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갑주·태영건설·현대차증권 등 지분도 동반매각권
주주간 입장 상이한데…따로 팔아선 매각가 떨어져
유력 후보 대신그룹은 종투사 인가로 여력 물음표
조갑주 "유족 측과 공동매각 합의 없다" 사내 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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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내 부동산 전문 자산운용사 이지스자산운용의 대주주 지분이 인수합병 시장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제기됐다. 태영건설·우미글로벌·현대차증권 등 기존 주주들도 함께 지분을 매각할 수 있는 동반매도참여권(Tag along)을 일부 보유하고 있어, 이지스 지분 잠재 매각 범위는 최대 60% 수준에 이를 수 있다. 한 인수자가 이 지분 상당 부분을 사들여야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가 가능해진다.
매도자와 인수자 양측 모두 신경써야 할 점이 많은 거래다. 창업주 유족인 손화자 여사와 전문경영인(CEO)이었던 조갑주 전 대표의 입장이 다른 터라 이들 지분이 당장 함께 묶여서 나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경영권 인수 유력 후보였던 대신파이낸셜그룹은 현재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도약을 위한 자본확충에 집중하고 있어, 인수 여력이 넉넉지 않다.
금융권에 따르면 이지스자산운용 창업주 고(故) 김대영 의장의 아내인 손화자 여사는 최근 국내 대형 로펌 및 사모펀드(PEF) 등과 접촉해, 보유 지분 12.4%(210만375주)를 매각하는 안을 논의했다. 자녀가 모두 미국 국적을 가지고 있어, 지분 상속이 어렵다는 점을 고민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은 외국인이 국내 자산운용사 보통주 지분 5% 이상을 보유할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다.
손 여사 지분만 인수해서는 2대 주주(12.3%)인 대신파이낸셜그룹을 견제할 수 없다 보니 매력도가 떨어진다. 매각 단가를 높이기 위해선 전임 대표였던 조갑주 신사업추진단장(11.89%)과 우호 주주들의 지분을 동반 매각하는 편이 유리하다.
우미글로벌(9.08%), 금성백조주택(8.59%), 현대차증권(6.59%), 한국토지신탁(5.31%), 태영건설(5.17%) 등도 이지스자산운용의 주요 주주다. 2019년 우미글로벌, 2020년 태영건설이 제3자 유상증자를 통해 주주가 됐고, 2020년 금성백조주택이 손 여사로부터 지분을 일부 양도받았다. 현대차증권과 한국토지신탁은 설립 초기부터 수차례 유증까지 참여했던 주요 주주다. 이들은 손 여사 및 조 단장과 관계가 나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들 5사는 이지스자산운용 지분을 확보하면서 동반매도참여권도 손에 쥔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주주가 주식을 매각할 경우, 원한다면 보유 지분을 동일한 비율대로 팔 수 있는 조건이다. 손 여사와 조 단장, 5개 회사가 함께 지분을 매각할 경우 59.03%의 지분이 매각 대상이 된다. 인수자는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매도자는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다.
다만 매각 과정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손 여사와 조 단장은 최근 매각 시기와 협상 대상을 두고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지분을 팔고 싶은 손 여사와 회사 정상화에 우선 힘을 싣고 싶은 조 단장의 생각이 달랐다는 것이다.
조갑주 단장은 금감원으로부터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받고 있다. 가족 회사인 GFI를 통해 마곡CP4 등 이지스자산운용과 각종 개발 사업에 참여하면서 금전적 혜택을 받았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작년 5월부터 관련 의혹을 살펴보기 위해 이지스를 대상으로 수시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조 단장이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회사의 지분매입 자금을 마련했는지 집중적으로 살펴본다는 입장인데, 이 같은 상황에서 지분 매각을 통해 자금을 회수하기는 쉽지 않다.
조갑주 단장은 6일 임직원들에게 보낸 사내메일을 통해 "유가족들이 지분 매각에 대해 외부 자문기관에 의견을 구했으나 회사 사정을 고려해 추가 진행을 하지 않으며 회사 안정에 더욱 집중하자는 의견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자기 지분을 (유가족과) 공동매각하기로 합의했다거나 공개매각 방침을 세운 것은 사실이 아니며, 양자간 어떠한 법률적 합의가 없다고 밝혔다. 다만 지금의 지배구조보다 좋은 대안이 반드시 필요하다면, 적극 검토할 준비가 돼 있다며 여지를 열어뒀다.
두 사람이 손을 잡는 경우가 아니라면 경영권이 포함된 과반수 이상의 지분을 확보하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태그얼롱 권리도 손화자와 조갑주 두 사람에게 나뉘어 달려있는데, 5개 회사가 전부 옵션을 행사할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일부 회사는 태그얼롱 옵션이 손 여사에 붙어있지만, 다른 회사는 조 단장의 몫에 붙어 있다"며 "각각 우호 세력을 나눈 것인데 한 사람이라도 이번 매각 시도에 불참할 경우, 매각 대상은 소수 지분으로 한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대 주주인 대신파이낸셜그룹이 나서면 경영권 확보에서 앞설 수 있다. 다만 주력 계열사 대신증권이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이라는 종투사 요건 확보를 위해 사옥까지 매각 중인 상황이라 자금력이 충분치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8월 대신금융그룹이 이지스 지분 약 8.2%을 인수할 당시 책정된 기업가치는 약 6000억원이다.
대신그룹 측도 “2대 주주인 재무적투자자(FI)로서 남아 있을 예정으로, 당분간 인수 계획은 없다”고 전했다.
이지스자산운용 측은 “지분 매각은 확정된 사안이 아니고, 최대 주주 측이 경영에 관여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지분 매각 이후에도 경영상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