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조되는 주총 표대결…국민연금 선택에 쏠리는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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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큰 손’들이 삼성물산에 주주제안을 던진 행동주의펀드 연합에 손을 들어줬다. 미국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 노르웨이 국부펀드 등 글로벌 대형 투자자들이 주주제안에 찬성하면서 다가오는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표대결이 나타날 지 주목된다. 국내 기관투자자 표결이 시작된 가운데 약 7%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의 선택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노르웨이 국부펀드인 노르웨이 중앙은행(Norges Bank), 미국 최대 연기금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 미국 최대 규모 연기금 중 하나인 캘리포니아 교직원연금(CalSTRS),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 등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이 행동주의펀드 연합의 주주제안에 ‘찬성’ 표를 던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의 정확한 지분율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노르웨이 중앙은행의 경우 0.80% 수준의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들의 지분을 전부 합칠 경우 행동주의펀드 연합의 2% 수준 지분을 뛰어넘을 전망이다. 해당 펀드들은 각 펀드의 연금 수급자들의 장기적 이익을 위해 기업의 자본 배분(capital allocation)의 중요성에 공감해 주주제안에 찬성한 것으로 전해진다. 글로벌 자문사 ISS·글래스루이스 등이 주주제안에 찬성표를 권고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앞서 시티오브런던인베스트먼트 등 삼성물산 지분 1.46%를 가진 외국계 행동주의펀드들은 삼성물산에 배당 증액과 자사주 소각을 요구했다. 이들은 삼성물산 이사회안(4173억원)보다 76% 많은 총 7364억원의 현금배당을 요구했다. 보통주와 우선주에 대해 주당 각각 4500원, 4550원씩 배당하라는 것이다. 또한 500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 취득을 제안했다. 이어 삼성물산 지분 0.62%를 보유한 영국계 행동주의펀드 팰리서캐피탈도 주주제안 지지를 선언했다.
주주제안에 대해 삼성물산은 "이는 당사가 대내외 경영환경을 고려해 심사숙고 끝에 수립한 주주환원정책을 크게 초과하는 내용으로 경영상 부담이 되는 규모"라며 "23년뿐만 아니라 24년 당사의 잉여현금흐름(바이오로직스 제외) 100%를 초과하는 금액으로, 이러한 현금 유출이 이뤄진다면 회사는 미래 성장동력 확보 및 사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자체 투자재원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삼성물산의 올해 정기 주주총회는 이달 15일 오전 9시로 예정돼 있다. 앞서 지난주 삼성물산의 외국인 주주들은 의결권 행사를 마감했다. 현재 국내 기관투자자를 비롯해 전자투표가 진행중이다. 행동주의 펀드들의 요구에 맞서기 위해 삼성물산의 직원들까지 주주들의 위임장 확보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외국인 큰손 투자자들이 주주제안을 지지하면서 주총 표대결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 2월 현대백화점이 인적분할을 추진할 당시 ISS가 ‘반대’ 의견을 냈고 노르웨이 중앙은행 등 외국인 주주들이 반대표를 던진 바 있다. 해당 안은 1.7% 부족으로 주총의 벽을 넘지 못했다.
다만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포함한 특수관계인이 삼성물산 지분 33.63%를 보유하고 있다(지난해 9월말 기준). 삼성의 우군인 KCC(9.17%)까지 합치면 지분율은 40%가 넘는다.
시장의 관심은 국민연금의 행보에 쏠리고 있다. 국민연금은 삼성물산 지분 7.25%(작년 9월말 기준)를 갖고 있다. 팰리서캐피탈은 4일 삼성물산 주주환원 강화에 대한 국민연금의 적절한 의결권 행사를 요구하는 주주서한을 보냈다.
국민연금은 아직 삼성물산에 행사할 의결권과 관련된 별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지 않다. 국민연금이 삼성물산에 대한 행동주의펀드의 주주제안에 찬성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많다. 다만 다수의 글로벌 연금펀드들까지 행동주의펀드의 주주제안에 손을 들어주면서 국민연금의 선택이 더욱 민감한 상황에 놓였다는 평이다.
삼성물산 측은 "외국인 주주들의 표결은 확인하기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