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위원회 간다' 예심 불복하는 발행사들...얕보이는 거래소
입력 2024.03.12 07:00
    취재노트
    '상장 미승인' 삼쩜삼 시장위원회行이 시발점될까
    "거래소 판단 뒤집으려 발행사들 행동 나설 듯"
    상장문턱 낮추고 국내상장 유도하고…흔들리는 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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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한국거래소(이하 거래소) 코스닥 상장심의위원회의 미승인 통보에 불복하는 발행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시장위원회에 재심사를 청구해 심사 승인을 받아내겠다는 것이다. 거래소와의 관계와 향후 심사 재청구를 감안해 일단 철회할 것을 권하는 주관사단의 설득도 잘 먹혀들지 않는 모양새다.

      이를 두고 심사기관인 거래소의 '권위'가 전 같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공공기관 지정 해제를 위해 상장 영업조직을 만들고 심사문턱을 낮추는 등 '영업 활동'을 해 온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세무·회계 플랫폼 '삼쩜삼'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비스앤빌런즈가 한국거래소 시장위원회 재심사를 받기로 결정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다. 자비스앤빌런즈는 상장위원회로부터 지난 2월 미승인 통보를 받은 바 있다. 최근 상장 예심 문턱을 넘지 못한 삼프로티비 역시 시장위원회 재심 청구 가능성이 거론된다.

      시장위원회는 상장위원회의 상위기관이다. 통상 미승인 통보를 받은 발행사는 예비심사를 철회 하거나, 불복해 시장위원회에서 재심사를 받겠다는 의사를 전달할 수 있다. 시장위원회는 외부 전문가 8인이 참여하는 독립 기구로, 거래소 상장위원회의 결정과는 다른 의견을 낼 가능성이 없지 않다.  

      그간 상장위원회에서 미승인 결정이 나오면 발행사는 통상적으로 상장 철회를 택하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었다. 향후 다시금 상장 추진을 할 경우를 대비해서다.

      최근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지난해부터 유독 상장심사가 지연되면서 계획했던 상장 일정이 지속 밀리고 있는 발행사들이 늘고 있다. 발행사 뿐만 아니라 업무 타임라인을 짜야하는 주관사 또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일각에서는 이달 중 거래소가 상장심사가 지연되고 있는 발행사들이 상장을 자진 철회하도록 유도에 나설 것이라는 흉흉한 이야기까지도 나오는 중이다.

      최근 공모주 시장이 '투자 광풍'에 휘말려있는 것과는 정 반대의 상황이다. 이 때문에 발행사들의 몸이 달아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보통 예심 미승인 후 지적사항을 수정하고 다시 심사를 준비하는 덴 최소한 1년에 가까운 시일이 소요된다. 그 사이 공모주에 대한 관심이 식어버리면 기대했던 몸값을 받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데다 거래소의 위광이 전 같지 않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거래소는 지난 2014년 공공기관 지정해제를 위해 관료주의 탈피를 선언했다. 이후 상장유치부 등을 신설하고, 적극적으로 기업 유치를 위한 영업활동을 진행해왔다. 예심 미승인 이후 시장위원회 재심을 청구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든 것도 2018년의 일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거래소가 이전까진 금융당국에 준하는 감시감독기관이었지만, 적어도 IPO 시장에서는 그런 딱딱한 이미지가 많이 희석된 게 사실"이라며 "심사가 지연되거나 기대한 결론이 나오지 않았을 경우 심사 공정성에 대한 발행사의 불만이 이전보다 커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기름을 부은 게 지난 2022년 에이프릴바이오의 사례다. 이전까지 상장 예심에서 미승인이 난 뒤 시장위원회 재심을 청구하는 건 발행사들에게 '언감생심'이었다. 전례가 없으니 재심을 가더라도 승인이 날 가능성이 없다는 의견도 다수였다. 그러나 에이프릴 바이오는 코스닥 시장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했고, 결국 승인을 받아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에이프릴바이오 사례로 인해, 많은 발행사가 시장위원회에서 상장위원회의 상장 미승인 심사 결과를 뒤집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됐다"며 "다만 현재 9명의 시장위원회 위원 중 절반 이상이 상장위원회 관계자로 채워지는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에이프릴바이오 사례도, 거래소가 사업성 관련 판단을 달리했다기 보단, 내부통제에 대한 우려를 거둔 수준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자비스앤빌런즈도 전문직 단체와의 법적 분쟁이 문제시되는 만큼 4월에 있을 총선을 전후해 정무적 시각에서의 판단 변화를 기대해볼법한 상황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 삼쩜삼의 뒤를 이어 거래소의 판단에 불복하겠다고 나설 발행사들이 늘 수 있다는 예측이 제기되고 있는 건 현실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시장위원회에서 다시 심사를 받겠다고 하는 발행사들을 두고 주관사들이 거래소의 눈치를 적잖게 보고 있는 중이다"라며 "상장이라는 의미를 엄밀히 따져보면 거래소가 제시한 기준에 기업이 맞추는 게 맞는데, 되레 발행사들이 목소리를 내려는 것을 보면 거래소가 이전보다 얕보이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