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해 절반 이상 지급 분위기…IB부문 반발은 여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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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증권사들이 기업금융(IB) 부문의 성과급 이연 비율을 속속 결정하고 있다. 지난해 증권사들의 성과급 제도와 관련해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지적이 이어진 데 이어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이 나서 성과보수 이연제도 관련 조항 수정을 지시한 데 따른 행보다.
첫해 성과급의 절반을 지급하고, 이후 3년간 나머지를 분할 지급하는 방안이 기본이 되고 있는 가운데, 일정 금액 이상의 경우 첫해 40%만 지급하기로 하는 등 좀 더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곳도 나타나고 있다.
삼성증권은 지난 28일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이연 성과급 비율을 공고했다. 성과급이 2억원 이상인 경우에는 첫해 40%, 나머지 3년간 각각 20%의 비율의 성과급을 지급받는다. 2억원 이하의 성과급이 책정된 임직원들은 첫해 성과급의 절반을 먼저 수령한 뒤 3년간 15%, 15%, 20%씩 나누어 받는다.
타 증권사들도 속속 지급 비율을 정하고 있다. 대신증권도 삼성증권처럼 첫해 성과급 절반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급한 뒤 남은 3년간 잔여 성과금을 15%, 15%, 20%로 나누어 지급키로 했다. NH투자증권은 일단 성과급의 40% 정도만 이연하기로 했다. 첫해 60% 지급 뒤 향후 3년간의 이연 비율은 미정이다.
하나증권과 한국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은 아직 성과급 이연 비율을 결정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하나증권은 3월 중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일각에선 이들이 타사의 비율 산정 추이를 보고 결정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앞서 삼성증권이 첫해 성과급의 절반 이상을 이연시킨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내부적으로 공분이 일기도 했다"라며 "일단 성과급여가 2억원 이상인 경우에만 적용키로 하며 어느정도 정리가 됐지만, 3년차 비율을 20%로 설정한 부분 역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라고 말했다.
대체로 증권사들이 지급될 성과급의 절반 이상을 첫 해에 지급하려는 분위기다. 임직원들의 반발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란 평가다.
통상 증권사 임직원들의 임금 구조는 기본급보다 성과급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과급이 이연될 수록 매년 책정될 연봉 수준이 낮아질 수 있는 셈이다. 또한 증권업계는 이직이 잦다. 이같은 업계 특성을 고려하면 4년간 소속 증권사에서 근무를 지속해야만 정해진 성과급여를 모두 받을 수 있다. 커리어를 중시하는 임직원들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향후 증권사 실적에 따라 이연된 성과급의 규모마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최근 부동산금융의 부실이 지속됨에 따라 증권사의 수익성도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실제로 하나증권은 2023년 투자자산 부실화와 차액결제거래(CFD) 관련 충당금을 적립하며 적자 전환했다. 해외 부동산 투자 관련 우려가 컸던 미래에셋증권의 지난해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40% 가까이 급감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급될 성과급을 충당금으로 쌓으라는 것이 금감원의 입장인데, 이를 감안 시 향후 실적 부진이 확대되면 지급해야될 성과급 규모도 줄어들 가능성이 충분히 있을 것이라고 본다"라며 "정작 증권사 실적의 손실 폭을 키운 부동산금융 임직원들은 퇴사율이 높은데 기업금융(IB) 등 타사 임직원들은 소속 증권사에 발이 묶일 수 있는 상황이다"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성과급 이연에 대한 반발은 부동산금융 관련 부서에 대한 반감으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특히 하나증권은 IB그룹 내에 부동산개발관련 본부와 기업금융본부 등이 포함돼 있는 구조다. 부동산금융 관련 수익성이 저하됨에 따라 같은 그룹 내 속한 기업금융본부의 실적 개선세가 수면위로 드러나지 못했다는 불만이 나온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하나증권 기업금융본부에서 성과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성과급을 많이 받지 못한 데 불만의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라며 "실적이 별개로 책정되는 NH투자증권은 IB부문 직원들에게 성과급이 비교적 많이 지급한 것으로 알려져 부러움을 샀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