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금융그룹 ‘밑 빠진 독’ 캐롯손해보험, 수익 기여는 언제쯤?
입력 2024.03.12 07:00
    국내 최초 디지털 손보사…'퍼마일' 보험으로 주목
    아직 적자 못 벗어나…모회사 한화손보 부담 지속
    입지 모호하지만 김동원 사장 입장에선 중요 사업
    상품 개발·해외 확대 속도…추가 자금 수혈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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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캐롯손해보험은 2019년 설립된 국내 최초 디지털 손해보험사다. 2020년 퍼마일(PER-MILE) 자동차보험을 출시한 후 3년 만에 누적가입자 수 100만건을 달성했고, 작년 누적 가입자 150만건을 돌파했다. 자동차 보험 분야 시장점유율을 매년 끌어올리고 있다.

      회사의 외형은 매년 성장하지만 아직 한화생명-한화손해보험-캐롯손해보험으로 이어지는 한화금융그룹 안에서의 존재감은 미미하다. 한화손해보험은 경영 악화에 시름하던 2020년 캐롯손해보험을 한화자산운용에 매각하려 했으나 2021년 무산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캐롯손해보험은 햇수로 설립 6년째를 맞았지만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재작년 795억원, 작년 9월까지 31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디지털 보험사로 사업 비용을 줄일 수는 있지만 보험사들이 꺼리는 자동차 보험이 주력인 탓에 돈을 벌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2022년말 505%였던 지급여력비율은 작년 9월말 172%로 하락했다.

      한화손해보험의 캐롯손해보험 지원 부담은 이어지고 있다. 캐롯손해보험은 2021~2023년 세 차례에 걸쳐 증자했다. 2021년 1000억원을 증자했고, 이듬해 3000억원 증자를 계획했는데 그 중 1305억원은 작년 말에야 이사회 결정이 이뤄졌다. 증자가 미뤄지면서 일부 주주가 참여하지 못했고, 한화손해보험과 알토스벤처스만 돈을 댔다. 한화손해보험이 댄 증자 대금은 2000억원이 넘는다.

      캐롯손해보험은 손실 규모가 점차 줄어들고 고객 데이터도 쌓이고 있다. 국내 대표 인슈어테크 기업으로서 존재감이 커지지만 당장 유의미한 실적 개선이 이뤄질 것이라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자동차 보험은 손해율 등락에 따른 실적 변동이 크고 돈이 되지 않아 대형사들도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영역이다. 아울러 1년마다 만기가 갱신되는 특성상 자금 운용에도 제약이 따른다.

      작년 초 한화생명은 판매자회사 한화생명금융서비스를 통해 대형 법인보험대리점(GA) 피플라이프를 인수했다. 이 외에도 GA 인수를 꾸준히 검토하는 등 대면 판매 채널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피플라이프 인수 후 한화생명과 한화손해보험의 주요 보험 판매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 GA 강화 기조에서 디지털 기반의 손해보험사의 입지는 모호할 수밖에 없다.

      한동안 시장에서 가능성이 거론됐던 한화손해보험 매각은 작년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CGO, 최고글로벌책임자) 승진 후 말이 쏙 들어갔다. 김 사장은 디지털전략 업무를 맡으면서 캐롯손해보험 출범에도 큰 기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금융그룹 입장에선 현재 이익 기여도가 낮다고 김 사장의 공로가 있는 캐롯손해보험을 살피지 않을 수는 없다.

      캐롯손해보험은 2022년 증자 결정 당시 유니콘 등극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르면 2025년 상장(IPO)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증자금 투입은 당초 계획보다 늦었고 모빌리티 기반 서비스 플랫폼 확대, IT 기술 개발 등 청사진 달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다.

      한화금융그룹은 작년 인도네시아 손해보험사 리포(LIPPO)를 인수하는 등 해외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캐롯손해보험은 최근 리포손해보험과 운전습관 연동형 보험(BBI, Behavior Based Insurance) 솔루션 구축 사업을 수주하기도 했다. 상품 개발 및 해외 시장 진출 등으로 사업 기반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보다 빠른 성과를 위해선 M&A에 나서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자문사들도 캐롯손해보험 관련 일감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그러려면 중장기적으로 추가적인 자금 수혈이 불가피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보험사지만 직원 수백명에 불과한 스타트업 성격이 강하다 보니 성장을 위해선 계속 돈을 집어 넣어야 한다. 작년말 증자 역시 BBI 서비스 개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주주사들도 추가 지원 필요성에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한 대형 투자사 관계자는 “캐롯손해보험이 온라인, 퍼마일 방식으로 비용을 줄인다지만 자동차 보험이 주력이라 돈을 벌기 쉽지 않은 구조”라며 “자본확충을 꾸준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투자자 입장에선 관심을 갖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캐롯손해보험 측은 당장 자금조달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마지막 라운드에서 받은 자금이 남아 있어 자금 소요에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회사 측은 “가까운 시일 안에 자금을 조달할 만한 특별한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