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 조치안 실행 경과 따라서 '최종 승인' 판단
아시아나항공 화물 매각 속도…IM 곧 배포할 듯
'반독점' 기조 강한 美법무부…여전히 오리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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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 경쟁당국(EC)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기업결합에 대해 조건부 승인 판결을 내렸다. 대한항공은 유럽의 벽을 ‘절반’ 넘으면서 이제 본격 시정 조치안 실행에 들어가야 한다.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 절차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대한항공과 예비 원매자 등 관계자들은 준비에 돌입했다.
‘필수 신고국’ 중 유일하게 남은 미국의 입장은 여전히 예상하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유럽보다 어렵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지만, 생각보다 까다로운 조건을 걸거나 '반독점'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이번 EC의 승인은 ‘조건부 승인’이다보니 사실상 본격적인 ‘심사’가 시작되는 셈이다. 지금까지는 이론상의 시정 조치안 승인을 위한 협의 과정이었다면 이제 ‘실행 성과’를 보여야 한다.
향후 대한항공이 합병을 위해 EU에 반납하는 여객 운수권과 슬롯을 확보할 대체 항공사(remedy taker)가 실제 취항을 하고, 이후 경쟁 유지가 가능하다는 판단이 서면 EC 측이 최종 승인을 내린다. 만약 EC 측이 시정안이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판단하면 ‘최종 승인’이 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사안에 정통한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EC 측이 대한항공과 대체 항공사들이 시정안 진행을 잘 하는지 확인을 할텐데 그 과정에서도 계속 요구 사항을 더할 수 있어 최종 승인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며 “조건부 승인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운행이 어렵다’고 판단하면 다시 최종 거절을 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종 승인’ 여부는 대한항공의 시정 조치안의 실행 성공에 달려있다.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등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절차에 따른 화물사업 인수, 유럽 등 장거리 노선 취항 준비를 본격화할 전망이다.
EC 측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승인 조건으로 프랑크푸르트·파리·로마·바르셀로나 등 유럽 4개 노선 독점 해소를 요구했다. 티웨이항공이 유럽 4개 노선 운수권과 슬롯을 이관받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티웨이항공은 5월 크로아티아 취항을 확정지으며 첫 유럽 노선 취항을 앞두고 있다. 유럽 노선을 시작으로 장거리 노선을 확장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장거리 운항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조건부 승인 발표에 이어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은 바로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화물매각은 EC측이 제시한 전제조건이기 때문에 미국 경쟁당국의 승인 건과 별개로 진행이 된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EC의 조건부 승인 발표가 나면서 아시아나항공 화물부문 매각과 관련한 투자설명서(IM)가 수일 내로 배포가 될 전망”이라며 “이미 준비하던 내용들이 있기 때문에 화물 매각 작업은 바로 착수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항공은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인수 후보군 중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당초 제주항공 측은 지난해 11월 아시아나항공 이사회의 화물 매각안 가결 이후에도 적극적인 인수 움직임에 나서지 않았지만, 이후 입장을 바꾸면서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인수를 위한 검토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에어프레미아, 에어인천, 이스타항공 등이 원매자로 거론되고 있다.
한 LCC업계 관계자는 “조건부 승인이기 때문에 연내 매각이 필수인 상황에서, (화물사업부 매각이) 워낙 규모 큰 작업이다 보니 빠르게 진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럽 경쟁당국의 벽을 반쯤 넘으면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은 이제 ‘필수 신고국’ 가운데 미국의 심사 절차를 남겨두게 된다. 지난달 31일 대한항공은 필수 신고국가인 일본 경쟁당국인 공정취인위원회(JFTC)로부터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된 기업결합 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EC와 별개로 미국 법무부(DOJ) 입장이 관건이다. 지금까지는 유럽측이 워낙 강경한 입장을 보이다 보니 굳이 미국은 나서지 않는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다만 대한항공 등 이해 관계자들과의 소통 과정에서 미국 또한 기업결합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여왔다고 전해지면서 절차가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 측과는 EC처럼 의미 있는 수준의 협의가 진행된 바가 아니다 보니 사실상 언제 어떤 결과가 나올지도 예상하기 힘들다. 최근 미국 DOJ가 '반독점 기조'를 강화하면서 다수의 소송을 처리하며 일감이 많은 상황이라 생각보다 기다림이 길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유럽과 일본 등이 강도 높은 승인 조건을 내건 점을 고려하면 두 항공사의 주요 취항국인 미국 측이 훨씬 까다로운 조건을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 아시아나항공과 공동운항해 온 미국의 유나이티드항공은 노선의 경쟁력 악화를 우려해 결합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앞서 미국 법무부(DOJ)가 경쟁 제한을 이유로 대한한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막기 위한 소송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현지에서 나온 바 있다. 추후 미국 측이 기업결합에 제동을 걸게 된다면 사실상 바로 법원에 소를 제기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대한항공 측은 "현재 미국은 심사 진행중이고 6월말경 심사 절차 마무리를 예상하고 있다"며 "다른 경쟁당국과 마찬가지로 아시아나항공 화물 사업 분리 매각을 통해 미국 경쟁당국의 우려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