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허 여부·지배구조 등 사정 제각각
결국 인수 및 추가 자금 조달 역량 핵심
기업 및 국내외 투자자와 연합 여부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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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을 두고 저비용항공사(LCC)들의 인수 경쟁이 치열하다. 흔치 않은 사업 확장의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를 다지면서도 경쟁사의 행보를 견제하는 모습이다. 재무여력이 크지 않은 곳들이 대부분인 만큼 인수 자금은 물론 이후 사업을 영속할 체력을 어떻게 갖추느냐가 인수전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매각 주관사 UBS는 이달 잠재원매자에 투자안내서(IM)를 발송했다. 크레디트스위스(CS)가 담당하던 업무를 통합 후 UBS가 이어받았다. 오늘 28일 예비입찰, 상반기 내 계약을 거쳐 10월 거래를 종결할 예정이다.
정상적으론 나올 수 없던 거래…LCC 인수 각축 치열
산업은행과 한진그룹은 2020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에 뜻을 모았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인수가 무산된 아시아나항공이 독자 생존하기 어렵다는 명분이었다. 경쟁 제한으로 국민 편익이 악화할 것이란 우려가 많았는데 거래가 늦어지는 사이 항공산업이 회복되며 당위성도 상당 부분 희석됐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이달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했다. 화물사업 매각 후 정상적으로 사업이 돼야 최종 승인을 받을 수 있다. 그에 앞서 알짜 사업까지 팔아가며 합병하는 게 회사의 이익과 부합하느냐는 아시아나항공 이사회 내의 반발도 있었다. 숱한 기업 구조조정 역사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들다.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절대 벌어지지 않았을 M&A가 진행되는 셈인데, 반대로 원매자 입장에서는 다시 없을 기회다. 인수 자격이 있는 기업, 즉 LCC들의 인수 경쟁이 치열하다. 인수에 성공하면 사업 규모를 일거에 키울 수 있다. 작년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매출은 46% 줄었음에도 1조6071억원에 달한다. 제주항공·티웨이항공·에어프레미아·이스타항공·에어인천·에어로케이항공 등이 잠재 후보로 거론된다.
한 LCC 측 관계자는 “일반적인 경우와 달리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M&A는 참여할 수 있는 곳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참여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1조원대 외연 확장 기대…LCC 고민 요소는 제각각
국내 1위 LCC인 제주항공은 자금력에서 가장 우위에 있다. 시가총액이 1조원에 육박하고 작년 3분기말 기준 3000억원 이상의 현금성 자산이 있다. 올해 설립 20년차로 LCC 최초로 화물 전용기를 도입했다. 이런 우위 요소가 독이 될 것이란 평가도 있다. 대한항공이 유의미한 경쟁자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후보를 반기겠냐는 것이다. 최근 모회사인 애경그룹의 재무 여력이 넉넉지 않은 것도 변수다. 지금까지는 인수에 미온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2019년 이후 각종 악재로 파산위기에 몰렸다. 2022년 성정에 이어 2023년 VIG파트너스에 인수되며 살아났다. 인수자는 안정적인 '셔틀 사업’을 기대했는데 정상화에 적잖은 고생을 하고 있다는 시선도 있다. 국토부로부터 안전운항증명(AOC)을 받아야 국제선을 통한 화물 운송 사업을 할 수 있는데, 아직 확보하지 못해 EC가 요구하는 인수자 적격 요건과 거리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에어로케이도 화물 사업을 위한 AOC를 보유하지 못했다. 청주공항을 거점으로 하는데, 청주공항 활주로가 짧아 대형 화물기 적재 허용 중량의 80%가량만 실을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한 국토부 관계자는 "이스타항공과 에어로케이 모두 여객 AOC만 확보한 상황"이라며 "운영 기준에 따르면 여객 AOC를 확보한 사업자는 여객 사업만 할 수 있도록 제한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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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는 각각 대한항공의 유럽 노선과 미주 노선 일부를 넘겨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적항공사 통합의 수혜자인 셈인데 그만큼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인수까지 손댈 여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티웨이항공은 1, 2대 주주인 예림당과 JKL파트너스의 회수 사전작업으로 사업 확장을 꾀할 것이란 시각도 있다. 에어프레미아는 과거 공동경영 체제에서 오랜 분쟁을 겪었고 주요 LCC 중 업력이 가장 짧다는 것이 약점으로 꼽힌다.
에어인천은 2019년까지 부진을 이어가며 존폐 기로에 놓였으나 팬데믹 이후 극적으로 회생했다. 2022년 소시어스PE를 주인으로 맞은 후 사업 확장에 힘을 싣고 있다. 화물운송 전용 항공사로 해외 각 지역의 화물을 모으는 역량에서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항공업계에선 국내에 화물을 모아주는 중개자가 많은 만큼 에어인천만의 강점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결국 아킬레스건은 자금력…기업·FI 확보에 성패 달려
LCC마다 처한 사정은 조금씩 다르지만 결국은 자금을 어떻게 조달하느냐가 핵심이다.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가치는 수천억원 수준으로 거론되고, 항공기에 딸려 오는 부채는 그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노후 항공기 교체 부담도 크다. 새우가 고래를 삼킨다는 이야기가 나올 만한 상황이다.
LCC 단독으로는 사업을 항구적으로 지속하기 쉽지 않다. 특히 사모펀드(PEF)가 주주로 있는 곳은 추가 자금을 확보하는 데 제약이 더 많을 수밖에 없다. 자연히 LCC는 기업이나 재무적투자자(FI)와 손을 잡는 안을 고민하는 모습이다. 반대로 항공사업 투자 기회를 찾아 먼저 LCC에 손을 내미는 곳도 있다. 금융사들도 자금 주선 기회가 날까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물류 사업을 하는 기업에 관심이 모인다. LX그룹이 LCC와 손잡고 인수전에 나설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 외에 동원, 하림 등 HMM 인수에 실패한 기업들이 시선을 돌리지 않겠냐는 의견도 제기된다. 한화그룹은 과거 에어로케이의 초기 출자자로 참여한 이력이 있다. 애경그룹과 대명화학은 LCC의 대주주다.
해외 항공사나 FI들도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에 관심을 갖는 것으로 알려졌다. 운항 역량을 공유하거나 항공기금융 주선 등 다양한 영역에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단 국내법상 외국인 지분율 제한(50% 미만)이나 외국인이 지분을 갖는 것을 반기지 않는 정부 기조는 신경이 쓰인다. 일단 외국인 주주가 지분을 갖더라도 이후 추가 자금을 투입할 때 계속 나설지는 미지수다. LCC 입장에선 외국 투자자에 회수 보장책을 제안해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