진다. 금융권 관계자들이 현 정부의 저PBR 해소 정책을 '총선용 정책'이라고 조소하는 배경이다. 금융권은 이미 몇 년 전 비슷한 소동을 겪기도 했다. 이전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소부장 펀드'와 'K-뉴딜지수'다.

      전임 정부는 2019년 일본 수출규제에 대항하자는 분위기 속에서 소재·부품·장비(이하 소부장) 분야의 국내 기업에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를 만들었다. 표면적으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대표 기업들의 필수 소재 조달처를 다각화하자는 내용이었지만, 정부 여당이 '노 재팬'(일본 불매운동) 등 반일 감정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려 했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문 정부는 이에 그치지 않고 2020년 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BBIG) 업종을 핵심 사업으로 분류, 이들 대표 종목들을 산출해 K-뉴딜지수를 만들었다. K-뉴딜을 추종하는 ETF와 ETN(상장지수증권)도 우후죽순 생겨났다.

      5년이 지난 지금, 소부장 펀드와 K-뉴딜지수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 하는데 기여했다고 평가하는 금융인은 거의 없다.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 취임 당시 2300선이었던 코스피 지수는 이후 팬데믹 유동성을 한껏 누렸지만 임기 마지막 해 2600선에 그쳤다. 

      하나증권이 최초 출시한 K-뉴딜 지수 추종 ETN은 2년을 버티지 못하고 상장폐지됐다. 이후 BBIG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들도 비슷한 길을 걸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대부분의 소부장 기업들이 과거와 비슷한 주가를 유지하고 있고, 뉴딜지수 역시 초창기 1~2년에만 반응이 좋았을 뿐 지금은 수익률이 떨어졌다"며 "소부장과 BBIG 기업들에 대한 정부 지원 규모를 생각하면 손해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전임 정부때 발표된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2025년까지 한국판 뉴딜 사업에 160조원을 투입하기로했다. 이중 정부 재정만 114조원이 넘는다.

      소부장 펀드 개시 이후인 2020년엔 총선이, K-뉴딜지수 발표 이후엔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을 다시 뽑는 대형 재보궐선거가 치러졌다. 소부장 지원 정책을 마련했던 민주당 내부 싱크탱크에서 한일관계가 악화되면 총선에 긍정적이라는 내용의 보고서가 발견돼 파장이 일었다. 정부의 주가 부양 정책에 금융권이 시큰둥할 수밖에 없는 선례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저PBR 관련 정책을 그냥 소부장과 뉴딜로 치환하면 다를 게 없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의 저PBR 테마가 끝나면 무엇이 남을까. 코스피의 전반적인 상승과 외국인 수급 증가를 점치는 목소리는 아직까지 높지 않다. 금융권에선 삼성자산운용이나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ETF 점유율이 높은 기업들만 승자가 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저PBR 정책은 뉴딜 정책처럼 정치적 의도가 다분해 보인다"며 "코로나 이후 수많은 국내 개인 투자자들이 증시에 대거 유입되면서 테마주 장세가 이어지고 있는데, 정부가 이를 조정하기는커녕 테마주를 조장하고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