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흑자ㆍ신사업 추진에도 물음표 붙는 컬리 IPO...더 커진 '밸류' 격차
입력 2024.02.16 07:00
    월간 첫 흑자전환 성공에 상장 재시도 검토하는 컬리
    여전한 몸값 눈높이는 부담…퀵커머스 신사업 성과 살펴야
    상장 재검토 중 PR 총괄 부사장 이탈도…"시점 아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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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마켓컬리를 운영하는 컬리가 첫 월간 상각전영업이익(EBITDA) 흑자전환을 계기로 주관사단과 상장 재추진 검토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시장으로부터 인정받아야 하는 최소 기업가치가 3조원 수준으로 여전히 높게 형성돼 있단 평가가 짙은 만큼 실제 상장 재추진으로까지 이어지기엔 어려움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1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컬리는 기존에 선정한 주관사단과 상장 재시도 여부를 놓고 검토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구체적인 시점은 정해진 바가 없다는 설명이다. 주관사는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JP모간이다. 

      컬리 측은 "과거 상장을 연기했던 당시, 증시가 안 좋았던 상황이어서 정당한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어렵다는 판단 하에 증권신고서도 내지 않았다"라며 "시점이 정확히 정해진 것은 아니나 계속 상황은 보고 있는 중이다"라고 말했다.

      컬리가 지난 12월 처음으로 월간 EBITDA가 흑자를 기록한 데 더해 최근 공모주 시장 분위기에 훈풍이 불기 시작한 것이 상장 재추진 의지의 배경으로 거론된다. 

      다만 판매관리비 축소를 통한 비용 절감 효과가 적지 않은 만큼 흑자 지속 여부에 상장 가능 여부가 달렸다는 시각이 많은 상황이다. 공모주 시장의 훈풍도 현재로선 실적이 가시화한 기업들에게 한정된 환경이란 평가다.

      한 증권사 임원은 "상장 시장에 다시금 온기가 돌고 있다고 하더라도 실적을 기반으로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기업들이 아닌 플랫폼 기업들은 여전히 기관들로부터 호평을 받기 쉽지 않다.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다"라고 말했다.

      여타 평가에도 불구하고 컬리는 새로운 비즈니스모델(BM)을 찾으려는 움직임을 지속 중이다. 2023년 초 상장 철회 당시 론칭한 뷰티컬리는 1년 후 거래액 3000억원을 달성했다. 이에 더해 연내 퀵커머스(주문 1시간 이내 상품 배달)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꾸린 상태다. 다만 도심형 물류센터(MFC) 마련 등 초기 투자비용 투입이 불가피한 탓에 경쟁사들도 일찌감치 철수했던 시장에 발을 들이는 데 있어선 성과를 살필 필요성이 있다.

      그러나 기관들은 컬리의 희망 기업가치가 여전히 높게 책정돼 있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중순 컬리가 기존 주주들로부터 제3자 배정 방식의 전환우선주(CPS) 유상증자를 통해 1200억원을 조달받던 당시 설정한 리픽싱 조항(연간 연결기준 영업손실 기록 시 CPS 전환비율 조정)을 감안할 때 주주들이 인정한 컬리의 몸값은 2조원 후반대 수준이라는 것이 컬리 측의 설명이다. 3년 전 4조원까지 거론됐던 것에 비하면 낮아진 모습이다.

      다만 이 또한 높은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물론 장외주가를 개별 기업의 기업가치로 보기엔 한계가 있지만 최근 컬리 구주는 장외주가시장에서 4000억원 밸류에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과거 상장 연기를 결정했던 당시 장외주가 기준 기업가치는 8000억원으로 떨어진 바 있다. 

      한 증권사 ECM 관계자는 "증권사들 사이에서도 컬리 기존 주주의 투자 밸류를 맞추기가 쉽지 않아 상장을 추진하는 것이 여전히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적지 않게 나오는 분위기"라며 "컬리의 실적이 크게 오르든지 투자자가 밸류 수준을 양보하든지 둘 중 하나는 되어야 상장 완주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나리 컬리 부사장의 이탈 시점도 화두다. 2022년 컬리가 여성 커리어 개발 스타트업 '헤이조이스'를 인수한 이후 컬리 커뮤니케이션을 총괄해오던 이나리 전 부사장이 지난 2일 컬리 부사장직과 헤이조이스 대표직에서 모두 사임, 카카오그룹으로 둥지를 옮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컬리는 2022년 상장 추진 당시 대행사를 통하기 보단 직접 PR과 IR을 하고자 했다. 상장 재추진을 앞두고 PR 총괄 부사장이 이탈한 셈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PR 총괄 부사장 사임 전 IR 담당자도 회사를 떠났다"라며 "시기상 내홍 가능성도 조심스레 제기되는 분위기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