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X·하림·동원, 예비 원매자 LCC들에 SI 참여 제안
인수금융 해야하는 은행권도 '미니 HMM'에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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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림그룹의 HMM 매각 무산으로 아쉬워했던 국내 시중은행들이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인수전에서 새 기회를 찾고 있다. HMM 인수 후보였던 LX·하림·동원 등은 이번엔 아시아나 화물사업 원매자인 LCC(저비용항공사)들을 찾아 전략적투자자(SI)로 참여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은행권도 SI 후보 기업들과 접촉하며 새로운 인수금융 잡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LX·하림·동원 등은 종합물류회사로 도약하기 위해 HMM 인수전에 참여했다. 3곳 모두 물류 관련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집단이다. 하림은 벌크 전문 선사 팬오션을 통해 해운 물류 사업을, LX그룹은 LX인터내셔널·LX판토스 등을 통해 화물 운송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동원도 2017년 인수한 동원로엑스를 통해 해외물류 사업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HMM 매각은 인수 대금이 6조원을 넘어선 대형 거래였지만 올해 초 무산됐다. LX는 일찌감치 발을 뺐고, 동원은 가격에서 밀렸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던 하림마저 막판에 산업은행과의 협상이 결렬됐다.
LX·하림·동원 등은 최근 들어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LCC들을 찾아가 적극적으로 SI 참여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LCC의 최대주주인 사모펀드(PEF)와 컨소시엄을 꾸려 인수에 참여하겠다는 구상이다. 다양한 화주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과의 협업을 통해 수익을 늘리고, 종합물류회사로서 도약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매각 중인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의 기업가치는 1조원대로 추정된다. 사이즈는 다르지만, HMM 인수 후보들이 다시 그대로 이름을 올리며, 금융권에서는 ‘HMM 축소판’이라는 표현도 나온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기업 가치는 1조5000억원이 넘을 가능성이 높고, 인수금융 비중도 50%를 넘어가는 식이 될 것"이라며 "소형화된 HMM 거래와 비슷한 구조를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분(Equity) 투자금과 인수금융 모두 각각 수천억원 수준일 것으로 예상되는데 LCC들의 재무 상황을 감안하면 차입 비중을 늘려야 할 가능성도 있다. 여기에 항공기에 딸려 넘어오는 항공기 금융 부채도 앞으로 리파이낸싱(차환) 수요가 있다. 주선 수수료에 이자 수익까지 기대할 만하다.
앞선 HMM 거래에 인수금융을 제공하려 했던 신한은행·국민은행·우리은행 등은 거래 결과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SI 후보들이 다시 은행을 방문해, 차입 의사를 내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은행의 경우 HMM 인수 라이벌이었던 LX그룹과 하림으로부터 동시에 ‘러브콜’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금융부문 성과를 내야 하는 은행들은 이번 인수금융 주선에 적극성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은행들의 수익 대부분을 책임졌던 가계대출은 예대금리차가 9개월 연속 0%포인트대를 기록하는 등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의 이자장사 비판과 기준금리 하락 기대감에 따른 대출금리도 떨어졌다.
이에 은행권에서는 비교적 당국의 규제가 느슨한 기업대출이나 인수금융 사업에 눈을 돌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인수 기업에 대출을 주관하고, 다른 투자자들의 자금을 끌어오는 업무를 통해 이자이익과 수수료 수입을 늘려야 한다는 구상이다.
시중은행 IB부문 관계자는 "LCC들도 자금력 보충을 위해 SI들을 모셔오자는 분위기인 데다, SI 기업들이 기존에 인연이 있었던 은행과 접촉하면서 시장에 소문이 파다하다"며 "은행들도 누구를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도 "은행권 내부에선 아직까지 올해 인수금융 거래 전망을 그리 밝지 않게 보고 있지 않아 기회가 있을 때 잡아야 한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