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현물 ETF' 허용 논란 재점화…총선 공약에도 당국은 '불가'
입력 2024.02.28 07:00
    총선 앞두고 정치권 비트코인 현물 ETF 허용 공약
    美 SEC 승인 직후에 발빠르게 움직이던 증권가들
    이번 총선 공약에는 아직까지 잠잠한 분위기 감지
    당국 "거래 불가" 선회 없인 검토 나서기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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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비트코인 현물 ETF가 또 다시 증권가의 화두로 떠올랐다. 정치권에서 총선을 앞두고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를 허용하는 방안을 공약으로 내걸면서, 국내에서도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이 제도권 안으로 편입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지난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승인 소식이 전해진 직후 발빠르게 움직였던 증권가 분위기와 비교하면, 현재까지는 비트코인 현물 ETF 검토를 재개하려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결국 금융당국이 관련 투자를 불허했던 기존 입장을 선회할 지 여부가 관건이란 평가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당은 오는 4월 10일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비트코인 현물 ETF 투자를 허용하기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을 총선 공약으로 검토하고 있다. 앞서 야당이 관련 거래의 중개와 상품 출시를 허용하겠다고 발표한 것과 관련해 여당도 검토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여야 모두 총선 공약을 발표하기 전 금융당국과 사전협의를 거치진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발표한 가상자산 공약과 관련해 금융위 등 당국과 사전에 논의한 바는 없다"고 밝혔다.

      증권업계는 금융당국이 비트코인 현물 ETF와 관련해 지난달 이미 위법 소지가 있다며 거래 불가 방침을 밝힌 가운데, 정치권에서 관련 내용을 총선 공약으로 내 건 것에 대해 의아하단 반응이다. 해당 ETF 검토 재개 여부를 두고 고심하고 있지만, 아직 본격적으로 검토에 나서진 않고 있다.

      지난달 미국 SEC는 블랙록, 피델리티, 프랭클린 등 11개 자산운용사가 신청한 비트코인 현물 ETF의 상장을 일괄 승인했다. 미국주식 투자를 중개하고 있는 국내 증권사들은 비트코인 현물 ETF 중개도 가능하다고 판단해 발빠르게 나섰다. 키움증권이 가장 먼저 신규 상장을 공지했지만, 해당 공지는 30분만에 삭제됐다.

      이후 금융당국은 비트코인 현물 ETF가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가 있어 국내에서는 거래가 불가능하단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거래 준비에 나서던 국내 증권사들은 일제히 거래 불가를 공지했고, KB증권은 현물 ETF에 더해 가상자산을 기초자산으로 한 선물 ETF에 대한 거래도 중단했다.

      비트코인 선물 ETF는 3년 전부터 거래돼 온 법적 하자가 없는 상품이기에 KB증권이 이내 거래 재개를 공지하며 해프닝으로 일단락됐지만, 증권사에 대한 금융당국의 영향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란 평가다. 금융당국의 입장 표명 뒤 일부 증권사에선 비트코인 현물 ETF와 관련한 담당자들의 개인적인 스터디도 중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한 증권사 ETF 담당자는 "비트코인 ETF 시장은 신흥 시장이라 초기에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에 미 SEC의 승인 시점에 맞춰 개인적으로 스터디도 하고 다른 증권사 동향도 파악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관련 검토 일체를 중단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며 "금융당국에 밉보일 수 있는 사소한 꼬투리도 잡히지 않으려는 취지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현재 비트코인 현물 ETF와 관련해 쟁점이 되는 부분은 비트코인에 대한 기초자산 인정 여부다. 자본시장법 제4조 10항에 따르면 ▲금융투자상품 ▲통화 ▲일반상품 ▲신용위험 ▲그 밖에 자연적·환경적·경제적 현상 등에 속하는 위험으로서 합리적이고 적정한 방법에 의해 가격·이자율·지표·단위의 산출이나 평가가 가능한 것이다. 금융당국은 비트코인이 이 다섯 가지 중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다만 정치권에선 가장 마지막 항목인 5호에 비트코인이 해당될 수 있다고 본다. 가상자산거래소를 통해 시세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거래가 가능하단 점에서, 가격 산출과 평가가 가능하단 것이다. 이같은 해석의 여지와 무관하게, 비트코인이 확실히 기초자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법 개정도 고려하고 있다.

      증권사들은 미국이 관련 거래를 승인한만큼 국내에서도 거래가 허용되는 것이 시간문제란 입장이지만, 당국의 승인 없이는 섣불리 검토에 나서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현재까지도 '거래 불가'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솔직히 총선을 앞두고 어떤 말도 나올 수 있는 상황에서 공약만 믿고 무작정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를 검토할 수는 없다"며 "비트코인 ETF의 국내 거래는 시간문제라고 생각하지만, 아직까지 내부적으로는 아무런 움직임도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