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신주 발행규모 등 고려하는 기관들
실적 우려에도 대한전선 신주발행 규모에 LGD 선호도 高
"어떤 발행사 택하더라도 단기보단 장기 모멘텀 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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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유상증자에 나서는 LG디스플레이와 대한전선의 일정이 비슷하게 겹치며 공모 흥행의 척도가 될 신주인수권증서(이하 신주인수권) 거래를 앞두고 눈치 싸움이 치열하다. 두 발행사의 모회사들이 나서 주주배정 유상증자 참여 의지를 밝히는 등 자금 조달 의지를 강하게 내비추는 가운데, 장기 전망이나 신주발행 조건 등을 비교해 투자 의사결정을 하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LG디스플레이와 대한전선 신주인수권 거래는 각각 이달 19일, 22일부터 5거래일 이상 동안 이뤄진다. 지난해 유상증자 결의 당시엔 한 달 가량 일정에 시차가 있었지만, 대한전선이 신고서 제출 후 유상증자 일정을 일부 연기하며 공모 기간이 일정부분 겹치게 된 모양새다.
한정된 자본을 가진 투자자 입장에서, 동시에 거래가 진행될 신주인수권 중 어떤 것에 투자하는 것이 합리적일까. 비교 기준으로는 향후 실적 개선 가능성, 미래 성장성 뿐만 아니라 주당 신주배정 비율, 주가 상승에 따른 차익 실현 수준 등이 고려되고 있다. 주로 액티브퀀트형 펀드나 패시브 펀드를 운용하는 매니저들의 관심이 모아질 전망이다.
일단 실적 추이 측면에선 LG디스플레이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물론 두 기업 모두 실적 추이가 최근까지 개선된 모습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프로젝트 지연과 물류 운임 증가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며 수익성이 저하됐던 대한전선은 대주주 변경, 글로벌 업황 반등 등에 따라 수익성이 점차 개선됐다. LG디스플레이는 7개분기 만에 영업흑자를 냈다. 모바일용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제품과 TV, IT기기용 중대형 제품출하가 증가한 덕이란 설명이다.
다만 LG디스플레이의 경우 실적 개선세가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LG디스플레이가 지난 4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유상증자의 다음 단계로서 수익 창출을 계획으로 제시한 부분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반응도 있다. 유상증자 자금을 모두 시설자금에 투입하는 대한전선과 달리 LG디스플레이는 일부를 채무상환과 운영자금에 쓸 계획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가총액 대비 신주발행 규모를 감안하면 LG디스플레이의 신주인수권 매수가 나을 수 있단 평가가 나온다. 대한전선의 주당 신주배정 비율은 0.5주로, 시가총액(1조2370)의 50%에 달하는 규모의 신주가 발행된다. LG디스플레이의 비율도 0.3주로, 비교적 높은 편이긴 하지만 대한전선보다는 낮은 수준이란 지적이다.
한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대한전선은 자본잠식에서 벗어나기 위해 증자를 진행하며 투자자에게 일부 손실을 안긴 지 2년여 만에 다시 조달에 나선 상황이다. 물론 당시와 현재 상황은 다르긴 하지만 증자 규모가 시총의 절반 수준이라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라며 "오버행 우려가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차익 실현 가능성 측면에서도 LG디스플레이 신주인수권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있다. LG디스플레이는 LG디스플레이의 최근 주가(15일 종가 기준)는 1만1850원으로, 1차 발행가액(1만70원)과 주당 1780원의 차이가 난다. 반면 대한전선은 최근 주가(9920원)와 1차발행가액(7740원) 차이가 주당 1090원 정도다.
두 발행사의 신주인수권이 상장된 이후 가격 추이에 따라 유상증자 흥행 전망 또한 갈릴 전망이다. 지난해 8월 CJ CGV가 44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할 당시에도 주주들이 신주인수권을 처분하며 유상증자 불참 의사를 내비쳤고, 이에따라 신주인수권 가격이 거래 시초가의 반토막 수준으로 급락한 바 있다.
한 전문 운용역은 "LG디스플레이와 대한전선 중 어떤 발행사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더라도, 단기적인 모멘텀보다는 장기적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성은 있다고 보여진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