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證 풋백옵션 1만8000원…지난 4일 장중 하회키도
공모가 높인 것이 외려 독…풋백옵션 부메랑돼
디앤디파마텍 주관 한투證도 공모가 결정 고민
-
- 이미지 크게보기
- (그래픽=윤수민 기자)
연초 뜨거웠던 공모주 시장의 열기가 서서히 가라앉는 분위기다. 상장 당일 300% 급등하며 '따따블'하는 사례도 2월 들어서는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상장 당일 이후 주가의 하락세도 빨라지면서, 옥석가리기가 본격화했단 평가다. 공모 흥행을 위해 풋백옵션을 부과한 주관사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이에이트는 지난 4일 장중 한때 풋백옵션 행사가격인 1만8000원 아래로 주가가 떨어지기도 했다. 이에이트는 상장 첫날 약 13% 오른 뒤 이달 초까지 꾸준히 약세를 보였다. 이에이트는 상장 후 3거래일만에 공모가 이하로 주가가 하락하며 올해 신규 상장사들 중 최단기간 내 주가가 공모가를 하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약세를 보이던 이에이트 주가는 4일 장 마감 직전 갑자기 급등했다. 삼성전자가 향후 반도체 생산라인에 이에이트의 '디지털 트윈' 기술을 적용하겠다는 소식이 전해진 게 배경으로 꼽힌다. 호재 발표 이후 이틀간 이에이트 주가는 30% 급등해 2만4000원대로 뛰어올랐다.
이에이트의 주가 약세로 풋백옵션이 발동할 뻔 하며 주관사인 한화투자증권도 가슴을 쓸어내렸다는 후문이다. 한화증권은 이에이트의 상장을 주관하며 공모 흥행을 위해 환매청구권인 풋백옵션을 부과했기 때문이다.
공모주 풋백옵션은 일반 투자자가 공모주 청약으로 배정받은 주식의 가격이 상장 후 일정기간 공모가의 90% 이하로 하락할 경우, 상장 주관사에 공모가의 90% 가격에 이를 되팔 수 있는 권리다. 증권사가 일반투자자 대신 공모주 하락 리스크를 떠안는 것이기 때문에, 공모주 흥행을 위해 부여하는 경우가 많다.
현행 코스닥시장 상장규정 및 시행세칙에 따르면 풋백옵션 의무 대상이 되는 기업은 성장성추진기업과 기술평가기업이다. 기술평가기업은 사업모델기업과 혁신기술기업으로 나뉘는데, 이중 혁신기술기업은 의무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기술특례로 상장한 이에이트는 풋백옵션 의무 대상이 아니다. 주관사인 한화증권이이 자발적으로 권한을 부여한 셈이다. 공모주 흥행 기류에 편승하고자 부여한 풋백옵션이 현재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고 평가받는 이유다.
공모가를 밴드 상단(1만8500원)을 8.1% 초과한 2만원으로 결정한 것도 결과적으로 독이 됐다. 풋백옵션을 부여할 경우 공모가를 낮게 잡는 것이 일반적이다. 올해 신규 상장사들의 밴드 상단 대비 공모가 초과 비율 평균이 17%인 점을 고려하면 비교적 낮은 수치이긴 하지만, 풋백옵션을 고려할 때 밴드 상단 수준에서 결정하는 것이 나았을 거란 목소리가 많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이에이트는 자본잠식기업이라 상장 전부터 업계에서 우려가 많았던 곳들 중 하나"라며 "실적과 락업물량 등을 고려하면 상장 후 주가 하락이 어느정도 예상가능했던 만큼 공모가를 높이면서까지 리스크를 감수할 필요가 있었나 싶다"고 말했다.
최근 신규 상장주들의 상장 직후 주가 흐름이 악화하는 경향을 보이며 디앤디파마텍 상장을 주관하는 한국투자증권도 긴장하고 있다. 바이오사 디앤디파마텍은 이번이 세 번째 코스닥 상장 도전인데, 흥행을 위해 한투증권 역시 풋백옵션을 부여했다.
디앤디파마텍은 당초 지난달 22일부터 28일까지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할 예정이지었지만, 금융당국의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에 일정이 뒤로 밀린 상황이다. 희망 공모가로 2만2000원~2만6000원을 제시했는데, 이에이트의 현 주가를 고려하면 공모가를 밴드 내에서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 한화투자증권측은 "풋백옵션은 공모 물량에만 해당되며, 상당수가 상장 초 단기 차익 실현 매물로 출회돼 풋백옵션에 해당하는 물량의 수는 많지 않을 걸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