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글로비스·기아, 최현만 전 회장 등 IB·PE 출신 사외이사 영입…"지배구조 개편 포석"
입력 2024.02.29 07:00
    현대글로비스, 최현만 미래에셋 전 회장 영입 추진
    기아, 이인경 MBK파트너스 부사장(CFO) 사외이사 내정
    정의선 회장 개인보유 지분 최다 계열사에
    자본시장 최고 전문가 배치
    "경영자문, 자금조달 등 역할 기대" 평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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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현대글로비스, 기아 등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이 투자은행(IB), 사모펀드(PE) 등 자본시장 유력 인사의 사외이사 영입을 추진한다. 두 회사 모두 정의선 회장이 직접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인만큼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판단이 깔려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현대글로비스 사외이사 후보추천위원회는 최현만 전 미래에셋증권 대표이사 회장(現미래에셋증권 고문)을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 회사는 내달 주주총회 의결을 통해 최종 선임할 계획이다. 

      최 고문은 1997년 박현주 회장과 함께 미래에셋금융그룹을 창립한 멤버 중 하나다.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이사, 미래에셋벤처캐피탈 대표이사, 미래에셋증권 대표이사 등을 지냈고 2021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에 재임한 후 퇴임했다.

      최 고문은  현대글로비스 이사회에서 주주권익 보호 업무 맡은 길재욱 전 한국거래소 코스닥위원장의 업무를 이어받고, 감사위원회와 투명경영위원회 등에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글로비스는 "회사 경영 및 금융시장에 대한 탁월한 전문성과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이사회에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여 당사의 성장 및 사업의 발전에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사료된다"고 선임 배경을 밝혔다.

      최근 들어 현대차그룹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는 기아는 국내 최대 규모 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의 이인경 부사장(CFO)을 사외이사로 영입하는 걸 추진하고 있다.

      이 부사장은 1996년 안진회계법인을 시작으로, 모건스탠리 프로퍼티스 CFO를 거쳐 2006년 MBK파트너스에 합류했다. 2020년 MBK파트너스의 파트너로 승진했다. MBK파트너스의 최초의 여성 파트너인 이 부사장은 2021년 미국 포브스가 선정한 '아시아 파워 비즈니스 우먼 2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기아는 "(이 후보는) 한국공인회계사 경험을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MBK파트너스 투자심의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자본시장 및 전략투자 분야에 대한 전문가로서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시각에서 회사를 감독하고 자문하는 이사회 및 감사위원회 활동을 충실히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직무수행 계획을 통해 "다년간 자본시장 및 전략투자 분야의 전문적 지식 및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회사에 전문적인 조언을 제공해 기아의 발전에 기여하도록 하겠다"며 "충실한 직무수행을 위하여 노력하며, 이사회 업무 수행에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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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글로비스와 기아는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 계열사로 꼽힌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은 다양한 시나리오가 존재하는데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의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는 점은 여전히 유효하다. 정의선 회장이 정몽구 명예회장이 보유한 현대모비스와 현대차의 지분을 승계한다고 가정한다면, 막대한 규모의 상속세를 마련하기 위해선 정 회장이 보유한 현대글로비스와 기아의 지분 활용이 필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과거 한 차례 실패했던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도 현대글로비스와 기아의 활용방안이 거론됐었다.

      현대글로비스와 기아가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유력 IB, PEF 출신 사외이사들의 역할이 기대된다. 물론 미래에셋과 MBK파트너스 그리고 현대차그룹 계열사간의 직접적인 거래관계를 당장 기대하긴 어렵더라도 사외이사란 연결고리를 통해 추후 파트너십을 맺을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있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재계에선 유력 사외이사를 선임해 사외이사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금융기관 또는 기업을 통해 경영 자문을 받거나 자금을 조달하는 모습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정의선 회장이 취임한지 만 3년이 넘었고 지난해 현대차와 기아가 지난해 역대 최대실적을 기록한 점을 비쳐보면 지배구조 개편의 최적기가 다가온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핵심 계열사에 자본시장 최고의 전문가를 영입한 것은 추후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해당 인사들의 역할을 기대한 포석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