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 상장사례와 비교 부담될 듯"…흥행 필요성도 커
실적 가시화·배터리시장 업황악화 대응이 선결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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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적투자자(FI)들과의 약속에 따라 2026년까지는 상장을 마쳐야하는 SK온이 미국 증시에 상장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1위 사업자인 LG에너지솔루션 또한 코스피 시장에 입성하기 전, 미국 기술주들이 몰린 나스닥 시장에 상장하는 안을 일부 검토한 바 있다.
2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온은 외국계 증권사들로부터 미국 증시 상장 시 장단점 등의 내용을 담은 자료를 공유받았다. 최근에는 국내 대형 증권사들을 대상으로도 의견을 물은 것으로 파악된다.
SK온 내부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국내 증시에 대해서는 일부 이해하고 있는 바가 있으니 미국 증시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외국계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먼저 상장 시장 관련 스터디를 부탁했다"라고 말했다.
SK온이 미국 증시 상장 또한 검토하는 셈이다. SK온은 지난해 중순 추진한 프리IPO(상장전 지분투자)에 참여한 신규 투자자들에게 2026년까지 Q-IPO(퀄리파이드IPO)를 성사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해당 년도까지 일정수익률 기준을 충족하는 상장을 하지 못할 경우, 투자자들은 동반매도청구권(드래그얼롱)을 행사할 수 있다.
미국 시장이 SK온의 주력시장이고, 향후 매출 증가분에 대한 상승 기대감이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 증시 상장을 검토할 유인이 충분하다는 평가다. 다만 국내 증시에 상장할 경우에 비해 상장 유지비용이 많이 들고 현지 법인 설립 등 요건이 까다로운 점은 한계로 꼽힌다.
수익성 가시화가 미뤄지고 있는 SK온 입장에서 상장 흥행의 중요성은 커지는 상황이다. SK온은 지난해 적자를 시현하며 지급하지 못한 경영성과급을 밸류쉐어링(VS)으로 대체한다는 계획을 21일 내놓았다. VS는 SK온의 기업가치가 연계된 가상 주식의 한 종류로 IPO에 성공할 경우 실제 주식으로 교환해주는 방식이다. 2027년까지 상장하지 못할 경우엔 권리가 소멸한다고 전해졌다.
경쟁사인 LG에너지솔루션 또한 나스닥 상장을 일부 검토했었다. 2020년 LG화학의 배터리부문이 물적분할해 설립된 LG에너지솔루션은, 당시 주주가치 희석 문제를 두고 국민연금의 반대가 제기되는 등 '쪼개기 상장'에 대한 비우호적인 국내 여론에 부딪혔다. 설비 투자를 위한 자금 확충이 필요했던 LG에너지솔루션에게 나스닥 상장 선택지는 '빠른 상장'과 '흥행 성공'을 가능케할 것이란 기대감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전세계적인 친환경 흐름에 전기차 시장이 주목받고, 배터리 기업들에 대한 투자심리가 올라오면서 LG에너지솔루션은 코스피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기관투자자(이하 기관) 대상 수요예측에서 '경'(京) 단위의 청약 증거금이 몰리고 이로 인해 허수성 청약 방지 제도가 마련되는 등 공모주 시장에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가 많다.
일각에선 SK온이, LG에너지솔루션의 국내 증권시장 상장 흥행 전례를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흥행을 이룬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 과정이, SK온의 상장 흥행 판단 기준이 될 수 있어서다.
다만 상장 시장에 대한 고민에 앞서 실적 가시화가 선결 과제일 것이란 지적이 많다. SK온은 하반기 중 영업이익 손익분기점(BEP)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힌 상태다. 다만 전세계적으로 전기차 시장 수요 둔화에 따른 수익성 악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는 점은 부담이다. SK온과 배터리 생산 합작법인을 세우기로 했던 포드도 전기차 투자 계획을 연기하는 조치를 취하는 등 업황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비하는 중이다.
SK온은 지난해 프리IPO 당시 투자자들로부터 기업가치를 22조원 수준으로 인정받은 바 있다. '2026년 100조원'이라는 몸값 목표를 세워뒀던 점을 감안하면 이를 4배 이상 끌어올려야 한다. LG에너지솔루션의 시가총액은 21일 종가 기준 95조2000억원대다. IPO 추진 시 피어그룹(Peer Group)으로 삼아 기업가치를 산정할 순 있겠지만 LG에너지솔루션은 일찍이 영업이익 흑자전환을 이뤄낸 것은 차이가 있다.
한 대형 법무법인 관계자는 "최근 들어 주력 시장의 증시에 상장하고자 하는 기업들의 수요가 늘고 있는 분위기다"라며 "SK온은 미국 시장에 설비투자를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인지도가 없지 않아 현지상장을 노려볼 법 하다. 다만 전기차 시장 전망이 낙관적이지만은 않다는 점은 극복해야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SK온 측은 "그간 외국계 증권사들로부터 해외 증시 상장에 대한 의견을 공유받아 왔다"라며 "상장시장 관련해서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는 없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