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사모펀드 소유 프랜차이즈' 정조준
민감한 F&B…총선 앞두고 '민생안정' 맞물려
"F&B 엑시트 더 어려워지나" PEF 업계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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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사모펀드(PEF) 소유 식음료(F&B) 프랜차이즈의 갑질을 엄단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공정거래위원회가 본격적으로 칼을 빼들었다. 국내 최대 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가 투자한 치킨 프랜차이즈 bhc도 도마 위에 올랐다. 공정위를 시작으로 사모펀드를 향한 정부의 눈총이 더욱 따가워질 것으로 보이면서 업계의 고민도 깊어질 전망이다.
지난 5일 공정위는 서울 송파구 bhc본사와 강남구 메가MGC 커피 본사에 조사관을 보내 현장조사에 나섰다. 가맹사업 운영 관련 자료 확보를 위해 공정위 소속 조사관들이 대거 투입된 것으로 전해진다.
공정위는 지난달부터 PEF가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에 대한 직권조사에 들어갔다. 최근 가맹본부의 갑질 의혹이 여럿 불거지면서다. 이들 가맹본부의 갑질 의혹 배후에 대주주인 PEF의 영향이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에 bhc, 버거킹, 투썸플레이스, 맘스터치 등 PEF가 투자한 프랜차이즈들이 조사 대상으로 거론됐다. 투썸플레이스는 칼라일, 버거킹은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맘스터치는 케이엘앤파트너스가 대주주다. 메가커피도 우윤파트너스와 프리미어파트너스 등 PEF 소유다.
공정위는 bhc의 운영사인 MBK파트너스가 거래상 지위를 남용해 가맹 점주에게 불이익을 입혔는지, 가맹사업의 통일적인 운영을 위해 영업시간 통제가 반드시 필요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최근 bhc는 모바일 상품권 수수료를 가맹 점주에게 부담시키고, 정오부터 자정까지 12시간 연속으로 영업을 강요하는 내용이 담긴 협약서를 가맹점과 체결하려고 해 논란이 일었다. 메가커피는 광고비를 가맹 점주에게 전가했다는 등의 의혹을 받고 있다.
향후 PEF를 향한 공정위의 칼날은 더욱 날카로워질 것으로 관측된다. 작년부터 버거킹 등 유명 프랜차이즈 업체들 불공정거래 관련 신고가 다수 접수됐고, 올해 PEF 소유 프랜차이즈 조사가 공정위의 연간 업무계획에 포함다. bhc와 메가커피 외 업체들도 공정위 직권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한 공정위 관계자는 “가맹본부와 외식업종의 불공정 행위를 점검 및 시정이 목표고, 실질적으로 사모펀드 소속 가맹본부들이 조사의 중심”이라며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 모두가 문제를 많이 제기했고, 공정위에 들어온 신고도 사모펀드 소유 회사에 집중됐다”고 말했다.
앞서부터 공정위는 PEF 규모가 커지면서 오랜 기간 면밀히 주목해 왔다. 특히 대형 PEF들에 대해서는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질의서를 보내거나 자료를 요청하는 등 관심을 보여왔다. F&B 사업은 워낙 ‘공격할’ 이슈들이 많다보니 ‘민생 안정’ 키워드 아래 본격적인 사모펀드 단속에 들어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정무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은 “외식업체 관련 논란이 너무 많아 ‘필수품목’ 관련 법 개정도 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는 회사들이 많이 이들을 단속해 본보기 삼자는 말이 나왔다”며 “비용통제에 대한 압박이 가맹점주들에게 전가되기 때문에 특히 PEF를 겨냥하고 있는 것이고 결국 민생행보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특히 F&B가 일상 생활에 밀접한 부분으로 가장 먼저 도마위에 오른 것으로 해석된다. 치킨, 커피 등 식품 가격은 소비자들에겐 초미의 관심사다. PEF 소유 프랜차이즈들은 잦은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외식물가 인상 주범으로 꼽혀왔다. KFC는 지난해 오케스트라PE에 인수된지 한달 만인 2월에 버거류와 치킨류 가격을 평균 200원, 100원씩 인상했다. 2021년 칼라일에 인수된 투썸플레이스도 2년 동안 세 차례 가격을 올렸다.
bhc는 MBK파트너스가 투자한 2018년 이후 두 차례 가격을 인상했다. 지난달엔 bhc치킨이 일부 메뉴의 닭고기를 국내산의 절반 가격에도 미치지 않는 값싼 브라질산으로 변경하고 가격을 올린 것으로 드러나면서 거센 비판이 이어졌다.
공정위가 사모펀드 프랜차이즈 단속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국회 등 전반적인 정부의 눈총이 따가워질 것이란 관측이다. 제22대 국회의원선거가 다음달로 다가온 상황에서 더욱 민감하게 읽힐 수 있다는 평이다. 목적성이 있는 조사다 보니, 해외 대형 기관투자가 자금이 들어온 bhc나 대기업 관리 아래 있었던 투썸플레이스 등은 다른 개인 오너체제 프랜차이즈보다 경영 체계가 투명하다는 점이 당장 참작 요소가 되긴 어려운 분위기다.
한 여당 관계자는 “몇 년 전부터 경영이 악화하든 수익이 좋든 회사가 재무적 투자자로 넘어가는 업체들이 많아졌는데, 창업주가 운영하는 업체에 비해 ‘상생경영’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며 “사모펀드는 빠르게 수익을 내서 빠르게 팔아야하다보니 ‘단기 수익’에 집중하고, 비용 절감 과정에서 갑질 경영이 이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미 국회 쪽에도 민원이 많이 들어왔고, 공정위 측에서 이슈를 키우면 국회에서도 더 관심있게 지켜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불똥이 튈 수 있는 다른 PEF들의 고민도 깊어질 전망이다. 가맹사업 자체 문제보다 원재료 및 인건비 인상 등 어려운 외부환경의 영향도 크지만, 이를 항변하기 쉽지 않은 분위기다. 회수에도 영향이 있을 수 있다.
한 PEF 관계자는 “안그래도 F&B 투자는 까다로워 경험있는 PE들만 투자하고 있고 F&B 시장 양극화로 프랜차이즈들은 상황이 안좋은데 갈수록 밸류업 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시장에서 매도인과 매수자 가격 눈높이가 맞지 않는 상황인데 정부 기조 등 외부환경도 좋지 않아 투자회수에 나서야 하는 PEF들은 엑시트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