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증권ㆍKB증권도 PEF 내부 검토 작업
기관 통해 미매각 줄이고 리스크 분산 가능
일부 운용사 독점했던 GP 수수료 수익 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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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투자증권ㆍ메리츠증권 등 국내 대형 증권사들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에 대출을 제공하는 사모펀드(PEF)를 조성하고 있다. 기관투자가들의 자금을 미리 모집해 미매각 대한 우려를 줄이고, 자기자본(PI) 출자 비중을 낮춘다는 구상이다. 증권사 입장에선 그간 부동산 운용사들이 독점했던 GP(운용사) 수수료 수익도 노릴 수 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이러한 사모펀드 형태의 부동산 PF 투자가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 당국이 농협ㆍMG새마을금고ㆍ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의 PF 투자 규제를 강화하면서 증권가의 역할론이 커졌지만, 태영건설 사태로 말미암은 부실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리스크를 분산시킬 필요성이 높아진 까닭이다.
최근 NH투자증권은 2000억원 규모의 부동산 사모펀드(PEF) 자금 모집을 마치고 운용을 시작했다. 농협중앙회ㆍNH농협은행 등 농협금융그룹이 1200억원 이상을 투자했고, 나머지는 국내 공제회와 부동산 개발사 등으로부터 조달했다.
해당 사모펀드는 투자 대상 선정부터 금융 조달과 운용, 지분 매각까지 전 과정을 아우를 계획이다. 기관들은 에쿼티(지분투자)와 론(대출) 형태로 모두 참여할 수 있다. 이번 1호 펀드를 성공적으로 론칭하고 2호, 3호 펀드를 출시하기 위해 전담 부서인 부동산PE부도 설립됐다.
메리츠증권도 올해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기관 자금을 모집하고 있다. 목표액은 약 3000억원으로, 이중 1000억원가량을 메리츠화재 등 메리츠금융그룹이 출자한다. NH투자증권 사례와 달리 PF 선순위 대출에만 집중 투자될 전망이다. 연말 조직 개편으로 신설된 전략자산본부 산하의 '사모펀드 운용팀'이 펀드 투자 및 운용을 담당한다.
현대차증권과 KB증권 등 국내 증권사들도 부동산 전문 PEF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일부 증권사에선 시행안을 마련했지만 자금 모집에 난항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본시장법상 계열사의 출자 비중을 일정 수준으로 높이면, PEF가 계열사 산하로 편입된다는 문제 때문이다.
깐깐한 규제에도 불구하고 국내 증권사들은 부동산 PEF의 사업성을 높이 보고 출시에 몰두하고 있다. 신규 부동산 투자를 늘리면서도, 리스크 관리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당국에 따르면 상호금융권과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은 올해부터 부동산PF 사업장 출자를 줄일 가능성이 크다. 농협ㆍ수협ㆍ신협ㆍ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업권은 올해 6월부터 반년마다 대손충당금을 10%씩 단계적으로 확대, 내년엔 지금보다 30%가량 충당금을 늘려야 한다. 저축은행의 경우 올해 4월부터 PF 자금의 20% 이상을 자기자본으로 조달한 차주에 한해서만 대출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이 빠진 만큼 부동산PF에서 증권사들의 중요성이 커졌는데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졌다. PEF를 활용하면 증권사 입장에선 기관 자금으로 규모가 큰 사업장에 투자할 수 있다. PI 투자 비중은 줄어들고, 기관투자가를 선(先)모집하기 때문에 미매각 물량을 인수해야 한다는 부담도 줄어든다.
금융권 관계자는 "부동산 거래에 대한 노하우가 있는 증권사 입장에선 손해볼 것이 없는 사업"이라며 "기존엔 개별 딜을 할 때마다 신디케이션 부서가 일일이 셀다운(재매각) 가능성을 따져봐야 했지만, PEF 비히클을 사용하면 의사 결정을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투자 리스크를 줄이면서도 GP로서의 수수료는 챙길 수 있다. NH투자증권과 메리츠의 부동산 PEF는 블라인드펀드로 운용되는데, 통상 블라인드펀드는 조성 금액의 1~2% 정도를 관리 보수로 받는다. 투자 실적에 따른 성과보수는 별도다.
최근 국내외 부동산 PF 시장의 침체 속에 이지스자산운용이나 미래에셋자산운용 부동산 전문 운용사들의 입지는 좁아지고 있다. 이에 증권사들 사이에서는 이들이 독점해왔던 PEF 사업을 확대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 전문 회사들이 주춤한 틈을 타, 시장 점유율을 높여야 한다는 구상이다.
한 대형증권사 관계자는 "그간 국내에선 부동산 PEF가 일부 자산운용사들의 고유 영역처럼 여겨지고, 증권사들이 이들의 LP(출자자) 역할을 하는 문화가 있었다"며 "모건스탠리, JP모건 등 글로벌 IB들은 이미 대체투자 영역에선 직접 투자보단 GP로서의 운용 비즈니스를 강화하고 있어 이들을 벤치마킹하자는 시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