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줄이 꺾인 배터리3社 하반기 실적, 올해 상반기도 '고비'
입력 2024.02.15 07:00
    SK온 흑자전환 약속, 이번에도 ‘실패’
    LG엔솔 실적부진에 성과급 대폭 축소
    삼성SDI 4분기 영업익 전년 比 36.5% 감소
    "올해 상반기에도 배터리 판가 반등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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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고속 성장을 이어오던 국내 배터리 3사(SK온·LG에너지솔루션·삼성SDI)가 지난 4분기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전방산업인 전기차 시장의 수요가 둔화하고, 리튬 등 메탈가격 하락으로 인해 배터리 판가가 떨어지면서다. 배터리 3사의 부진한 실적은 올해 상반기까지도 회복하기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SK온은 지난해에도 흑자전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SK온은 지난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이하 컨콜)에서 4분기 영업이익 흑자전환을 예고했지만, 4분기 18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컨콜에선 흑자전환 대신 올해 상반기 내 'BEP(손익분기점) 도달'로 목표를 수정했다. 

      SK온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5818억원으로, 전년 대비 적자 폭을 절반 가량 줄이는 데 성공했지만, 생산세액공제(AMPC) 반영분을 제외하면 영업손실 규모는 훨씬 커진다. SK온의 지난해 APMC 수혜 금액은 약 5670억원(1∼3분기 3269억원, 4분기 2401억원)에 달한다. 

      LG에너지솔루션(LG엔솔)은 지난해 4분기 매출 8조14억원, 영업이익 3382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2.5% 증가한 수준이지만 시장 컨센서스(5877억원)를 밑돌았다. AMPC 2501억원을 빼면 4분기 영업이익은 800억원대에 그쳤다. 

      성과급도 대폭 축소했다. LG엔솔은 IRA 보조금을 성과지표에 반영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올해 경영성과급(기본급의 340~380%)을 전년(기본급의 870%) 대비 절반 이하로 줄였다. AMPC는 변동성이 크고 일시적이라는 점을 반영한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액을 기록한 삼성SDI는 AMPC를 반영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배터리3사 중 가장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4분기에는 영업이익 감소폭이 두드러졌다. 삼성SDI의 4분기 매출은 5조5648억원, 영업이익 3118억원을 기록했는데 매출은 전년 대비 6.7%, 영업이익은 36.5% 감소했다. 

      배터리 소재업체인 에코프로비엠 역시 지난해 하반기부터 영업이익률 하락 폭이 커지며 4분기에는 114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매출액도 전년 동기 대비 39% 감소한 1조1804억원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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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배터리 업체의 상반기 실적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 배터리 3사는 4분기 컨콜에서 올해 상반기 전기차 수요 둔화로 인한 실적 저하를 전망했다. 국내 배터리 담당 연구원들도 상반기 배터리 시장 부진을 전망하는 리포트를 앞다퉈 내놓고 있다. 

      국내 증권사 배터리 담당 한 연구원은 "지금 메탈 가격이 어느 시점에서 반등할지 전망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분명한 건 2분기까지는 판가 하락이 확실하기 때문에 고객사들의 수요가 공격적으로 올라오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른 배터리 담당 연구원 또한 "전기차 수요 둔화가 가장 큰 문제인데, 전기차 재고가 정상화하는 데 1개 분기 이상으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실적 하락 전망이 잇따르며 배터리 업체들의 주가 또한 부진하다. 

      지난해 62만원1000원까지 치솟았던 LG엔솔의 주가는 올해 들어 30만원 후반대까지 내려앉았고, 80만원대를 바라보던 삼성SDI 주가 역시 30만원대 후반까지 내려왔다.

      에코프로는 5대 1 액면분할, 에코프로비엠은 코스피시장 이전상장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가가 크게 올랐다. 7일 에코프로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3.75% 오른 57만9000원에, 에코프로비엠은 전6.71% 상승한 23만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다만 이 같은 반등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주가는 부진하다.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던 지난해 7월 26일(에코프로·153만9000원·에코프로비엠·58만4000원)과 비교하면 현 주가는 3분의 1 토막 수준이다.

      2차전지 밸류체인에 속한 기업들은 전기차 시장 성장에 따라 매출과 이익이 성장하고, 수요처와 장기공급계약을 맺는 등 양호한 사업 성과를 나타내왔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기차 수요가 둔화하고, 재무부담 상승하면서 보다 냉정한 평가가 필요하단 지적이 나오고 있다. 수요 둔화와 이익창충력 약화에 따른 투자규모 및 속도 조절이 필요하단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추후 투자계획 변동 등과 같은 전략변화도 예상해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